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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너무 가혹한 당신에게 - 내 몫이 아닌 비합리적 죄책감과 이별하기
일자 샌드 지음, 정지현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1월
평점 :

잘못을 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볼 때면 뭐라 말로 설명하기 힘든 아주 생경한 느낌이 듭니다. 화가 나기보다는 오히려 이질적인 무언가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그런가 하면 반대로 너무 깊은 혹은 잦은 죄책감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책의 제목처럼 '자신에게 너무 가혹한' 사람이요.
양심의 가책은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가 되거나 자신이나 타인의 가치관에 어긋나는 어떤 일을 저질렀다는 괴로운 감정 입니다(p.18) <자신에게 너무 가혹한 당신에게>의 저자 일자 샌드는 양심의 가책, 혹은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려고 노력하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인 동시에 우리를 성장하게도 하거든요. 하지만 죄책감 중에는 상황에 비해 너무 큰 죄책감인 '비합리적인 죄책감'도 있습니다. 이는 현실에 대한 잘못된 해석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으로, 저자는 자신의 죄책감을 마주하고 그것이 요구하는 바를 살펴보라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러면 자신의 죄책감이 지나치거나 불가능한 요구를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을 아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비합리적인 죄책감 뒤에 숨어있는 자신의 숨기고 싶은 욕구를 마주하고, 통제는 내려놓고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은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막고 마음을 편안하게 도와준다고 합니다.
인생의 신조나 행동 원칙이 과도하게 엄격하다면 원칙 고치기가 도움이 될 거라는 조언은 평소 스스로와 주변인을 보며 생각했던 부분이어서 매우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잘못된 상황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므로, 영향력의 비중을 따져 보라는 권유는 '나에게만'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생각했던 부분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게 도와주었습니다. 나에게만 모든 잘못의 책임이 있었던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힘을 과대평가하는 의미가 되는구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구요. 이외에도 기대치, 피해의식, 자기 수용 등 지나친 죄책감과 관련된 여러 개념에 대해 저자는 자신과 상담자로서의 경험에 바탕한 조언도 들려줍니다.
저자의 권유 중 하나인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을 내려놓으며 그것에 대한 작별 인사를 실천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슬픔의 감정이 더 크게 느껴졌지만 차분히 생각할수록 마음의 홀가분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붙들고 있었을 땐 바라는 바와는 반대의 결과만 얻었는데, 그것을 떠나보냄으로써 오히려 현실적인 기대에 기반한 더 좋은 관계가 기대되었고, 덤으로 마음의 홀가분도 얻을 수 있었거든요.
'자신에게 너무 가혹한 사람은 남에게도 가혹하다(p.234).'라는 저자의 말에 마음 깊이 동의합니다. 그건 단순히 자신을 대하는 태도일 뿐만 아니라 저자가 말하는 '나의 원칙', 달리 말하면 내가 가진 사고방식, 가치관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나에게 친절해지기 위해 행동을 달리해보는 것과 함께 내 마음을 좀 더 들여다보고 알아주어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나의 비현실적인 원칙을 보다 현실에 적합하게 수정하거나 적어도 다른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면, 이전보다 한 발짝은 성장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 받았으며, 내용에 대한 요구 없이 저의 견해가 담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