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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수목원
한요 지음 / 필무렵 / 2021년 8월
평점 :

한요 작가의 <어떤 날, 수목원>은 여러 편의 일기를 그림과 함께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작가는 서로 다른 계절의 나무들과 풍경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그 당시 수목원을 걸으며 떠올린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개인적으로 글보다는 그림에 눈이 더 가는 그림책이다.
색연필 드로잉이라 책을 받아보기 전 기대했던 쨍한 초록색과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이...
그러나 며칠을 두고 들여다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지나간 기억 속 풍경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건 색연필의 흐릿함이 더 낫겠다 싶은 생각이랄까.
비록 내게는 글과 그림이 겉돌아 기대했던만큼의 만족감은 얻을 수 없었지만 책이란게 그렇지 않은가. 읽을 때마다 그 맛과 느낌이 달라지는 것. 그래서 이 책은 곁에 두고 오래 볼 요량으로 며칠 째 침대 옆 협탁에서 멋진 표지를 뽐내고 있는 중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에게 그림책 읽어주고 잠시 책 속 초록이들을 감상하며 힐링하는데 이 책이 요즘 제몫을 단단히 해내고 있다.
<어떤 날, 수목원>에서 특별히 마음가는 문장이 있어서 적어본다.
"나무들 사이를 걷다 보면 쪼그라는 자신을 챙길 여유와 용기가 조금 생기는 것 같다."
작가는 어떤 점에서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나 역시도 나무들 사이를 걸으며 여유도 되찾고 뭔가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암튼 나무는 나에게 새로운 호흡을 내뱉게 해주었다.
정말이지 뭐하나 나무랄데 없는 나무.
길고 긴 겨울, 플랜테리어를 위해 초록식물 대신(나는 식물킬러 ㅜㅠ) 초록이 묻어나는 그림책들을 모으고 있다. 겨울을 나기 위해 햇살을 모으는 프레드릭처럼 말이다. 그 책들 속에는<어떤 날, 수목원>을 꼭 포함시켜야 할 것 같다. 초록이 점점 그리워질 계절, 겨울을 함께 할 그림책이 혹시 필요하다면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다.
_이 책은 서평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