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편지
설라리 젠틸 지음, 최주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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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편지>,설라리 젠틸 #도서제공

  피묻은 편지로 꾸며진 표지를 열어 보면, 인기 작가 해나 타이곤에게 리오라는 남자가 보내는 팬 레터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이내 배경은 보스턴공공도서관으로 옮겨지는데, '나'는 테이블에 둘러 앉은 인물들을 살펴보며 이들로 소설을 쓸 구상을 한다. 온 몸에 문신이 가득한 '프로이트 걸' 마리골드, 하버드 로스쿨생인 '만화 주인공 턱' 윗,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잘생긴 남' 케인이다. 그런데 갑자기 도서관에 한 여자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며 테이블에 대화의 물꼬가 터지고, 이들은 눈깜짝할 새 친구가 된다.

  눈치를 챘겠지만 이 편의 화자인 '나'는 해나 타이곤이 아니라 그녀의 소설 속 주인공 '프레디'이다. 이 책은 고전적인 액자식 구성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데, 큰 틀은 책 속의 책인 프레디 이야기와 이를 읽고 해나에게 조언을 보내는 리오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심지어 프레디도 이 안에서 케인, 윗, 마리골드로 구성된 소설을 쓰고 있는데, 책 속의 책 속의 책 쯤 된다고나 할까? 심지어 여기엔 리오가 등장한다. 작가 해나가 쓰는 소설, 그 소설 속 프레디가 쓰는 소설, 그리고 리오의 편지가 얽히고 설킨 이 구성이 참 재미있다!

  어쨌거나 미스터리 작가인 해나 답게 프레디와 케인을 둘러싼 주변인물들이 하나씩 죽어나간다. 그런데 문제는 리오가 보내는 편지 속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는 것이다. 처음엔 해나의 호주식 영어단어를 미국인이 자주 쓰는 영어단어로 교정해주고, 소설의 배경인 보스턴에 대해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전해주던 리오는 점차 살인의 방식, 소설 속 플롯까지 지나치게 관여한다. 소설 속 살인자가 처음엔 필요에 의해 살인을 저질렀지만, 점점 그 행위에서 즐거움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건 거의 뭐 내가 살인범이에요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 책에 해나가 나와서 말하는 씬은 단 한번도 없지만 얼마나 소름끼쳤을까.

  사실 프레디나 케인을 중심으로 한 소설의 줄거리는 (재미는 있었지만) 엄청나게 흥미로운 건 아니었다. 프레디가 케인과 사랑에 빠지고 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딱히 나에게 와닿지는 않았으니까. 또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가 자신이 쓴 소설 내용대로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마가 있단 걸 알게 되는 것도 어떻게 보면 클리셰에 가깝다. 그런데 이를 액자식 구성으로 비틀어서, 소설 바깥에 살인마가 존재한다는 클리셰를 붙이니 갑자기 이 책이 엄청나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편지 형식으로 된 표지부터, "woman in the library" 라고 쓰인 가상의 소설 표지, 그리고 리오의 편지들이 이 책을 읽는 경험을 무척 재밌는 것으로 만든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소설 속 인물인 리오처럼 프레디와 케인 주위에 벌어지는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고 있지만, 동시에 <살인편지> 소설의 독자로서 리오라는 인물이 누구일지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심지어 케인은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까지 낸 작가이고 이는 해나의 소설에서 중요한 단서이기도 해서, 이 모든 것을 지어낸 설라리 젠틸이 얼마나 이 구성에 치밀하게 공을 들였는지 알겠다.(TMI로 범인 추리에는 또 실패하긴 함🥲 케인, 윗, 마리골드 중 누가 범인일지 추리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이긴 해서 추천!)

🔖처음에는 필요해서 살인을 저질렀지만 이후에는 살인을 그냥 즐기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진화하는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을 것 같았고요. 분명 그렇게 된 거라 확신해요. 타인의 목숨을 빼앗아보면서 어떤 존재를 손에 쥐고 있다가 촛불 끄듯이 죽여버릴 때의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전율을 경험하기 전에 자기가 살인을 즐긴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나를 투영해서 해본 얘기예요, 당연한 말이지만. (p.304)

#살인편지#설라리젠틸#위즈덤하우스#서평단

⭐️출판사 위즈덤하우스(@wisdomhouse_official )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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