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3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에 막 눈뜨기 시작할 무렵,, 강호동의 무릎팍도사에 워쇼쇼키 남매가 출연했었다.

평소에 TV를 잘 보진 않지만,매트릭스에 미쳐있었던 내가 좋아하는 감독들이 첫 국내방송에 출연하는 일인지라 유심히 시청했었던 기억이 난다.방송의 내용은 예능답게 재미위주로 갔었지만, 의례하듯이 한국의 어떤점이 좋냐,왜 클라우드아틀라스에서 서울을 선택했냐,,등등 한국에 관한 질문이 나왔었고,나도 뭐가 좋았을까?하며 같이 궁금해했었다. 그런데 뜻밖에 한국작가의 작품 얘기가 나왔고, 그 주인공이 바로 '나에겐 생소했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의 김영하 였다.


어쩌면 낯설 수 있는 한국 작가가 미국땅에 건너가 미국에 사는 세계적인 영화감독의 입을 통해 '김영하작가'라고 불려졌을 때의 그 충격..과' 한국에 사는 내가 왜 나는 그 작가를 몰랐을까?......'라는 탄식은 나로하여금 김영하 작가를 찾아보게 만들었고,뒤늦게 드물게하는 버스 정류장의 책광고 '살인자의 기억법'작가가 인정받은 그 작가라는 걸 알게되었다.


하지만 당시 소설은 내게 먼 분야라 그 유명한 태백산맥,토지,메밀꽃 필무렵 같은 대작도 접하지 않았어서 김영하 작가는 굉장히 낯선 이름이었다. 어린이 고전도 잘 읽지 못하는,한마디로 큰 그림을 그려가며 읽는 소설엔 잼병이라 김영하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하긴 했지만 당연히 자연스럽게 장바구니에서 제외되어 왔었다.

하지만 매트릭스,클라우드아틀라스를 볼때마다 김영하작가가 떠오르는 바람에 한참을 망설인 끝에 워쇼쇼키 남매를 믿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선택했고.차근히 소설로 빠져들어갔다.


처음엔 인생의 어떤 부분을 확장해서 느리게,하나 하나 관찰해나가는 듯한 소설의 느낌이 익숙하지 않았다.주인공들의 감정과 주변상황,여러 얽힌 상황이 나에겐 꽤 어려워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의 힘인지,소설의 힘인지,아님 군더더기 없이 말끔한 분량 때문이었는지 어느샌가 나는 고독한 주인공이 되어 있었고,

작가의 섬세한 감정과 지나치지 않은 묘사들로 인해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주인공의 심리가 되어있었다.


그렇게 이야기에 몰입해서 결말을 알기전엔 잠을 안자겠다는 오기로 끝까지 다 읽었는데,,

문제는,책을 읽은 시간보다 후에 생각한 시간이 몇배 더 길었다는 것이다.

책을 다 읽으면 '아~이렇게 끝났구나.이게 결말이구나'하고 기분좋게 덮을 줄 알았는데

소설은 나를 주인공과 이별하는 과정이 힘들게 만들었고,

소설속의 인물들과의 이별을 힘들게 만들었고,

그 후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었으며,

머릿속에서 그려본 그림들이 계속 따라다녀 현실과 분간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제목의 의미와 '그럼 잘가요'라는 작별인사가 주는 엄청난 충격이 며칠을 정신차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를 파괴한다는 것,,,,,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는 것...

'그럼 잘가요'라는 인사가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행했을 지도 모르는 의식같은 것..

그리고 그 의식을 상대방이 도와줄 수도 있다는 것..

너무나 완벽하고 자연스럽고,당연한 내인생에 대한 권리,자유가 파괴의 권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한동안 나를 심오하게 만들었었다. 물론 지금도 가끔 생각나서 골치아프게 하기도 한다.


내 삶은 전적으로 모두 나의 책임이고, 나에게 자유가 주어졌듯이 

나는 내가 가진 책임과 자유로 내 삶의 권리를 파괴할 권리 또한 갖고 있다.

아........한번도 생각해 본적 없는 당당한 내 권리..작가의 능력에 진심으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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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y81 2014-10-26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하하하...
제가 처음 이 소설 읽었을 때, 고1이었는데...
정말 그 때는 어떤 생각으로 이걸 읽었나 싶어요.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책사랑 2014-10-27 00:38   좋아요 0 | URL
앗!!^^ 그냥 끄적인 제 글에 이렇게 소중한 답글을 남겨주시다니!!
뜻밖의 선물처럼 감동이었습니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발자국 남겨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