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연암 박지원 소설집 책상 위 교양 11
박지원 원작, 이가원.허경진 옮김 / 서해문집 / 200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의 힘은 박지원이 살았던 조선시대나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서나 변함없이 위대하다. 박지원의 소설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토막으로 읽거나 참고서에서 제목과 요점정리로만 대했던 것이 다였는데 이 책을 통해서 소설가 박지원과 그의 글들의 매력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방경각외전에 수록된 9편의 작품과 열하일기의 일부분으로 쓰여진 '호질', '허생', 그리고 '열녀함양박씨전'이 실려 있다. 각 작품들마다 인간성을 긍정하고 남녀귀천없는 인간 평등사상과 부패한 양반, 현실에 대한 비판이 풍자를 통해 주제로 드러나고 있다. 박지원은 당대 평민층의 모습을 생생하게 포착하는 사실주의적 기법으로 뛰어난 소설적 성과를 이룩했다.

각 작품 속의 인물들은 정화화되지 않았고 전대의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인물로 '광문자전'의 광문, '예덕선생전'의 엄행수, '마장전'의 송욱, 조탑다, 장덕홍 등이 등장한다. 여느 고소설들이 작품의 결미에 가면 모든 문제가 다 풀려서 주인공이 행복해지고 그로써 독자를 안심시키는 데 비하여, 연암의 작품에서는 쉽게 풀릴 수 없는 현실의 문제를 확인하고 각성시키고 있다. 글의 배경 또한 국내외를 아우르면서 자신이 본 넓은 세상을 다른 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있다.

박지원을 고문을 반박하면서 참다운 문학의 질은 이미 화석화되어 버린 옛말과경험을 답습하는 데 있지 않고 그 진정한 의미를 음미하면서 자신의 시대와 경험에 충실하는 데 있을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그만큼 그의 작품들의 문체는 자유롭고 읽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하는 유머와 위트가 들어있다. 이렇듯 주제나 구성, 문체 등이 고소설들과는 구별되는 탁월한 작품들은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감동을 주고 있다.

박지원은 젊은 시절 우울증을 달리래 위해 이야기꾼들을 불러다 놓고 기이한 인물이나 사건에 관해 들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들을 자신의 고뇌와 갈등 속에서 재구성해 창작한 것이 그의 작품들이다. 박지원은 타고난 이야기꾼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삶의 자세에 대한 성찰의 결과로 지어진 작품들이기에 세월이 지나도 생명력 있는 작품으로 오늘날까지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문학은 박지원에게 우울증을 치료하는 약이었고 자기 자신의 삶을 성장시켜 가는 도구였으며 세상과 대화하는 통로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그의 문학은 현대의 우리에게까지 말을 걸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다시 한번 이토록 위대한 문학의 힘을 실감한다.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이 이러한 문학의 위대함을 알고 성장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좀 더 희망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