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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하나님 설계의 비밀 ㅣ 하나님 설계의 비밀
티머시 R. 제닝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19년 5월
평점 :

즐겨보던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의 한 에피소드에서 ‘오른 손이 죄를 범하면 찍어 내버리라’는 성경 말씀대로 행한다며 자신의 오른쪽 손목을 칼로 그은 청년 환자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자신은 말씀을 따른 것이라는 그 청년에게 극중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나오는 의사가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할 때 은유법도 만드셨다’고 하지요. 이 에피소드는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이지만, 문자에만 집착하고 본질은 잃은 기독교인들의 모습이 이와 그리 다를까 생각도 듭니다. 모든 책들이 그러하듯 성경 역시 읽는 사람에 따라 같은 문자를 달리 해석하는 일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기독교인들의 성경 해석은 그들이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 역시 기독교인이어서인지 <마음, 하나님 설계의 비밀>은 나와 내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은 듯이 느껴졌습니다.
‘마음’은 내밀한 자아, 각 사람의 갈망과 애정, 동경과 신념과 정체가 머무는 곳, 각 사람을 그 사람이 되게 하는 성품을 이르는 말입니다.(p.28) 즉 우리의 핵심 정체(성품)를 형성하는 사고의 부분을 말하는 것이지요. 사람을 컴퓨터에 비유하자면 ‘뇌’는 하드웨어, 마음을 포함하는 ‘사고’는 소프트웨어, 그리고 건강한 몸인 에너지원으로 나누어볼 수 있으며, 이 세 가지가 인간의 정신이라는 컴퓨터가 효율적으로 기능하도록 합니다. 저자는 ‘영적전투’란 핵심 운영체계인 마음을 지배하려는 싸움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각 사람이 하나님의 법을 형벌로 위협해서 강제로 시행하는 ‘실정법’으로 이해하느냐, 아니면 사랑의 법인 ‘자연법’으로 이해하느냐에 따라 삶은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지게 됩니다. 저자는 하나님의 법을 실정법으로 이해하는 것이 기독교 내에 깊이 뿌리내려 많은 생명을 죽이고 있다며, 이를 ‘사고의 전염병’이라고 합니다.
<아직도 가야할 길>로 유명한 스캇 펙 박사가 자신의 저서에서 각 사람의 성숙도에 따라 성경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예를 들어 설명한 적이 있지요. 저자 역시 옳고 그름을 이해하는 능력인 도덕 발달 단계를 7단계로 나누고 성숙도에 따라 성경 구절을 어떤 의미로 해석하는지를 다양한 예시로 보여주어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예를 들면 같은 성경 구절을 두고도 1단계의 사람은 하나님을 독재자와 같은 의미로 이해하여 성경을 ‘상벌’의 개념으로 이해한다면, 7단계의 사람은 사랑과 순리, 그리고 자신과 하나님의 협력의 관점에서 말씀을 이해합니다. 사람은 단계별로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이를 위해 스스로 사고하며 노력해야 하지만, 하나님의 법을 실정법으로 이해하게 되면 성장은 4단계에서 멈춥니다. 거짓된 신념이 성장을 막는 것이지요. 실정법을 버리고 자연법을 이해할 때, 사람은 성장하게 되고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성경 말씀의 핵심이 삶에 녹아들게 됩니다.
기독교인이 외면과 손가락질을 받는 일은 예수님 당시에도 있었던 일이지만, 지금의 상황에는 기독교인들의 ‘기독교인 답지 않은’ 행동으로 인한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며 또 우리 자신을 돌아볼 것을 요구받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기독교인이 기독교인답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은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입니다. 4단계 이하의 사람들의 마음에는 하나님의 법이 마음에 새겨지거나 성품 속에 녹아들지 못하고 사랑이 아닌 두려움에 종속되어 행동하기 때문이지요. ‘치유와 회복’에 뜻을 두신 하나님과는 달리, ‘판결과 선고’에 치중하며 죄를 처벌해야 할 악행으로 보는 시선을 가지는 것, 이것이 기독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하나님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는 저자의 주장은 우리가 무엇을 돌아보고 다시 생각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바르게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힘쓰고 애써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사실을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