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수업 - 자신에게 몰두하는 일은 왜 인생을 망치는가
로버트 프리츠.웨인 스콧 엔더슨 지음, 박은영 옮김, 알렉스 룽구 감수 / 라이팅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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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자존감'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의 다른 해석이 있는 듯합니다. 한 쪽은 '부족하거나 미숙한 자신의 모습까지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는 경우. 다른 하나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만을 말하는 경우처럼요. <정체성 수업>의 저자 로버트 프리츠와 웨인 스콧 엔더슨이 말하는 '자존감 운동'은 후자에 속하는 듯하며, 저자는 책을 통해 이에 몰두하는 것이 오히려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합니다.


<정체성 수업>의 저자 중 한 사람인 로버트 프리츠는 경영 컨설턴트이자 교수, 작곡가, 감독, 작가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적인 결과물을 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정체성에 집중하는 '자존감 운동'이 '낮은 자존감은 온갖 불행을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신념은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것과 하등 관계가 없으며, 삶의 중심을 '내가 누구인가'보다 '인생에서 정말 이루고 싶은 것'에 집중한다면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며 자존감 운동에 반대하죠. 그 근거에는 우리의 삶이 '구조'에 의해 작동된다는 저자의 믿음이 있습니다. 사물의 전개는 보이지 않는 구조로 결정되는데, 각 구조에 따라 비슷한 자리에서 앞뒤로 움직이는 '진동',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전진'의 두 가지 유형의 패턴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한 가지와 다른 한 가지의 차이에 의해 형성되는 '긴장'은 해소, 다른 말로 '평형'을 추구하며, 이 구조적 긴장이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구요. 그런데 우리가 가진 '이상'과 '이상과는 다른 신념' 또는 '현실'이 상충할 때 이는 충돌하면서 진동 패턴을 만듭니다. '저자는 이를 '구조적 충돌'이라 말하며, 우리가 자신에 대한 '달갑지 않은 견해-정체성'에 대한 우려를 없애버리면 근본 구조에 변화가 일어나 전진 패턴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긍정적 사고, 확언, 재능, 완벽주의, 역할과 고정관념, 편견, 광고' 등 저자는 우리가 흔히 삶에서 겪는 문제를 설명하는 지배적인 개념들이, 실제로는 우리가 알고 있는바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구조'라는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가치'와 '이상', 구조, 평형 등 용어의 정의를 분명하게 짚어준 것은 이 책의 장점입니다. 삶의 인과를 구조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나 이에 대한 설명에도 공감 가는 면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반대하는 내용을 기반으로 한 설명보다는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중심으로 한 설명에 더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자의 전작을 읽을 때 새로우면서도 숙고해 보고 싶은 개념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조금 어렵다고 느꼈기 때문에 대중을 위해 썼다는 이 책의 내용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더불어 저자가 관심을 가지라고 권하는 '내가 원하고 바라는 삶'을 살기 위한 수단으로 정체성 찾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너무 오래 외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알기 힘들기 때문에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찾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저자의 예시에 등장하는 여러 유명인들처럼 직업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남겼으나 스스로에 대한 괴로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볼 때, 저는 여전히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건강한 개념으로 자리 잡는 일은 인생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명한 접근이 필요하겠지만요. 몇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주장은 제가 고민하는 문제에 닿아있어서 이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생각을 진행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후회되는 일들을 돌아봤을 때, 정체성 문제에 매여있지 않았더라면 삶에서 '전진'하는 패턴의 결과를 얻었을 거라 예상할 수 있었거든요.


저자는 '살고 싶은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일'에도 시간이 걸리고, 실수 역시 필연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해내지 못할 거야'와 같은 류의 '자신에게로 향하는 관심'을 끊고 인생 구축 과정에 집중한다면 오히려 원하는 결과를 얻는데 가까워지게 된다고 합니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이 한 쪽만을 대변하는 점은 아쉬웠지만, 삶의 인과를 구조적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은 여전히 흥미롭고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기회에 책꽂이에 꽂아둔 저자의 전작을 다시 꺼내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 받았으며, 내용에 대한 요구 없이 저의 견해가 담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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