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롱 사 먹는 데 이유 같은 게 어딨어요? - 90년대생이 말하는 90년대생 이야기
이묵돌 지음 / 메가스터디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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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90년대생쯤일거라 여겨지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건 두 번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인이 '요즘' 신입들은 확실히 우리 때랑은 다르다며, 조금만 힘들어도 일을 금방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거든요. 다른 하나는 보통보다 늦은 나이에 군대에 간 동생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어린 애들(90년대생)도 서열을 중요시하고 소위 말하는 꼰대 같은 애들이 있다'며 그게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건 아니더라는 이야기를요. 그러고 보니 둘 다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90년대생이 없었기에, '그들 전체'에 대한 인상이라기보다는 '그런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지나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90년대생이 말하는 90년대생 이야기'라는 부제를 가진 <마카롱 사 먹는 데 이유 같은 게 어딨어요?>를 읽으며 그 때의 이야기들이 떠올랐습니다. 윗세대 사람들이 말하는 90년대생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이에 대한 인정과 이유에 대한 나름의 고찰, 그리고 지금의 자신들을 만든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 등. 책을 읽으며 '90년대생에게는 이런 면이 있구나' 하고 새롭게 알게 되는 면도 있는 반면, '조금 다를 순 있지만 모두 자신들의 짐과 슬픔을 가지고 사는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무언가에 대한 책임감 이야기, 노동과 직업에 대한 생각은 제 것과 다르지만, 희망에 대한 이야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은 제가 느낀 것과도 같았습니다. 다르기도 하고 같기도 한 90년대생 저자에게서 인상 깊었던 건, 부모 세대의 슬픔과 그들이 진 짐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었고 도리어 그들에게 고생이 많았다고 위로를 건넨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른에게 듣기를 기대했지만 들을 수 없었던 말을 먼저 건네는 어린 누군가라니,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볍고 즐겁게 읽을 거라 기대했던 이 책에서 마음에 남은 것은 의외로(?) 사회의 불평등, 최소한의 보장,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같은 것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건 아마도 책을 읽으며 느낀 감정이 '무기력'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력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이 없는 상태. 이 책 한권으로 90년대생 전체가 이렇다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누군가가 이런 마음으로 살고 있고 더군다나 사회 구성원 중 많은 수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면 그건 우리 사회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닐까요.   

출발선이 같을 수 없기에 사회 구성원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건강하고 성숙한 부모로부터 배워야만 알 수 있는 것'을 학교에서라도 가르쳐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듯 공과금 납부, 서류 발급, 내 권리를 지키는 방법 등을 비롯해 대화를 하는 능력, 상대를 이해하는 방법, 자신을 알고 사랑하는 방법 같은 것을요. 아무런 기반 없이 직접 부딪히면서 배우기에는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아야 하고, 쓰러졌다 일어나기엔 다음을 시작할 기반조차 없는 경우도 허다하니까요. 저마다 자신의 삶이 힘들어서 그렇다지만, 그래서 더더욱 사회가 추구하는 방향이 지금과는 달라야 하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 저자가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자신을 내보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통해 같은 생각과 아픔, 슬픔을 가진 이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가 모여서 조금은 더 인간적이고 서로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하니까요. 혹 그렇지 않더라도,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하고 어디선가 위로를 받고 오늘을 살아가는 이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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