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3 : 약속 식당 특서 청소년문학 25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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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식당>이 집에 도착하자 읽고 있던 책을 잠시 덮고는 먼저 펼쳐들었습니다. 전편이었던 <구미호 식당>에 대한 인상이 특별했기 때문입니다. 책의 표지에 구미호 식당 3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네요. 우선 1편인 <구미호 식당>의 분위기와 별 차이 없는 겉표지 그림이 눈에 띠었습니다. 어둔 밤하늘의 초승달에 올라선 여우의 그림이 특별히 눈에 갑니다. 솔직히 이 책을 받고서야 구미호 식당의 2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세상 오디션>이라는 작품이네요. 나중에 이 책도 읽어봐야겠습니다.

 

<구미호 식당>을 읽었을 때는 몰랐는데 책의 뒤편에 실려 있는 작가의 말을 통해 작가 박현숙님이 어려서는 언니를 그리고 나이 들어서는 오빠를 먼저 떠나보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먼저 자식을 앞세우고 힘들어 하신 아버지의 모습을 담담히 그려 놓으셨구요. 하지만 그런 담담함 속에 아버지가 느끼셨을 아픔이 그대로 배어 나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저자의 그런 원체험이 일관되게 죽음으로 갈라진 이세상과 저세상의 인연을 다시 한번 엮는 이런 시리즈 작품을 쓰게 한 동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약속 식당>역시 <구미호 식당>과 기본 구도에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먼저 주인공이 불의의 사고로 죽습니다. 그리고 그는 다음 생의 길목에서 여우 만호를 만나 서로 계약을 맺지요. 여우의 영생불사를 위한 조건으로 죽은 자는 그의 다음 생의 환생을 포기하는 대신 일정 기간 현생으로 돌아와서 그가 이루지 못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계약이지요. 차이가 있다면 <구미호 식당>에서는 그 현생이 자신이 죽은 그 시간인 반면에 이번 책에서는 그 시기가 죽을 때의 시기가 아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죽을 때의 사람들도 죽어 그들도 다른 생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다는 곳으로 설정됩니다. 물론 당연히 주인공이 만나고 싶어한 사람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아무런 기억도 지니지 않은 채 태어나지요. 그렇지만 주인공은 넓은 연못에서 손톱만한 가능성을 가지고 현세의 원을 이루고자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는 다음 생도 포기하고 여우의 조건을 수락하고 말지요.

 

이야기의 결말은 구미호 식당과는 약간 다른 결로 마치게 됩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듯합니다.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다음의 구절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나는 말이에요. 그 사람에게 늘 말했었어요. 지금 세상에서 너에게 해줄 게 조금밖에 없어서 미안하다, 하지만 다음 생에도 나는 너를 만날 것이고 그때는 더 잘해줄 거다. 늘 최선을 다했음에도 늘 부족하다고 느꼈고 부질없는 약속을 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말이에요, 내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그 사람도 나랑 똑같은 말을 했거든요. 다음 생에도 나를 만나고 싶다고. 결국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어요. 부질없는 약속이었어요. 부족하다고 느꼈다면, 그 부족함을 채우려고 그 순간 더 애써야 했어요. 다음을 기약하지 말고요.”(p.212)

 

저는요, 만호님. 만호님이 다른 이에게 새로운 생을 달라고 제안할 때 꼭 그런 말은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살았던 그 세상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되었다고.” (p.240)

 

결국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아니었나 싶네요. ‘Here and Now.’ 예수와 부처가 이야기하고 수많은 철학자들과 문학가들이 이야기 한 바로 그 이야기. 그래요, 진리는 그리고 행복은 저 멀리 있지 않은 것이 아니겠지요. 파랑새가 바로 내 집에 있듯이 진리는 너무도 명확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우리는 이미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을 알고 있다는 것. 그것은 바로 지금 이 시간 나와 연을 맺은 이들에게 충실하고 그들을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 그것이 아닐까 싶네요. 오늘도 따뜻한 마음을 안고 <약속식당>의 마지막 장을 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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