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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처럼 연출하다 - 방송 인생 35년 쌀집 아저씨의 PD 연대기
김영희 지음 / 애플북스 / 2024년 9월
평점 :
🎥 김영희PD, AKA 쌀집아저씨
나영석, 김태호가 있기 전에 김영희PD가 있지 않았을까? 예능에서 PD가 처음으로 연예인과 직접 대화를 했던 것....
아주 어린 나이부터 김영희PD의 프로그램을 보고 자랐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모든 프로그램이 생각나고 몇몇 에피소드는 또렷이 기억도 나는 것이 참 신기했다.
이 책은 쌀집아저씨 김영희PD의 35년 방송 인생을 돌아보는 에세이로, 한국 예능의 역사를 새롭게 써온 김영희의 지나온 시간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몰래카메라", "양심냉장고", "칭찬합시다",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느낌표", "나는 가수다" 등을 기억하고 있는 나는 이 에세이의 구석구석이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이 책은 김영희가 PD로서 쌓아온 성공적인 경력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루며, 창의적인 연출 철학과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깊은 애정을 엿볼 수 있다.
김영희의 작업에는 언제나 "밝고, 재밌고, 진지한"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진심이 담겨 있었고, 그 진심은 늘, 언제나 통했다.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자신의 삶과 PD로서의 경력을 반추한 이 책은 김영희PD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15.
늦은 밤, 계속 된 리허설에 스태프들이 지쳐갈 무렵 나훈아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악단 여러분, 나는 노래한 지 54년 되었는데요, 그래서인지 나는 쇼가 성공하는 방법을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그게 뭐지?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연습입니다. 연습밖에 없습니다. 자, 연습 시작합시다!"
70이 넘은 노익장의 말에 다시 연습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훈아 쇼>는 또 한 번 대성공을 거두었다.
왕이 왕인 이유를 나는 확실히 알고 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25.
"성공이란 '어린아이에게서 사랑받는 것' 그리고 '자주, 많이 웃는 것" (랄프 왈도 에머슨, <무엇이 성공인가?>)
어린아이는 잘 웃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점점 자라면서 잘 웃지 않게 된다. 어른이 되면서 내 안의 어린아이를 점점 잃어버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에머슨의 말이 맞다. 웃지 않는 사람보다는 많이 웃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다.
35.
현장을 장악하려면 스태프들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 어떤 상황에도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어야 했다. 밤잠을 자지 않고 연구하고, 준비했다. 녹화 전날이면 밤새기 일쑤였고, 촬영이 끝나면 편집하면서 또 밤을 새웠다. 그날 이후, 35년간 나는 게으른 pd가 되지 않았다.
90.
참 재수도 없었다. 'TV는 냄새가 안 나니까, 슬쩍 방송을 내보낼까?'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 앞 유리창에 붙어 있는 스티커가 눈에 들어왔다.
장애인 스티커.
'그렇다면 혹시?' 반쯤 내린 창문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알코올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일그러진 얼굴의 운전자는 그야말로 온몸이 경직되어 있었다. 음주운전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했다.
"안녕하세요? 집에 가시는 길입니까?"
그리고 그 다음, 내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에, 에, 에...... 네!"
그는 얼굴의 온갖 근육을 움직이며 한마디를 위해 온 힘을 다헀다. 힘들게 힘들게 입에서 흘러나온 외마디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인터뷰 준비에 들어가면서 스태프들에게 일일이 당부했다.
"저 사람이 아무리 말을 느리게 해도 카메라를 꺾지 마라. 조명이나 마이크도 끄지 마라."
이경규에게도 부탁했다.
"아무리 답답해도 끝까지 들어주라. 말을 끊지도 말고, 말하는 걸 도와주지도 마라!"
이렇게 방송 역사에 길이 남을 인터뷰가 시작됐다.
...
그 다음,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질문이 이경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신호는 왜 지키신 겁니까?"
...
"저, 저, 느, 는, 느........늘, 지, 지켜요!"
단 여섯 마디를 하기 위해 긴 시간이 걸렸고, 스태프 중 어느 누구도 그의 말을 거들어주거나 카메라를 꺾지 않았따. 그리고 그 감동적인 인터뷰는 단 한마디도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방송됐다.치어리더들이 뿌린 축하의 눈꽃 가루는 우리의 마음속에 포근하게 쌓여갔다. 기적은 첫눈처럼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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