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 낯선 경험으로 힘차게 향하는 지금 이 순간
조승리 지음 / 세미콜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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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서평단활동

전작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유쾌하고 솔직한 이야기들이 듬뿍 담겨 있다. '저런 사람'도 이 세상에 많다는 걸 온 몸으로 세상에 외치고, 회피하기 보다 직접 부딪치려 한다. 친구들에게 스무살 때 마흔 넘은 농촌 총각에게 팔려 갈 뻔한 경험을 어떻게 농담처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런 경험들을 농담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작가님의 유쾌함이 부럽다.

전작에서 앞이 안보이는 데 어떻게 시각장애 친구들을 데리고 대만을 갈 결심을 했을까 생각했는데, 그의 여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위험하다는 필리핀 클라크를 포함해서, 두만강, 백두산, 베트남 등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대만 가이드님처럼 착한 사람만 있는 경험은 아니었다. 필리핀에선 왠 양아치같은 가이드가 술을 엄청 먹고 일정을 빠꾸내질 않나, 베트남 하노이에선 계속해서 쇼핑을 강요하는 가이드도 나온다. 그래도 조승리 작가는 이 모든 경험들이 소중하다는 듯이 우리에게 모든 것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베트남 나트랑에서 겪었던 따뜻한 차별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여행 내내 비 케어풀이라 말하며, 버려야 했던 맥주를 몰래 챙겨와 챙겨주는 그 따뜻한 마음들이.

낯선 경험은 해외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그가 안마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 과거의 인연들까지 삶의 작고 일상적인 부분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인상 깊었던 점은, 작가 자신이 냉소적이고 때로는 비뚤어진 못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드러내는 점이다. 세상을 좋게만 보는 쇼핑도우미 분에게 심술을 부리기도 하고, 사촌동생 가영과 친구 윤이의 에피소드에서는 자신의 비겁함을 솔직하게 얘기한다. 장애인들이 순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부시고, 그것에 자신의 성격이 일조했음에 기분은 더러웠지만 뿌듯함을 느낀다. 나는 때때로 삐져나오는 그 심술궃음과 냉소적인 유머들이 너무 좋다. 너무 바르기만한 얘기보다 이렇게 인간적인 이야기들이 더 매력있달까.

모네 전시회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작가님은 장애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덕분에 용기를 얻고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고 말한다. 아마 이 전시회를 준비한 사람들도 그런 사람을 중 하나였으리라. 장애를 이해하는 것은 아마 불가할 것이다. 그래도 장애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한다.

수필집을 다 읽고 나니 눈 앞에 붉은 빛이 아른 거리는 듯 하다. 어스름하게 느껴지는 붉은 빛, 시끄러운 화약 소리, 그리고 논두렁을 쌩 하고 지나가던 빨간 폭스바겐의 잔상까지. 나는 작가님이 느끼고 묘사하던 방식으로 세상을 본다. 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탱고에 이어 플라멩코 춤을 배우는 도전에서 그의 용기를 배운다. 여전히 조승리 작가님이 말하는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다. 다음 수필집도 어서 만나보기를 기대한다. 작가님 글 많이 써주세요😉

🔖그날 밤 나는 친구들에게 스무 살 때 마흔 넘은 농촌 총각한테 팔려 갈 뻔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깔깔댔다. 진지한 내 친구들은 조금도 웃지 않았다.p.33)
🔖낮선 공간에 혼자 남아 있을 소년에게 말하고 싶었다. 아직은 도망칠 곳이 있으니 당신도 후회 없이 부딪쳐보라고. 오롯이 혼자인 일상이 더 이상 두렵지 않을 때 비로소 내가 어른이 되었음을 알게 될 거라고.(p.162)
🔖"우리에게 아직 문턱이 남아 있니?"(p.208)
(+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

🔖부모의 보호가 사라져도 우리는 어떻게든 살고, 살아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내 삶이 그 증명이다.(p.214)

🔖당신들이 말하는 "저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써야지.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릴 거야. 그게 내가 정한 나의 사명이야.(p.224)

🔖창 밖에는 보이지 않는 불꽃이 평평 연속해 터졌다. 나는 야속한 하늘에다 대고 엄마처럼 울화를 쏟아냈다.
"불꽃 따위 안 보여도 난 잘 먹고 잘 살 거다. 이 더러운 세상아!"
나는 내 행동이 우스워 그때처럼 낄낄낄 웃었다.(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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