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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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 #도서제공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연애소설이 아니라 사랑하면서 겪는 정체모를 감정과 모순을 낱낱이 분석하는 심리 논문에 가깝다. "우정은 비겁의 한 형태이고, 사랑이라는 더 큰 책임과 도전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프루스트의 결론에 동의하는 여주인공 앨리스, 그녀는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사랑을 꿈꾼다. 앨리스에게 모든 걸 동의하진 않지만 꽤나 공감이 되는 감정들도 많았다. 사랑을 하게 되면 자기를 낮추거나, 단점을 끊임없이 돌아본다든가 하는 행동들 말이다. 알랭 드 보통은 여러 철학이론을 가져와 사랑과 연애라는 모호한 덩어리를 잘개 쪼개고, 이름을 붙이고, 도식화하여 설명한다. 혹시 현재 애정전선이 힘든 사람이 있다면 자기계발서 말고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이다🙄 아마 눈에 씌인 콩깍지를 없애고, 원래의 자신을 좀 더 찾게 되지 않을까?

사실 책을 읽다보면 에릭에게 아무말도 못하는 앨리스가 너무 답답했다. 앨리스는 어느 파티에서 에릭을 만나는데, 그는 잘생긴데다 어른스럽고(나이가 일곱살이나 많은데 당연하겠지) 커리어적으로도 잘나가는 남자이다. 그녀는 외로운 런던생활에서 에릭과 연애를 하며 활력을 되찾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에릭이라는 사람을 자기가 '아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그는 감정을 꺼내어 보여주는데 약하고, 앨리스가 조금이라도 관계에 대해 진지한 얘길 할라치면 대화주제를 바꾼다.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 에릭의 가장 큰 단점은, 상대방의 다양성이나 취향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내가 옳고, 당신이 이상한 취향을 가졌다고 치부하는 건 정말 최악이다.

🏷외모나 돈, 직장, 능력 등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는 것들 말고, 오로지 자신으로 사랑받고 싶다는 앨리스의 감정은 공감이 된다. 진짜 자신의 모습을 바라봐주는 사람이라면, 사랑받기 위해 나를 꾸며낼 필요도 없고 상대방의 사랑이 식을까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이런 사랑은 너무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사랑이다. 앨리스는 이런 열망과 이로 인해 비롯되는 자기비하에서 벗어나, 에릭과 자신의 관계를 고찰하고 돌아보기로 결심한다.

여기서 인상 깊었던 구절은 "타인들이 우리를 이해하는 폭이 우리 세계의 폭이 된다"는 것이다. 앨리스는 필립이라는 인물을 통해 자신이 그의 앞에선 장난스럽고 재치있은 사람이란 걸 알게 된다. 에릭 앞에서 앨리스는 감정적이고, 사소한 것에 집착하여 남을 귀찮게 하는 사람일 뿐이다. 앨리스는 에릭이 자신을 형편없는 사람으로 느끼게 만든다는 걸 드.디.어 깨닫는다. 앨리스가 사랑이 식은 뒤에야 에릭이 노력을 더하게 된다는 것이 너무 뻔해서 놀랍지도 않다. 실상 우리의 모든 연애는 이렇게 시작하고 끝나기 때문에 이 책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던게 아닐까.

이 책은 소설보단 어디 논문이나 철학 에세이에 있을 법한 책이다. 어느 누가 연애를 이다지도 철학적이고 심리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사랑하면서 겪는 심리적인 갈등이나 모순을 기둥, 기찻길, 현수교 같은 독특한 소재들로 설명한다. 도표나 도식화된 그림이 많아 정말 신선했다. 사실 요즘 시대엔 앨리스처럼 사랑타령하는 여주인공은 그리 인기가 많지 않지만... 따분한 사랑타령하는 소설로 이 책을 치부하기엔 작가의 통찰력이 너무 아깝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연애하면서 자기 자신을 잃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사랑의 권력은 아무것도 주지 않을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상대가 당신과 같이 있으면 정말 편안하다고 말해도, 대꾸도 없이 TV 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바꿀 수 있는 쪽에 힘이 있다.(p.171)

🔖비트겐슈타인의 주장을 빌리면, 타인들이 우리를 이해하는 폭이 우리 세계의 폭이 된다. 우리는 상대가 인식하는 범위 안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우리의 농담을 이해하면 우리는 재미난 사람이 되고, 그들의 지성의 의해 우리는 지성 있는 사람이 된다. 그들의 너그러움이 우리를 너그럽게 하고, 그들의 모순이 우리를 모순되게 한다.(p.312)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뿐 아니라 우리가 말하고 싶은것, 말하고 싶어할 수 있는 것까지 것 타인이 결정한다는 증거다.(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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