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체면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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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완전하다고 말하지만, 법을 다루는 인간은 불완전하다. 그래서 법 또한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는 걸 <법의 체면>과 <완전범죄>을 통해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 두 편이 가장 재밌고 인상깊었다. 작가님이 판사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회의감과 안타까움이 보이기도 했다. 작가의 말에서처럼 "판사들한테 멱살잡힐"글인데, 판사로 재직한 경험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는 단편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인간의 욕망을 다룬 단편이나, "낙인"을 찍고 한 사람을 매도하는 사회 분위기 등 현실에 만연한 문제를 다루는 단편들도 흥미로웠다. 추리소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장르 스펙트럼이 꽤 넓어 놀랐다. 그치만 역시 최고는 법정소설.. 법조인의 경험에서만 나올 수 있는 독특한 시각이 일품이라 작가님의 다른 추리소설을 보고 싶어졌다.

📖<법의 체면>
  장물 혐의로 2심까지 유죄판결을 받은 노인이 억울함을 풀고자 연정에게 찾아온다. 연정은 상고기각으로 끝날걸 알면서도 노인의 간절함에 상고를 한다. 무언가 찜찜한 사건이지만 노인의 억울함을 풀 길은 없다. 그러나 연정은 이 사건 뒤에 더 큰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곧 깨닫는다.

🔖한 입으로 두말할  수 없다. 그것은 법의 체면이다. 그리고 그것은 법의 이치보다 더 중요하다.(p.57)

📖<당신의 천국>
  국회의원 최명환에게 한쪽 눈과 다리를 잃고 안타까운 처지에 놓인 여성이 찾아온다. 그녀는 대뜸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고 고백하며,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그너는 불우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결국에는 '막장드라마'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작가였던 것이다.
  여자의 고백은 흡입력이 있어 나도 모르게 집중하데 된다. 대체 누구를 죽였으며 어쩌다 이런 처지에 처하게 된 것인지 궁금해졌다. 사실 최명환을 찾아온 이유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고 살짝 개연성도 떨어진다. 하지만 한 사람을 낙인 찍어 매도하는 현재 사회의 분위기와 시청률을 위해 그 어떤 자극도 마다하지 않는 방송세태에 대해선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하다.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고요? 설마요. 선생님이 그 힘을 쥐기 전에는 자유를 달라고 부르짖지 않았던가요?(p.115)

📖완전범죄
  마사지숍 사장인 석지연은 자기 직원 방미래를 과실치사로 죽게 하여 재판을 받고 있다. 의사 출신의 검사인 '나'는 석지연이 고의로 방미래를 죽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여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그녀를 기소한다. 과연 석지연은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과실치사였을까?

  AI가 판결을 내리면 더 정확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아마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법에는 감정이 없지만, 판결에는 감정이나 개개인의 판단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는 단편이었다. 재판의 흐름도 흥미로웠고 마지막 반전까지 짜임새가 아주 탄탄했던 편이다

🔖어느 누구도 범죄라고 알아챌 수조차 없는 살인. 이보다 더 완전할 수 없는 완전범죄다.(p.195)

📖<애니>
  잠자는 동안 원하던 인생과 꿈을 체험할 수 있는 기계 프레디. 동한은 박사 금사원이 만든 프레디를 통해 성공적인 CEO로서 산 60년의 인생을 체험하게 된다. 그 다음으로 이상형의 여자와 연애를 하는 꿈을 체험하게 해달라고 하는데 자꾸 꿈이 어그러진다.

📖<행복한 남자>
  평범하고 자신감도 부족한 남성이 소개팅에서 만난 예쁜 여자와 행복한 연애를 시작한다.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연애는 점점 그 끝이 보인다. 남성의 심리묘사에 중점을 둔 소설이라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잘 공감하진 못할 것 같다. 원래 소설은 경험해보지 못한 걸 체험하는 거라지만, 그러기엔 심리묘사가 그렇게까지 뛰어나진 않다는 점이 아쉽다.

📖<컨트롤 엑스>
  한 과학자가 물체를 원자단위로 분해하여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마약 밀수 혐의로 도망자 신세를 면치 못한 강태수는 박사의 꼬임에 넘어가 이 전송기의 인체실험 대상이 되는데...
  읽는 내내 영화 <프레스티지>가 생각이 났다. 영화의 반전 트릭과 소설 결말도 굉장히 비슷하다. 소재가 흥미로웠고, 결말 이후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출판사 황금가지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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