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사 진술 감정 수사 - 시인 수업
조동범 지음 / 슬로우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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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시(詩)는 그리 어려운 영역이 아니었는데 교과서를 벗어나자 시가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그건 아마도 교과서에서 만나는 시와 시어의 의미는 어느 정도 사람들이 공유하는 '해답'이 제시되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누군가는 그저 느끼는 그것이 정답이라고 말하지만 답지가 없는 시는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고, 그래서 시집이나 시는 소설이나 다른 종류의 책에 비해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묘사 진술 감정 수사>의 제목에 있는 개념들도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고, 이 책이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묘사 진술 감정 수사>는 제목대로 '묘사, 진술, 감정, 수사'의 네 부분으로 구분되어 각각의 개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개념의 의미, '묘사'와 '설명'처럼 비슷하거나 헷갈릴 수 있는 다른 개념과의 비교, 개념을 보여주는 예시를 중심으로 시에서 각 개념이 어떻게 쓰이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설명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시적 표현이며 그저 감정의 표출이 아닌 예술작품이 되는 것인지, 또 어떤 작품이 좋다고 여겨지며 반대로 발전이 필요하다고 평가받는지와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감정 과잉'이나 '대상과의 거리', '직설적 표현' 등의 개념을 통해서는 시를 비롯해 다른 예술 작품에서도 느꼈던 아름다움이나 불편함의 이유도 알 수 있었구요. 느낌은 있지만 설명하기 힘들었던 부분들이 이해되었달까요.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말하는 '지배적인 정황과 시적 순간'은 시를 쓰는 것이 단순히 '기술의 함양'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보고 느낀 것, 사유와 통찰을 어떻게 표현해 내는가와 함께 누구나 볼 수 있는 물리적 대상일지라도 남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며, 그것은 저자의 표현을 빌린다면 '처절한 사투의 과정'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것도요. 책에는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단어나 내용이 등장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잘 따라가다 보면 책 표지의 문구처럼 '시를 읽고 싶은' 사람과 '시를 쓰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각자의 시 세계가 넓어지는 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 받았으며, 내용에 대한 요구 없이 저의 견해가 담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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