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 바람그림책 128
지미 리아오 지음, 한미숙 옮김 / 천개의바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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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가 곁에 있어도, 친구가 있어도 여전히 알 수 없는 외로움을 느끼는 소녀. 겉으로는 강한 척하지만, 마음 속은 무척 약하고 스스로가 뒤틀어졌다고 여기는 한 소녀가 있습니다.

소녀는 엄마 아빠를 사랑하고 엄마 아빠 역시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는 못한다고 이야기하지요. 유독 소녀의 모습이 외롭고 쓸쓸해 보였던 건 아마도 이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한편 소녀에게는 산속에 혼자 사는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산속의 별들이 고흐 그림 속 별이 빛나는 밤처럼 아름답다고 말씀하시곤 했는데...성탄절 밤에 하늘나라로 떠나고 맙니다.

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우는 모습을 다른 이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소녀는 장례식에 참석하는 대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별 인사를 건네기로 하는데요.

그러던 어느날 자신만큼이나 쓸쓸해 보이는 한 소년을 만납니다. 둘은 서서히 가까워지고 도시를 떠나는 모험을 감행합니다.

둘이 함께 간 곳은 소녀의 할아버지가 살던 산속 집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처럼 모든 것이 그대로인 그곳에서 소녀는 행복했던 한때를 회상합니다.

소녀는 할아버지와 함께 갔던 작은 호수에 배를 띄우고 소년과 함께 배 안에서 아름다운 별밤을 바라보는데요.
그 뒤로 이어지는 장면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어쩌면 소녀는 밤하늘의 별들을 보며 전에 말했던 '자신만의 작별인사'를 할아버지에게 건넸을지도 모르겠네요.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 아래 소녀와 소년의 모습은
이들이 한바탕 아름다운 꿈을 꾸었던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는데요.

이 일 이후로 소녀는 크게 앓았고, 그 사이 소년은 가족들과 떠났습니다. 그리고 소녀는 소년이 남기고 간 마술같은 선물을 마주합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소녀는 소년과 함께 했던 그해 여름, 별이 빛나던 그 밤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고흐를 꿈꾸게 했던,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처럼
소녀와 소년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별밤은 이 둘의 마음 속에 꿈꾸고 소망하던 것들을 이루어지게 하지 않았나...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이 책을 보며 마음 속에 내내 일렁이는 감정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내내 글을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그랬는데요.
외로움과 슬픔이 느껴지는 전반부를 지나 마지막 장면에서 벅찬 감동(떠오르는 표현이 이것뿐이어서 슬픔 ㅠㅜ)을 느끼게 해준 그림책이었습니다.
신간인줄 알았는데 절판되었다가 다시 복간되었다고 하니 참 다행이다 싶은 그림책. 문득 외로움이 느껴질 때면 이 책을 찾기 될 거 같습니다. 특히 다가올 환절기에 더더욱...


서평이벤트를 통해 천개의바람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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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버튼 킨더랜드 픽처북스
엘레오노라 가리가 지음, 사비나 알바레스 슈르만 그림, 문주선 옮김 / 킨더랜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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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색감의 그림과 몇 문장 안되는 글이 전부인 그림책이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뒤 어른도 아이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풍성한 그림책. 바로 <잠깐만 버튼>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요.

"초능력을 하나 가질 수 있다면,
나는 '잠깐만 버튼'을 고를 거야." 로 시작되는 이야기.
우선은 고양이 의상을 입고 턱을 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이는 '잠깐만 버튼'이라는 초능력을 갖고 싶다고 해요.
'잠깐만 버튼'을 이용해서 위험한 일이 생길 때 피하기도 하고, 무대 위에서 겪게 되는 긴장과 떨림도 덜어내고, 무지개 끝의 비밀도 발견해 보고 싶다는...딱 그 나이만큼의 재미난 상상을 하고 있지요.

아이는 '잠깐만 버튼'을 이용해 가끔은 친구들과의 놀이에서 행운을 독차지하고픈 상상을 하기도 하지만 강아지에게 쫓기는 고양이를 구해줄 수 있을 거라는 제법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평소보다 발그레한 볼과 커다란 눈망울로 좋아하는 아이를 그윽하게 쳐다보고 싶다는 가슴 설레는 고백을 하기도 합니다.

잠깐만 버튼을 이용해 행복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아이.
그러나 버튼은 어디까지나 스탑이 아닌 '잠깐만 버튼'이기에
다시 버튼을 눌러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놔야 합니다.

흥미진진하고 달콤하기도 한 '잠깐만 버튼' 초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을까요? 아이는 마침내 커튼을 열고 창밖을 내다봅니다.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왔는지 확인해보려는 거겠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사람들은 아마
내가 조금 달라졌다고 느끼겠지."

뭐가 달라졌을까요?
제 눈엔 그저 고양이 의상의 후드를 벗고, 고양이 수염을 지운 것 외에 달라진 게 뭔지 모르겠는데 말이죠.

이렇게 이야기는 끝이 나는가 싶었는데...아니었습니다.

책을 덮고 뒷표지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새롭게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초능력을 하나 가질 수 있다면,
나는 ____________을 고를 거야."

이번에는 어떤 초능력을 고른 걸까요?
빈 칸으로 남겨진 그 안에 들어갈 초능력은 무엇일까요?
이렇게 해서 이야기는 다시 또 이어지는데요, 여기서부터는 작가가 아닌 독자의 몫.

한편 뒷표지 속 지붕 위의 검은 고양이는 내내 '잠깐만 버튼' 에 대해 말해주던 아이인가 싶었는데...이럴 수가!!! 아니었어요.
(그 옆 밤하늘에 윙크하는 달님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게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아, 깜빡하고 그냥 지나칠 뻔한 게 있어요.
글을 쓴 엘레오노라 가리가 작가님은 자신에게 '잠깐만 버튼'이 생긴다면? 이라는 질문에 이런 대답을 하셨어요.
"일 년 내내 여름이 계속 되도록 할 것입니다."라고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 년 내내 여름이라니...
어찌되었든 무더운 여름, 오늘처럼 습해서 불쾌지수 높은 날엔 할 수만 있다면 '잠깐만 버튼'을 주변분들에게 골고루 나눠드리고 싶군요. 짜증나고 화나려고 할 때 얼른 버튼 누르시라고요.


-킨더랜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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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사랑해
언주 지음 / 노란돼지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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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놀이터 모래사장에서 노는 걸 가장 좋아하던 4~5세 무렵,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옷을 벗기고 몸을 씻기는 일은 전쟁과도 같았다.
열심히 모래를 턴다고 털었어도 계속해서 떨어지는 모래알. 양말 속까지 침투해 발가락 사이사이에 낀 고운 흙먼지들. 더운 여름엔 땀과 엉겨 아이 목주름 사이에 선명하게 낀 먼지 때까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구석구석 씻기 전엔 절대 거실이나 방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몇 번을 말해도 말 안듣는 아이를 보며
'내 다시는 놀이터에 데리고 가나 봐라.' 단단히 마음을 먹어도 작심삼일이던 그 시절.

그때는 아이 목욕 시키는 일이 참 힘들고 고단했다.
아이 씻기느라 앉았다 일어났다,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다보면 "아고고 등허리야!"라는 곡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런 시절을 지나 어느새 아이는
외출 후 돌아오면 아무것도 손대지 않고 팔꿈치로 욕실 스위치를 누르고(이런 건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손부터 씻는, 코로나 3년차에 완전 적응한 초등학생이 되었다.

이제 나는 아이 목욕시키기에서 해방되었을까?


놉. 아니다.
아이는 자신의 손은 아주 철저하게 씻지만 머리감고 목욕하는 일만큼은 여전히 엄마손을 빌려야 한다.
왜그런고 하니
몇 번 혼자서 씻어봤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샤워기로 몸에 거품을 쓸어내려도 계속 미끄덩거려서 싫다고 한다.
엄마가 해주면 5분이면 끝나는 목욕인데, 왜 자신이 하면 오래 걸리는지는 모르겠단다.

(비록 옷입은 상태에서 한 거긴 하지만)
목욕하는 순서, 방법을 그렇게도 많이 보여줬건만 아무 소용이 없다. 이건 그냥 씻는 게 귀찮고 싫은 게다.

올여름엔 부디 아이가 혼자서도 말끔히 목욕할 수 있게 되기를 꿈꿔본다.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걱정은 접어두고 책을 보기로 하자. 언주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린 <구석구석 사랑해>라는 그림책이다.

신나게 놀다가 집에 들어온 아이.
눈이 풀리고 다리가 풀려 그대로 소파로 직행. 땀에 절은 아이의 체취에 강아지도 찡그린 표정이다.
"소파에 바로 눕지 말랬잖니~"라고 말하는 엄마의 한손에 들려 있는 책 제목이 <인내심육아>라니. 엄마의 표정을 알 수 없게 어깨선 아래만 그린 언주 작가님의 센스에 슬며시 웃음이 나는 장면이다.

아이는 곧장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을까?
그랬다면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겠지.
어떻게든 뒤로 미루려고 소파에서 뭉기적대다가
엄마의 폭풍 잔소리가 시작되어서야 욕실로 직행한다.

랩하듯 시작된 엄마의 잔소리. 여기에서도 엄마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충분히 알 수 있다. ^^
아이는 제 몸에 걸친 것들을 뱀 허물 벗듯이 하나씩 바닥에 내팽겨쳐 놓고 욕실로 들어간다. (그런데 발판 위에 평화롭게 엎드려 자는 강아지는 뭐지 싶다. 덮고 있는 건 또 뭐고.)

드디어 시작된 목욕.

그런데 샤워기에서 물줄기 한 번 쏟아졌을 뿐인데 벌써 목욕 끝이라니. 아이 스스로 완벽하다고 느끼는 그 순간. 갑자기 몸이 아이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머리카락에서 시작해서 엉덩이,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아이는 그제서야 몸이 건네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정성껏 구석구석 씻기 시작하는데 머리에서 발끝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여간 귀여운게 아니다.

손으로 머리를 문질러 거품을 내고, 귀여운 엉덩이에 묻은 토끼 똥을 씻어내리고 , 꼼지락거리며 발가락을 뽀드득 소리나게 씻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아이의 목욕하는 모습을 보는 것마냥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이 장면은 꼭 그림책으로 만나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집 아이에게도 몸이 말을 거는, 마법처럼 신기한 일이 빠른 시일 내에 찾아오기를 기대하며... 갈비를 주문해야겠다.
그런데
워매, 한우갈비 값이 말도 안되게 올랐다. 어쩔 수 없지, 돼지등갈비로 선수 교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서평이벤트를 통해 노란돼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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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키비움 J 롤리팝 - 그림책 잡지 라키비움 J
전은주 외 지음 / 제이포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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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키비움 창간호를 놓친 독자라면 빈드시 소장해야할 라키비움 J 롤리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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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텃밭에 초대합니다 - 제철 과일과 채소로 만드는 일상 요리법 지구촌 행복 레시피 3
펠리치타 살라 지음,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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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에서 텃밭에 씨앗을 심고 작물을 수확한다는 것은 쉬이 엄두가 나지 않는 일 중에 하나다. 그렇지만 이와 별개로 텃밭 가꾸기에 관한 로망은 누구나 한번쯤 품어보지 않을까. 작게는 화분 텃밭과 베란다 텃밭에서 크게는 옥상 텃밭, 주말 농장까지 말이다.
그건 아마도 자신이 심은 씨앗이 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과연 싹이 날까 싶은 조그만 씨앗 속에서 새싹이 돋고 잎과 줄기가 나오는 그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생명력은 우리에게 적잖은 힘과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직접 키운 작물을 수확하고 요리로 만들어 즐길 수 있는 기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
을테고.

팰리치타 살라의 <도시 텃밭에 초대합니다>는
텃밭에서 나고 자란 "제철 과일과 채소로 만드는 일상 요리법"을 담고 있는 그림책이다.
씨드북에서는 "지구촌 행복 레시피" 시리즈로 세 권의 책이 나왔는데그중 세번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우선 팰리치타 살라의 그림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동글동글한 느낌의 그림체와 따뜻한 색감은 책을 보는 내내 마음에 쉼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전반적으로 사용된 묵직하고 불투명한 느낌의 녹색이 눈을 편안하게 해준다. (싱그럽고 청명한 초여름의 초록색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도시 텃밭이 있는 플뢰르빌 정원의 거리 10번지.
봄인 4월에서 시작되어 이듬해 3월까지, 계절별로 텃밭에서 수확되는 과일과 채소를 이용한 요리법을 보여 준다. 우리에겐 외국 음식이라 다소 생소하지만 텃밭을 가꾸는 이곳 사람들에게는 일상적으로 즐기는 소박한 음식인듯 하다.

각각의 레시피에는 필요한 재료, 만드는 방법이 간단히 나온다. 비록 완성된 요리 그림이 빠져 있어 아쉽기는 하지만 각종 재료를 떠올려가며 만드는 순서를 읽어내려가다 보면, 입 안 가득 그 맛과 향이 퍼지고 다채로운 식감이 느껴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책의 마지막에서는 텃밭 가꾸는 방법, 씨앗의 종류, 텃밭에서 쓰는 도구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
특히 지구와 환경을 소중히 여기도록 화학 비료 대신 식물 폐기물로 만든 비료 사용하기, 텃밭을 통해 재활용하는 여러 가지 방법 등이 실려 있어 매우 인상적이다. 텃밭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 환경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텃밭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선물, 수확을 통해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에 대해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삭막하기만한 도시 생활 속에서 이웃들과 무언가를 함께 나누고 싶다면 텃밭을 가꿔보는 건 어떨까. 텃밭에서 나고 자란 수확물을 함께 나누는 기쁨이 배가 되어 행복이 더해질 거란 생각이 든다.


씨드북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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