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스팟을 켜라 책고래아이들 40
김영인 지음, 김상균 그림 / 책고래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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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스팟을 켜라! _ 김영인

 

표지가 매우 재미있는 책이다. 한 아이에게서 핫스팟이 뿜어져 나오고 그 아이들 주변에 핸드폰을 높이 치켜든 아이들이 모여있다. 표지만 보더라도 이야기를 대충 짐작할 수 있을 듯했다.

 

! 이게 뭐지?

 

작가의 말을 지나 목차를 본 나는 조금 당황했다. 핫스팟을 켜라는 책에 담긴 6개의 단편 동화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것도 첫 단편 동화가 아닌 두 번째에 담긴 동화였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작가는 왜 책 제목으로 정한 동화를 두 번째에 놓았을까?

 

첫 번째 이야기인 누구야 누구?’를 읽으며 40년 전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머릿니... 참 오랜만에 들어 보는 단어였다. 요즘에도 머릿니가 있나?

1980년대 초등학교 시절, 나도 머릿니가 있었던 오래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옛 추억에 빠져 글을 읽어 내려가던 중 살짝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문장이 나왔다.

머릿니를 옮긴 범인을 추적하는 주인공의 대사 때문이었다.

의사 엄마를 둔 아이를 범인에서 제외하고 할머니와 함께 사는 친구를 용의선상에 올리는 편견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있다는 것이 살짝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그것은 작가가 의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책에 담은 6개의 단편 동화는 하나하나 모두 의미 있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무겁고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누구야 누구는 부모들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별것 아닌(그냥 넘길 수도 있는) 것을 숨기기 위해 애쓰고 그러면서도 머릿니를 옮긴 범인을 찾고자 하는 우리 어른들의 모습을 꼬집고 있는 듯했다.

 

두 번째 핫스팟을 켜라역시 부모의 교육관과 소비 습관에 의해 아이들의 서열(?)이 정해지거나 친했던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는 사회 현상을 꼬집고 있었다.

 

세 번째 백솔이네 토마토밭은 점점 시골이 사라지고 계속해서 도시화로 변해가는 우리의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네 번째 엄마는 1학년은 다문화에 대한 편견과 비하 그럼에도 따뜻한 결말을 이끌고 있었다. 다섯 번째 자바시, 같이 가자!’ 역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불편하지만 따뜻하게 풀어냈고 마지막 카슽텔라는 고령화 사회 현상을 위트 있게 아이의 눈으로 풀어냈다.

 

동화책이라 생각하고 편한 마음으로 책을 손에 들고 읽었는데 뜻밖에 무거운 마음으로 책을 덮게 됐다.

 

아이들이 본다면 의미를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것이 담겨 있는 동화책이었다. 책을 읽고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며 여전히 나 역시 가지고 있는 편견의 불편함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핫스팟을 켜라는 따뜻한 이야기 속에서 반성을 불러오는 큰 울림이 있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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