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과 작은 새 웅진 세계그림책 126
유모토 가즈미 지음, 사카이 고마코 그림, 고향옥 옮김 / 웅진주니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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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곰의 단짝 친구인 작은 새가 죽었다.

늘 곰 옆에 있었던 작은 새. 작은 새가 없다는 것은 곰에게 이상한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둘은 영원히 함께 할 거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어제 아침보다, 내일 아침보다, 오늘 아침"이 가장 좋다던 작은 새.

곰은 작은 새와 나눈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우리는 늘 매일 찾아오는 '오늘 아침'에 함께 있어서 좋았는데...

곰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만약 어제 아침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는 아무것도 필요 없어."라고.




단짝 친구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곰은

작은 상자에 새를 넣어 늘 함께 다닌다.

이를 본 다른 동물들은 안쓰러운 마음에 한마디씩 말을 건네지만

곰에게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한다.

"곰아, 이제 작은 새는 돌아오지 않아. 마음이 아프겠지만 잊어야지."



곰이 그걸 몰라 저럴까.

이제 다시 작은 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곰을 가장 슬프게 하는 건데.

잊으라 말하면 쉽게 잊혀지던가. 시간이 흘러도 희미해져갈 뿐 온전히 잊혀지지 않는다는 걸 우리 모두 알지 않나.



슬픔에 빠진 이에게 어떤 위로를 건네야 맞는 건지, 여전히 어렵다.

내가 아닌 다른 이의 슬픔을 100퍼센트 이해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니

상대방의 슬픔, 고통에 공감한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그 사람의 슬픔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뿐.

시간이 지나면 슬픔도 조금씩 옅어질테니 그때까지 곁에서 묵묵히 지켜봐주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최정례 시인의 「칼과 칸나꽃」이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슬퍼하자 실컷

첫날은 슬프고

둘째 날도 슬프고

셋째 날 또한 슬플 테지만

슬픔의 첫째 날이 슬픔의 둘째 날에게 가 무너지고

슬픔의 둘째 날이 슬픔의 셋째 날에게 가 무너지고

슬픔의 셋째 날이 다시 쓰러지는 걸

슬픔의 넷째 날이 되어 바라보자


최정례 , 『레바논 감정』, 문학과지성사, 2006




곰 또한 시 속 화자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깜깜한 방에 들어간 곰은 꼼짝도 안하고 앉아 있는다.

그렇게 하루 이틀, 며칠이 지나는 동안 곰의 슬픔도 조금은 무뎌졌을까.

오랜만에 창문을 열고 바라본 바깥 풍경이 곰의 눈에 들어온다.

화창한 햇살과 풀내음 가득한 바람, 하늘에 떠 있는 구름까지

곰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지는 듯하다.



그렇게 찾아온 새로운 그날, 운명처럼 곰은 들고양이를 만난다.

둘은 상대방이 지니고 있는 상자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해 한다.

곰이 들고 있는 상자 속 작은 새를 본 들고양이는 놀랍게도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오히려 곰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넌 이 작은 새랑 정말 친했구나.

작은 새가 죽어서 몹시 외로웠지?"

<곰과 작은 새> 중에서



그리고는 자신의 상자에서 바이올린을 꺼내 곰과 작은 새를 위해 연주를 한다.




들고양이의 연주곡을 들으며 작은 새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곰.

비록 곁에 있진 않아도 곰의 추억 속에선 언제나 친구로 남아 있을 작은 새를 이젠 보내주기로 결심한다.


"나 이제 울지 않을래. 작은 새는 앞으로도 계속 내 친구니까."


작은 새와 함께 해바라기를 하던 곳에 작은 새를 묻고

곰은 들고양이와 함께 떠나기로 작정한다.

그때 곰의 눈에 들어온 작은 탬버린 하나.

누군가의 손때가 묻어 꼬질꼬질한 그 탬버린의 주인이 궁금해진다.

'들고양이에게도 이제껏 함께 지내던 친구가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곰은 묻는 대신 이렇게 말한다.


"나, 연습할 거야.

춤추면서,

탬버린을 칠 수 있도록 말이야."



"연습할 거야."라는 곰의 말이

"(네 슬픔도 헤아릴 수 있도록) 노력할 거야."로 읽히는 건 왜일까.

나의 슬픔을 네가 알아주었듯 나도 네 슬픔에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별로 인해 빈 자리를 비록 부족하지만 내가 채워주고 싶다는 말로도 들린다.


책에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아마도 들고양이는 곰과 비슷한 일을 겪은 듯하다. 그래서 곰에게 진정한 위로가 될 수 있는 말을 건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경험하고 느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잘 모르는 슬픔이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가? 할 수 있다고 대답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우리는 그저 공감하려고 노력할 뿐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타인의 슬픔이나 고통에 깊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너무나 부족하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말없이 그 사람을 지켜봐주는 것뿐이다.

위로랍시고 건네는 말들이 슬픔의 당사자에겐 또다른 생채기를 남기고 상처를 후비는 일이 된다면

그냥 침묵을 택하기로 하자. 대신 그 사람을 향해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말이다.



본 도서는 제이그림책포럼 서평 이벤트를 통해 웅진주니어로부터 제공받았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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