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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조건 - 융 심리학으로 보는 친밀한 관계의 심층심리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7월
평점 :

책의 제목과 표지의 그림을 보고 로맨틱한 무언가를 기대했다면,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사랑의 조건>의 저자는 마법 같은 동반자라는 것은 없고, 자신의 연애 관계를 망치는 것은 자기 정신의 폐기물이며, 우리가 친밀한 타자, 조직이라는 타자, 그리고 신이라는 절대 타자와 맺을 수 있는 최고의 관계는 우리가 자신과 맺는 관계의 함수 (p.264)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구절에 동의한다면, 이 책은 매우 흥미롭고 생각할 거리를 줄 것입니다.
<사랑의 조건>의 저자 제임스 홀리스는 융 심리학의 권위자입니다. 그는 '우리가 타인과 맺는 애정관계의 질은 우리가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와 정비례한다'는 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사상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자신과 맺는 관계는 무의식 수준에서 작동하며, 이것은 타인과 심지어 신과의 관계에서의 역학관계에 반영된다구요. 따라서 신을 포함한 타인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 상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애정 어린 행동은 자신과의 관계를 더 의식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우리가 최초로 맺는 관계(부모)가 우리의 주요 패러다임이 되며, 이를 스스로 의식화하지 않으면 이를 반복하는 게 마치 '숙명'처럼 느껴질 만큼 우리의 관계의 모습을 만든다고 말합니다. 그때 우리는 과거에 사로잡힌 포로일 뿐 이며, 사로잡혀 있으면서 정작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감옥 (p.41)에 갇혀있다구요. 인간의 최초 관계인 부모와의 관계부터 짚어나가며 그것이 현재 우리의 연애를 비롯한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를 융의 이론을 빌려와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초점은 '생존'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켰고, 낭만적 사랑이 종교적 수준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새롭게 일깨워주었습니다.
저자는 타자가 우리를 구원해 주리라는 기대를 버리는 것은 우리 삶에서 가장 어려운 과업 중 하나(p.156)라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저자 역시 사랑에 긍정적이지만, 신성한 낭만, 마법 같은 동반자 와 같은 개념이 오히려 사랑을 경험하는 데 걸림돌이 되며, 이를 치워야 한다는 것이죠. 만약 꼭 연인이 아니더라도 반복적으로 나를 지치게 하거나, 건강하지 않은 모습의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적어도 그것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문제인지, 그리고 그것이 나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도와줄 것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 받았으며, 내용에 대한 요구 없이 저의 견해가 담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