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귀촌에 경영의 옷을 입혀라 - 비즈니스 모델로 준비하는 삶터·쉼터·일터
공선표 지음 / 이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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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의 IMF 외환위기, 2008년의 금융위기 등의 경제 사회적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많은 이들이 고향으로 고향으로 그들의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 시기와 맞물리면서 고향 앞으로!’를 외치며 이삿짐을 둘러매고 도시를 떠나는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만 갔다. TV에서는 저녁 6시마다 인정 많고 도시 생활 못지않은 생활수준을 보여주는 내 고향 소식을 담아내기 시작했고 더불어 나는 자연인이다!’라고 외치며 산 속에 들어가 비록 움막집일망정 그 안에서 이 세상의 모든 행복은 다 끌어안고 사는 듯한 표정의 사람들을 전국에 송출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급기야 그런 이들의 삶은 50대 남자들의 로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또한 지자체 별로 도시 곳곳의 공터는 텃밭으로 개발해 정말 코딱지만하게 나누어 분양하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그 분양권을 받기 위해 줄을 서기 시작한지도 꽤 오래되었다.

 

이처럼 고향을 그리워하고 그러다 정말 이삿짐을 싸서 고향으로 향하던 이들이 그리워하던 고향은 어떤 고향일까? 강나루 건너 밀밭길을 구름에 달가듯이 걸어가던 나그네가 동구 나무 아래에서 코속으로 스며드는 맵싸한 술익는 냄새가 뒤덮인 고향일까. 아니면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던 실개촌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게으른 금빛 울음을 울던 그런 고향일까.

 

그런데 이제는 도시에서 태어나 정작 고향이라고 할 만한 곳도 그곳에 얽힌 추억 한조각도 제대로 갖지 못한 이들 역시도 이처럼 귀농 귀촌의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디어에서는 이런 선택을 한 사람들의 성공담과 그들의 낭만 어린 삶을 환타지로 포장했으며 이는 다시 지쳐가는 도시인들의 마음에 제2의 인생에 대한 은근한 유혹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위 다단계 마케팅의 성공 신화가 그러하듯 매스컴에 소개되는 귀농귀촌의 성공의 삶의 스토리는 그보다 100배나 더 될 수많은 실패담을 깔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공선표의 귀농 귀촌에 옷을 입혀라는 이처럼 매스컴이 불을 지르고 여기에 귀농귀촌의 환상으로 땔감을 공급하며 사르르 눈감으며 미소짓던 이들을 제대로 흔들어 깨우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도시에서 농촌으로의 엑소더스가 일어나고 있다하더라도 모든 도시의 사람들이 농촌으로 몰려가서는 안 되고 또 가고 싶어 하는 모두를 받아들여서도 안된다고 말이다. 무엇보다 많은 이들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가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때의 준비는 개인의 준비와 함께 그들을 맞이할 지역 사회의 준비도 같이 포함된다.

 

과거에 베이비붐 세대가 농촌을 떠난 이유가 도시에서의 돈벌이, 즉 일자리 때문이었다면 무엇보다 이들이 돌아갈 농촌에도 일자리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생활 가능한 수입원이 마련되지 않는 귀농 귀촌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귀농 귀촌을 위해서는 일거리 창출과 함께 주거 문제와 적절한 쉼터 공간의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하지만 단호하게 415꼭지에 걸쳐 다양한 관점에서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한다. 1부에서는 먼저 어디서 살고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즉 합리와 정, 즉 고향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시골로 갈 것인지 등을 진지하게 따져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2부에서는 삶터에 대한 준비와 정착, 그리고 일터 마련을 위해 어떤 것을 조심하고 무엇을 살펴야 할지를 본인의 경험을 담아 설명한다. 특히 이 장에서는 이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우자에 대한 배려와 함께 쥐덫에 놓인 치즈를 조심할 것을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믿었던 사람들에게서 받은 상처를 이야기하며 귀농을 준비하며 만나는 이들이 악인인지 귀인인지를 잘 살필 것을 말하고 있다. 이어 3부에서는 귀농 귀촌에 따른 문제점을 짚어가며 나름의 제안을 던지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오직 공부, 또 공부 할 것을 권한다. 마지막 4부에서는 온전한 정착을 위해 경영 개념을 장착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 귀농 귀촌을 역설하면서 그에 대한 모델도 제시하고 있다.

 

젊어서는 고생도 사서할 수 있지만 인생 후반기를 준비하는 이들의 인생 통장에는 고생도 사서 할 만한 체력도, 자금도 무엇보다 시간도 그리 넉넉하게 담겨있지 않다. 오직 철저히 준비하고 또 준비하는 것만이 행여라도 있을 실패의 가능성을 없애는 지름길이다. 저자는 그 길을 먼저 가본 사람으로서 이 책에서 그 지름길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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