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집밥을 좋아하지만 지쳐버린 이들에게
고켄테쓰 지음, 황국영 옮김 / 윌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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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을 하면서 취미 혹은 도움의 영역이었던 '식사를 위한 과정'은 오롯이 저의 몫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막막했고 부담스러워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습니다. 제 마음을 들여다보니 음식을 통한 건강에 관심이 유독 많으신 엄마의 말과 행동이 제 안에 오롯이 남아 '영양의 균형, 매 끼니 차려먹기' 등과 같은 것들에 큰 압박을 느끼고 있더라구요. 그러던 차에 코로나와 이후 급체, 장염 등으로 고생을 하면서 제가 가진 기준의 합당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대접하는 요리까진 안되더라도, 나를 위해 챙기는 끼니는 꽤 재미있게 느껴지게 되었구요.


'일본의 백종원'이라고도 불린다는 <사실은 집밥을 좋아하지만 지쳐버린 이들에게>의 저자 고켄테쓰, 한국 이름으로 '고현철'씨는 한식 연구가 어머니를 둔 일본의 유명 요리 연구가라고 합니다. 오사카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 한국인이라 그런지 책에서 소개하는 그의 요리에는 일본과 한국의 재료나 소스가 어우러져 있습니다. 요리 연구가인 저자는 자신도 요리에 대한 여러 가지 이상을 갖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가족에 대한 애정 표현, 보기 좋고 영양도 균형 있게 맞추기, 가짓수도 많이', 이에 더해 '손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파는 반찬이나 인스턴트식품을 구매할 때 느껴지는 죄책감'이라는 압박감도 갖고 있었구요. 그런데 저자가 가진 이상과 압박감은 낯설지 않았습니다. 저자와 일본의 엄마들뿐만 아니라 엄마와 나, 주변에서 보이는 '한국의 엄마' 등 우리들의 것이었거든요. 그러던 저자는 자녀가 늘어나고 코로나로 인해 가족 모두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신의 이상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가 만난 외국의 가족들에게서 '~해야만 한다'는 기준 대신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을 분별하고, 할 수 있는만큼을 감당하는 모습을 배우기도 하구요.

사실 저는 처음 요리를 시작했을 때 많은 분들의 SNS에서 보이듯 음식과 밥상을 예쁘게 잘 차려 먹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그럴 실력이나 재능은 없고, 그 결과물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에도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쁜 밥상과 요리는 다른 분들의 것을 보면서 감탄하는 것이 내 몫이구나 싶구요. 대신 예쁘지는 않지만 간편하게 끼니를 챙기고 설거지 거리를 줄여 휴식 시간을 갖는 것이 지금 나에게 잘 맞는 '스스로를 챙기는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더불어 이제 요리를 막 시작했으니 많지 않아도 적당한 갯수의 재료를 사용하고, 영양소를 챙기는 것은 한 끼 단위가 아닌 하루 혹은 며칠 단위여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리와 식사에 대한 저자의 경험담과 조언과 함께 설거지 거리를 줄이기 위한 한 그릇 사용, 요리한 냄비를 그대로 테이블에 올리는 등 '요리의 부담을 줄여주는 제안'이 위안과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에 더해 집밥과 애정의 관계, 부모의 역할 등 집밥으로 인해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분들이라면 위로가 될 만한 이야기들도 많았구요.


집밥에서 시작된 이야기지만 내가 가진 '기준', '~'해야만 한다'고 여겨지는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나에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나 의무는 저자의 표현대로 '이상'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상은 현실을 고려하고 반영하여 잘 조정해 나갈 때 나에게 유익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저자가 알려주는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레시피와 매일의 식사 준비를 가볍게 만들어줄 조언, 여러 가지 기준과 이상에 대한 성찰 등은 제목 그대로 '집밥을 좋아하지만 지쳐버린' 많은 분들에게 여러모로 유익할 듯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 받았으며, 내용에 대한 요구 없이 저의 견해가 담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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