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함께 얘기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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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방통 왕집중 ㅣ 초승달문고 6
전경남 지음, 김용연 그림 / 문학동네 / 2004년 7월
평점 :
2007년, 오늘은 살아가는 초등학생들의 삶은 어른들 못지않게 분주하다. 아이들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엄마들의 계획표대로 살아간다고도 말할 수 있다.
"신통방통 왕집중"에서는 현실감 넘치는 네 편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들의 고통을 해소하는 진지하면서도 익살스런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네 편의 이야기 모두 주인공인 아이와 엄마와의 대결구도를 가진다는 것이 하나의 특징이다.'5월 5일'에서는 어린이날을 엄마랄 동생이랑 함께 보내고 싶은 진석이와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하는 엄마, '뒤로 걸은 날'에서는 일요일을 엄마,아빠와 재미있게 보내고 싶은 민기와 늦잠을 자고 싶은 엄마, '살려줘 제발'에서는 비오는 날 학원에 가기 싫은 준환이와 꼭 학원에 보내야만 하는 엄마, '신통방통 왕집중'에서는 왕집중약을 먹지 않으려는 동우와 약을 먹이려는 엄마가 등장한다. 이러한 대결구도는 또래집단의 갈등과는 또 다른 흥미로 아이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그 갈들의 이면에는 아이들이 엄마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들이 숨겨져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아이들의 삶을 잘 아는 학부모이다.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의 삶을 꼼꼼하게 들여다 보았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살려줘 제발'에서 준환이는 '비오는 날에는 따뜻한 방에서 게임이나 한 판 하거나 만화책 보는 게 딱'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쉽게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주인공들의 일탈, 모험 등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판타지는 상상이 아닌, 현실 그 자체의 실감으로 존재하는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뒤로 걸은 날', '살려줘 제발'에서는 동물의 의인화로 나타난 판타지의 세계가 있다. 고양이 마을에서의 모험이나 자신이 죽이겨던 쥐와의 교감 등은 이 책을 읽는 새로운 즐거움이 될 것이다.
책읽기의 또 하나의 재미는 단편들과 잘 어우러진 삽화에서 찾을 수 있다.이 책에서의 삽화는 글의 이해를 돕는 부차적인 기능을 넘어서고 있다. '5월 5일'에서 삽화는 흑백처리로 정서적으로 깊이 있는 배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나머지 세 편에서의삽화는 만화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그림을 따라 읽는 재미를 주고 있다.
이 책은 초등학교 3학년 수준에서 읽으면 주인공과의 동일시가 적합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주인공이 되어 책을 읽고 나면 무조건적인 교훈이 아닌 간접경험을 통한 자기성찰과 자기성장을 얻을 수 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이 늘 옳다고 믿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겠다. 역지사지의 아량과 따뜻한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한다면 더욱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부모님들이 먼저 읽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