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으로 가족생활을 하는 단위인 세대의 책임자, 세대주.
이 소설의 주인공인 오영선이 세대주가 된 것은 투병중이던 어머니가 갑작스레 돌아가시게 되고 집을 얻게 되면서부터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영선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자신의 미래뿐이었다. 그래서 공시를 선택했고 그 공시 준비를 위한 4천만 원을 모으기 위해 일을 했다. 결심한대로 3년 동안 그 돈을 모았으나 갑작스런 엄마의 죽음 앞에 계획은 삐그덕대기 시작한다.
우연찮게 영선은 엄마의 통장을 상속받을 수 있고 그 통장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직 이십대 후반이고 결혼에 전혀 뜻이 없었던 그녀였기에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물론 그 밑바탕엔 '집이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자리잡았던 것 또한 무시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영선의 생각에도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집주인이 전세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면서부터다.
현재의 전세 보증금 1억 2천만 원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을 동생 영우와 보러 다니며 둘은 초라한 현실과 마주한다. 매매든 전세든 지금보다 더 나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모아놓은 돈을 쓰거나 대출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대출에 부정적인 영선과 그 반대인 영우. 둘의 갈등이 불보듯 뻔한데, 영선이 대출에 대해 부정적인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아빠가 돌아가신 것, 엄마에게 찾아온 암, 이 모두가 대출금(빚)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집에 관해서 무덤덤했던 영선에게도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게 되는데, 그것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회사의 주 대리라는 인물 덕분이다. 주 대리는 집이란 상품이고, 특히 아파트는 투자 상품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투자 상품이기 떄문에 아파트를 사는 건 시간을 사는 것과 같다는 말까지 덧붙이며 말이다. 집은 거주 이상의 삶이 쌓이는 곳이라 생각해온 영선에게는 무례함까지 느끼게 하는 말이었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대부분 주 대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시간은 흐르고 주 대리와 영선의 거리가 조금씩 가까와지면서 영선도 집에 대한 생각 자체가 바뀌게 된다.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해진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