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세습 - 중산층 해체와 엘리트 파멸을 가속하는 능력 위주 사회의 함정
대니얼 마코비츠 지음, 서정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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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방영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은 흥미로운 스토리와 소재배우들의 연기력 등으로 큰 화제를 낳으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엘리트' 교육을 받게 하고, 그에 합당한 직업을 갖게 하기 위한 부모의 노력은 우리가 직접 경험을 했든 들어서 알고 있든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사회에서 인정받는 학벌과 고소득 직업을 가진 부모가 자신의 자녀에게 자신과 비슷하거나 나은 정도의 학벌, 직업을 갖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오늘 우리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튜버들이 인기를 얻고 각자가 가진 유일한 경험과 생각이 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지금의 변화가 더 반가웠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능력주의'에 속하며 이것이 가진 다른 면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능력과 노력, 즉 태생이 아니라 성취에 기반을 두고 사회적, 경제적 보상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능력주의'는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이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개념입니다. 이전의 계층 제도였던 귀족주의와는 다르게 모두에게 자유와 기회를 보장하며 개인과 공공에도 이익을 약속하는 능력주의이기 때문인지,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엘리트 세습>의 저자 대니얼 마코비츠는 능력주의가 혜택을 집중 시키고 해로운 불평등을 고착한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능력주의의 '오류' 때문이 아니라, 능력주의 그 자체가 문제라고요. 

우리는 능력주의가 누구에게나 기회의 평등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공정하기 때문에 누구나 노력하기만 하면 합당한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이상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주요 대학 학생의 부모 직업, 소득 수준 기사나 주변 사람들을 보아도 이 말이 사실이 아님을 우리는 느끼고 있습니다. 좋은 학벌, 고소득 부모를 가진 자녀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받을 수 없는 교육을 받으며 손에 꼽히는 학교에 들어가고, 고소득 직업을 얻는 루트를 걷게 됩니다. 저자는 이러한 엘리트 세습이 중산층의 숫자와 소득을 줄일 뿐만 아니라, 엘리트 계층이 불안감 속에서 자신을 도구로 한 착취와 치열한 근로, 인격을 망가뜨리는 대가로 막대한 근로 소득을 얻게 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능력주의에 대한 불만을 시대순으로 제시하여 계층 체제가 어떤 인적 피해를 낳는지, 능력주의로 인한 혜택의 불공평한 분배와 그 원인, 중산층과 엘리트 계층에 끼친 영향의 메커니즘, 능력주의 체제의 작동 방식, 그리고 능력주의는 노동력이 원천인 신 귀족 제도와 같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능력주의에 따른 불평등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능력주의에서 탈출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주장합니다. 더불어 능력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 '교육'과 '직장'면에서의 개혁 방안을 제시합니다. 


설사 엘리트 부모가 자녀를 위해 교육과 직업에 지금과 같은 열심을 쏟지 않는 대도, 이미 가정에서 보고 배운 것들만으로도 사람들은 너무나 다른 시작점에 서게 되는구나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의 사회 구조로는, 계층 간의 격차와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요. 그런데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도 그랬듯, 자리에 이르고자 하는 사람은 그곳에 이르기만 하면 행복할 것 같지만 이미 자리를 차지한 사람도 온전한 자신으로 행복하지 않기란 마찬가지였습니다. <엘리트 세습>의 저자 역시 그 점을 지적합니다. 최고의 교육을 통해 고소득 직업을 가진 이들 역시 자신이 얻은 것에 떳떳하기보다는 움츠러드는 느낌을 가지며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내 몬다고요. 그래서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고 말입니다. 우리 주변을 보면 이 말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능력주의 자체에 대한 새로운 시선은 필요해 보입니다. 

'자기 능력으로 열심히 일해서 이만큼 부자가 됐는데 보기 좋다', '열심히 일했으니까 그 정도 누리는 건 당연하지'.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시대를 앞선 아이템을 통해 일반적인 직업으로 벌 수 없는 큰돈을 번 사람의 기사에 가끔 이런 내용의 댓글이 달리곤 합니다. 막연히 '돈이 많다'라는 이유로 손가락질하는 것도 부당하지만, 과연 능력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 중 몇이나 능력주의의 폐해와 부작용에 대해서까지 고민해 본 이후 능력주의에 손을 들어주게 되었을까요. 저처럼 능력주의가 존재하지 않는 삶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 그것이 유일한 길인 줄 알고, 너무 당연해서 '질문'조차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저자의 말처럼 능력주의는 이 시대의 기본 상식이니까요.

그래서 이 책은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전제'를 드러내 생각하고 질문하게 만드니까요. 토지와 태생을 근거로 한 귀족주의에서 교육과 직업을 통한 능력주의로 체제로 나아간 것처럼, 오늘의 논의를 통해 언젠가는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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