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공부도 오늘날 우리가 처한 지옥을 순식간에 천국으로 바꾸어 주지는 않겠지만 탁월함이라는 별빛을 바라볼 수 있게는 해줄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것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주고, 나아가 보다 나은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믿게할 것이다.
도랑을 건너는 일, 이건 대체 어떤 의미를 담고 있길래 윤이가 도랑을 건너기까지의 과정을 느리게 천천히 보여주는 걸까?도랑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매우 좁고 작은 개울인데 이걸 건너는게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까?이런 의문을 품고 책을 읽어내려갔다.도랑을 건너는 게 다른 친구들은 그냥 쉽고 단순한 일이지만 윤이에게는 그렇지 않다. 윤이는 도랑 속 벌레들이 괴물로 보이고 그래서 도랑을 건너는 게 겁이 난다. 용기라는게 그렇다. 겁나지 않ㄱ고 두렵지 않으면 필요없는 거. 윤이는 도랑 속 괴물들 때문에 겁이나고 무섭다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다. 윤이는 피하지 않고 도랑을 계속해서 쳐다보다 은빛 바늘을 찾아내 손으로 건져올린다.두려움 속에서 윤이가 발견한 은빛 바늘. 그 바늘을 손에 쥔 순간 온통 잿빛이던 공간이 초록빛이 가득한 나무숲으로 펼쳐진다. 아직 도랑을 건넌 것도 아닌데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바늘을 건져올린 작은 용기 덕분일까. 이것이 마중물이 되어 윤이는 바로 행동에 나선다. 도랑을 훌쩍 뛰어넘는...그리고 신나게 내달린다. 초록빛 숲으로.도랑 건너쪽의 세상은 너무도 다르다. 도랑을 건너기 전의 윤이와 건넌 후의 윤이가 다른 것처럼. 윤이는 무엇하나 망설이지 않고 마음 먹은대로 자유자재로 뛰어오르고 그러다가 숲 꼭대기까지 다다르게 되는데...바로 그때 윤이의 눈앞에 펼쳐진 숲과 하늘 그리고 바다는 아득한 옛적 선녀님과 하늘 바늘이 숲속 나뭇잎을 돌보던 그때 그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넋을 빼고 숲을 바라보던 윤이의 손에 들려 있던 은빛 바늘이 갑자기 꿈틀거리며 움직이다 빠져나간다. 그러면서 윤이는 숲 꼭대기에서 아래로 떨어지는데...잠시 후 정신을 차린 윤이에게는 초록이 가득한 숲도 은빛 바늘도 나무도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게 꿈이었을까?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 다시 잿빛 도랑을 뛰어 넘어야 한다. 윤이는 망설임 없이 폴짝 뛰어 넘는다. 단 한번의 용기와 행동이 윤이를 한단계 성장시킨 걸까. 윤이에게서 두려움의 기색을 찾아볼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온통 회색빛이었던 윤이의 놀이터 그리고 그밖의 공간들이 모두 예쁜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다. 그리고 미소를 띈 누군가가의 윤이를 내려다보며 이야기는 끝이 나는데...마지막에 바늘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부록처럼 나온다. 이 이야기를 읽어야만 모든 것들이 완성된다고나 할까.당분간은 겁이 나거나 두려움이 문득 찾아올 때 윤이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고사리 같은 두 손을 꼭 쥐고 도랑을 건너 뛰던 작고 어린 윤이 말이다.(해당 도서는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무상으로 제공받았음.)
한 번도 길을 떠나지 못했고,
그저 매일 밤 길을 떠나는 꿈만 꾸는 토토에게
슈슈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죠.
"용기만 있다면 정말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다"고요.
오토바이를 타고 온 세상을 누비고 돌아다녔던 슈슈 할아버지는
자신이 보았던 멋진 풍경과 황홀했던 순간들을 토토에게 들려 줍니다.
그러나 행복했던 나날은 갑작스런 이별로 쓸쓸해지는데요.
이제 토토는 슈슈 할아버지의 멋진 이야기들을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었지요.
다시금 조용해진 토토의 밀밭에
어느 날 부르릉 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슈슈 할아버지가 남기고 간 오토바이 소리였어요.
한 번도 길을 떠나본 적 없고,
그저 꿈 속에서만 길을 떠나는 토토에게
슈슈 할아버지는 오토바이를 선물로 남겨 주었던 거죠.
토토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들이 너무나 그리웠지만
할아버지의 오토바이는 아무런 이야기도 들려주지 않아요.
들려줄 이야기가 없는 건 토토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그러던 어느 날,
토토는 꿈 속에서 부릉거리는 오토바이 소리를 듣게 되고
결단을 내리게 되지요.
"그래, 저 길 끝까지만 가 보자."
슈슈 할아버지의 오토바이는 토토에게 떠나보고 싶다는 용기를 불러 일으켰어요.
저 멀리 끝이 보이지 않는 길, 그 길 위에 서 있는 토토와 오토바이.
새로운 세계로 한발짝 내딛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을 토토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어집니다.
지금까지의 익숙한 삶을 뒤로 하고
새로운 세계로 향한 문을 열기 위해 그 문 앞에 용감하게 선 토토의 모습.
뭔가 큰 일을 앞두고 느껴지는 거창함이나 비장함 대신 고요함이 느껴지는 이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듯 해요.
삶이라는 여행 속에서
우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한 번쯤은 꼭 떠나봐야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많은 책들 속의 주인공들은 자의반 타의반 꼭 길을 떠나게 되던데요.
그 경험이 주인공들을 한뼘 더 성장시키고 또 자유함을 누리게 해주더라구요.
내가 가는 그 길 위에 어떤 사건이,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용기를 내어보라는 격려의 메시지... 마음에 와 닿았어요.
언제나 토토에게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던 슈슈 할아버지.
이제는 토토가 할아버지를 대신해 오토바이를 타고 끝없이 이어진 그 길 위를 달립니다.
새 친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가득 싣고서 말이죠.
황금빛으로 물든 밀밭이 계절을 돌아 다시금 초록으로 빛날 때
토토는 다시금 조용한 밀밭으로 돌아올거에요.
"옛 친구를 추억하는 이야기와 새 친구에게 들려줄 이야기"와 함께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