김기태의 초판본 이야기 - 우리 책의 근원을 찾아가는 즐거운 독서 여행
김기태 지음 / 새라의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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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모으는 것은 중독이다. 중독 중에서도 큰 중독이 아닐 수 가 없다. 한 권 한 권 사서 읽고 책장에 꽂아두다 보면 어느새 처치 불가능할 정도로 쌓이게 되지만, 그래서 가족들의 눈초리를 받게 되지만 그럼에도 버리지 못하는 것이 또한 독서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애환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쌓여가는 책 중에서도 더욱 독서가의 손과 눈길을 받게 되는 책이 있기 마련이다. 이번에 손에 집어든 김기태의 초판본 이야기그렇게 저자의 애정을 듬뿍 받으며 저자의 책꽂이에 꽂혀 있는 보물 같은 책이야기이다. 그것도 다름 아닌 해당 책이 처음으로 세상에 인사한 초판본들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저자 김기태는 세명대학교의 현직 교수이자 출판평론가로 각종 매체에서 활발한 비평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저자는 80년대 가난한 국문학도로서 처음에는 그저 책이 좋아 책을 모으다가 이왕이면 특색을 갖는 게 좋겠다 싶어 시작한 것이 초판본, 그 중에서도 1쇄본을 모으는 일이었다고 한다. 이런 책 수집은 결국 집과 학교 연구실을 넘어 지인의 땅에 컨테이너를 가져다 놓고 쌓아둘 정도로 까지 이어지게 되었는데, 이 책은 그렇게 모은 책들 가운데에서도 특별히 애착을 느낀 책에 대한 소묘의 결과물인 것이다.

 

저자는 단행본 초판1쇄본 혹은 정기간행물 창간호는 말 그대로 가장 먼저 독자들과 만난 책이지만, 저자나 편집자가 잡아내지 못한 오류를 비롯해서 의도하지 않았던 기록과 창간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관련 인물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초판1쇄본에 실린 아홉가지 기도라는 시를 보면 아무리 세어보아도 기도는 여덟 개밖에 없는데 왜 그럴지, 이동철의 꼬방동네 사람들’(1981)의 간기면에 붙어있는 인지에는 정국(正國)’이라는 글자가 선명한데 과연 누구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런 의문들이 쇄와 판을 거듭하면서 점차 수정된 정보로 가려지곤 한다고 한다. 아마도 이런 의문들이 저자로 하여금 초판본 수집과 연구에 천착하게 된 이유일 것이리라. 그리고 나아가 초판본은 그 내용도 내용이지만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소월 김정식이 남긴 유일한 작품집이자, 문학작품을 담고 있는 책으로는 최초로 문화재로 지정되었다는 사실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모두 15꼭지에 걸쳐 책을 소개하고 있다. 장르는 시집, 소설, 수필, 평론 등을 아우르고 있는데 시집으로는 소월의 진달래꽃’, 김윤식의 영랑시선’, 노천명의 사슴의 노래’,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이 있다. 그리고 소설로는 최인훈의 광장’, 김승옥의 서울 1964 겨울’, 김성동의 만다라’, 이동철의 꼬방동네 사람들’, 최인호의 고래 사냥’, 박완서의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를 소개하고 있다. 이외에도 김병익의 문화론집인 지성과 반지성’, 법정 스님의 수상집인 서 있는 사람들’, 피천득의 금아시선’, 김대중의 김대중 옥중서신등도 아울러 담고 있다. 그리고 시대별로는 1951년의 진달래꽃에서부터 89년에 출간된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에 걸쳐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15권의 책 가운데 7권을 읽은 듯하다.

 

이 책은 책에 대한 책 이야기, 즉 메타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독서가는 독서가에게 이렇게 기분 좋은 빚을 지게 된다. 이 책을 펼치면서 새삼 나의 책 콜렉션의 기준이 무엇인지도 돌아보게 되었다. 더불어 이제까지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책에 관한 새로운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로 인해 내 개인의 독서 세계가 더불어 우리 독서계 전반의 독서 지형이 한 뼘 더 풍성해 진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 절로 인다. 많은 이들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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