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눈을 심어라 - 눈멂의 역사에 관한 개인적이고 문화적인 탐구
M. 리오나 고댕 지음, 오숙은 옮김 / 반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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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성경을 읽었던 저는 '보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따금씩 생각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거기 눈을 심어라>의 저자가 말하듯 성경에는 '보는 것과 눈멂'에 대한 몇몇 구절이 있는데, '보아도 보지 못하며 들어도 듣지 못한다'는 구절과 함께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인체의 시력이 좋다'는 것과 사실 혹은 진실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해왔죠. 더불어 어려서부터 안경을 썼던 저로선 일상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불편한 일'이라는 정도의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거기 눈을 심어라>를 읽으면서 시각장애인은 일상에서 '눈멂'에 대한 수많은 편견을 겪고 있겠구나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가이자 공연예술가, 교육자인 <거기 눈을 심어라>의 저자 M. 리오나 고댕은, 망막이영양증에 의해 열 살 무렵부터 시력이 나빠지기 시작했고 책을 쓰는 동안 시야의 대부분을 잃었다고 합니다. 독특한 이 책의 제목은 시인 '존 밀턴'의 <실낙원>에서 가져온 것이구요. 저자는 보지 못하는 이들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에 대해 반대합니다. '눈먼 사람은 신과 대화하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아주 간단한 일조차 해내지 못하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시각 중심적 문화의 편견처럼, 비장애인들은 시각 장애인을 자신과는 다른 어떤 존재처럼 인식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자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저 시각의 결핍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말합니다(p.68)

책 전반의 분위기는 시니컬하면서도 억눌러진 분노 같은 감정이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아마도 저자의 삶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접하는 이야기들을 통해 수많은 선입견이나 편견을 마주했어야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끔 영상 매체에서 등장하듯 시각장애인이 손으로 얼굴을 만져 상대를 인식하고자 하는 것은 정작 시각 장애인이 하지 않는 행동이라는 것, 낯선 여행지에서 보는 것 외에도 냄새나 소리 등을 통해 그들 역시 충분히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 등 시각 장애인을 떠올릴 때 연상되는 많은 부분이 사실은 그들 자신이 아니라 '보이는 사람' 중심으로 기술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말하듯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기대하는 것, 즉 비장애인에게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고, 장애물을 극복하는 씩씩한 개인의 힘을 믿게 만드는 식의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이야기인 '영감 포르노'(p.17) 식의 접근이 사회에 얼마나 만연해 있는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비단 시각 장애에 대해서 뿐 아니라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바 안에서 상상하곤 하죠. 그래서 이 책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해로 인해 잘못된 대우를 받고 있는 이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경험자만이 알 수 있는 사실에 대해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니까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 받았으며, 내용에 대한 요구 없이 저의 견해가 담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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