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의 사랑 거장의 클래식 6
딩옌 지음, 오지영 옮김 / 글항아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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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의 사랑>, 딩옌 #도서제공

🏷소설의 주요 인물들은 이슬람교를 믿는 회족이거나 티베트의 불교 신자들이다. 작가 딩옌이 이슬람교를 믿는 중국의 소수 민족 둥샹족 출신으로, 티베트와 인접한 지역 출신이기 때문이다.

처음 수록된 단편인 <속세의 괴로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단편이 이렇다 할 사건이나 눈에 띄는 사고 없이 단조롭게 흘러간다. 주요 인물들은 모두 현실을 살아가고 있지만, 제 자리를 붙이지 못하고 먼발찍이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대부분 무심함에 지쳐 있고 쓸쓸해한다.

문장이 너무 서늘해서 그렇지 실상 엇갈리는 인물들이나, 서로를 향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속으로 갈무리해야 했던 얘기를 보면, 이 안에 비극도 있고 한도 있다. 단지 작가의 말에서 말한 것처럼, 딩옌 본인이 최대한 꾸밈 없고 기교 없는 문장을 목표하고 있기에 소설 전반에 무심하고 차가운 분위기가 흐를 뿐이다.

기교나 꾸밈이 없이 인간의 내면을 그려내는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좋아할 듯 하다. 감정을 다듬고 다듬어서 정말 서늘하고 차가운 문장으로 표현하는 점은 인상깊었지만.. 나에겐 몇몇 단편을 제외하곤 조금 심심하긴 했다. 개인적으론 <세 중국인의 삶>처럼, 절제된 문장으로 삶의 비극을 아주아주 밀도있게 표현하는 소설을 더 좋아한다. 이 책은 초반에 나온 두 편을 제외하곤, 호수에 잔물결이 이는 정도로만 감정을 표현하는 편이다. 특히 <늦둥이>는, 아이를 낳지 못한 여성이 남편에게 새로운 아내를 만들어주어 아이를 가지게 한 이야기인데, 도대체 무엇을 얘기하려고 했던 것인지 잘 이해가 안되었다🤔 그럼에도 앞에 두 편이 마음에 들었기에 호로록 서평을 남겨본다.

📖<속세의 괴로움>
어릴적부터 절에서 자란 샤오줘는, 정식 비구니가 되기 위해서 아버지를 만나야 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아버지의 여동생인 쑤스화를 만나 아버지를 찾아보지만, 고모 역시 아버지를 못 본지 오래이다. 그때부터 샤오줘와 쑤스화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 옛날 집이며 옛날에 알았던 사람들을 모두 찾아간다. 고요한 티베트 절의 풍경과 번잡한 속세의 모습이 어우러져 샤오줘의 고요한 마음속 호수에 물보라를 일으킨다. 날때부터 절에서 자라 그 어떤 고뇌도, 풍랑도 없었던 샤오줘는 아버지의 실종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되어 그 동안 알지 못했던 감정을 배운다. 이리저리 꼬인 매듭이 탁 하고 풀리는 순간, 인물들의 기구한 인연에 놀라고 허탈하여 나도 모르게 씁쓸해졌다.

🔖얽히고 설킨 인연을 내려놓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마음이 평온해지면 속세의 인연을 벗어날 수 있다. 마음에 아무 근심이 없으면 어디서든 초탈의 경지에 이를 수 있고 자유와 여유를 얻을 수 있다. (p.98)

📖<설산의 사랑>
마씨 집안에서 운영하는 골동품 가게에 불이 나 점원 자시가 죽게 된다. 마씨 집안의 막내아들 마전은 집안에서 보상금을 마련하는 동안 죽은 남자의 할머니와 여동생 융춰가 있는 집에 '인질'로 들어간다. 마전도 융춰도 단 한번도 속마음을 드러낸 적이 없지만,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은 아무리 감추려 해도 조금씩 삐져나온다. 눈 내리는 설산과 라브랑 사원의 풍경이 침묵으로 둘러싸인 마전과 융취의 모습과 어우러져 애틋함,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픔을 자아낸다. 융춰의 결혼식 날 마전이 선물을 전하고, 융춰를 뒤에 남겨 두고 오는 순간에도 전하지 못할 말들은 넘실거리다가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온 대지가 흰 눈으로 뒤덮여 모든 풍경이 흐릿하게 뭉그러지듯이.

🔖마치 모욕과 공포를 뒤섞고 고요함으로 끈적임을 더한 시커먼 소스 같은 것이 머리 위에서 흘러내려 그의 눈을 가리고 코를 뒤덮고 입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듯했다.(p.159)

🔖눈물 속에서 자신을 보았고 자신과 그녀의 관계를 보았다. 그것은 환상 속에 투영된 상상이었다. 실현할 길이 없었다. 그에게는 길이 없었고, 그녀에게더 길이 없었다.(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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