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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만년 살 것 같지? - 멸종위기 동식물이 당신에게 터놓는 속마음 만화에세이
녹색연합 지음, 박문영 만화 / 홍익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며칠 전, 이상기후로 인해 얼음이 녹아 북극곰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이전에도 뉴스로 가끔씩 접했던 소식이지만 피부로 와닿지는 않았는데, 황사나 미세먼지, 이상 기후 등의 환경 문제가 나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니 이제서야 새삼 북극곰의 안타까운 소식에 조금 더 귀기울이게 됩니다. 그나마 사람들에게 친숙한 이미지의 ‘북극곰’이어서 수많은 멸종 위기의 동물들 중 이만큼의 주목이라도 받게 된 건 아닌가 미안하면서도 씁쓸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302/pimg_7031601151854088.jpg)
사실 멸종위기 동식물에 대한 이야기는 이따금씩 뉴스로나 접할 뿐,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상 피부로 느끼며 살아가지는 못합니다. 도심지가 많아지고 자연과 접하는 일이라고는 취미로 등산을 하거나 사람들이 만든 환경인 동물원이 고작인 우리에게, 멸종되어 가는 동식물을 떠올리기란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래서 <천년만년 살 것 같지?>를 읽으며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볼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심을 가지지 않는 시간동안 500년이 넘은 나무가 잘려나가고, 여러 생명과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갯벌은 이미 매립되었거든요. 기후 변화로 인해 겨울의 가뭄과 여름의 폭염에 생활이 힘들고, 농작물에 영향을 끼치는 줄은 알았지만 나무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이겠네요.
모든 생태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 그들의 생존 문제는 결국 우리의 미래가 됩니다. 하지만 내가 지금 하는 행동의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인과관계를 알기 위해선 노력과 수고가 필요한 메커니즘,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행동이 나에게 어떤 영향으로 돌아오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환경이나 동식물보호에 무관심했던 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동계올림픽 개최지에서 탈락되자 축배를 든 뮌헨의 주민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의 문화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빨리빨리와 성과위주의 문화, 경제적 부요함에 대한 선망 등은 빠른 시간 내에 지금의 경제 성장을 이루는데 기여했지만, 그 반대편엔 오래된 것을 수호하고 함께 성장하며 살아가는 등 성숙과는 거리가 먼 삶의 태도가 당연한 듯 자리 잡지 않았나 하구요.
그래서 나도 이웃도, 그리고 동식물도 함께 잘 사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의식의 향상이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러려면 저처럼 무관심했던 사람들이 현실을 알아야 하고, 또 당장 편안하고 쉬운 것을 택하는 대신 조금 불편하고 번거롭더라도, 덜 이익이 되더라도 자연을 위하는 선택을 기꺼이 해야 하는 것이지요. 생활에서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실천 방법들도 있습니다. 모피나 울, 구스다운 패딩 등 동물을 해하면서 얻어진 옷감 사지 않기, 일회용 대신 다회용 사용하기, 한 달에 네 번은 고기 없는 날로 정하기, 차를 좀 덜 이용하기, 환경보호 단체에 관심을 가지고 후원하기 등을 통해서 조금씩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절약하는 것은 돈을 아낀다는 것을 넘어선다’는 책의 한 구절을 마음에 두면, 실천이 조금은 쉬워지지 않을까요.
멸종 위기의 동물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되는 것은 결국 우리에게도 돌아옵니다. 쓰레기를 줄이면서 쓰레기 매립장을 덜 만들어도 되고, 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은 줄어들게 됩니다. 전기를 아끼면서 에너지를 절약한 것은 송전탑과 원자력 발전소를 세울 부지를 덜 필요로 하게 됩니다. 오염된 공기, 올라가는 집값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물건을 구입하고, 더 움켜쥐는 대신 지금 우리의 생활방식을 바꿔보는 것이 의외의 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앞으로 동물백과사전에서 그림으로만 보게 될 많은 멸종위기 동물들을 살아있는 동물로 볼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르지요. 빨리 결과가 나오는 일이 아니기에 조금 더 멀리까지 내다보는 안목과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보호하는데에 앞장서는 이들에게도, 또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 모든 이들에게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