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해 ㅣ 위고의 그림책
윌바 칼손 지음, 사라 룬드베리 그림, 이유진 옮김 / 위고 / 2021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는 앞면지에 보이는 올리비아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네를 타고 있네요.
올리비아는 내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떠올리죠.
"내가 그 사람이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올리비아로부터 시작된 질문은
무세, 욘, 식스텐, 얄마르, 비올라, 마그달레나, 알렉스, 미미, 니키에게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내가 소를 보러 목장에 온 저 아이들 중 하나라면 어떤 느낌일까."
"내가 저 트랙터에 앉아서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기분일까?"
"누군가가 무덤 앞에서 슬퍼하고 있을까?"
"저 기차에 탄 누군가의 할머니는 아직도 살아계실까?"
"햇빛을 받으며 자전거를 탈 수 있고 아픈 데가 하나도 없다면 어떤 기분일까." ...이렇게 말입니다.
책을 보면 아시겠지만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 모두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각자 다른 공간에 있는듯 보였지만 결국에는 같은 공간이었다는 걸 뒷면지에서 보여주거든요.
책을 보자마자 궁금해서 혼자 책을 읽은 아이는 뒷면지를 대충 보고 지나쳤는지...
뒤늦게 잠자리 책으로 함께 읽으며 무세, 욘, 식스텐 등등을 뒷면지에서 발견해내며 감탄을!!!
(저어기 그네가 있는 곳에 올리비아가 보이네요. 올리비아를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지나가보면 무세와 욘과 다른 아이들이 있는 공간들을 차례로 볼 수 있어요.)
그래서 그림책은 보고 또 보고, 혼자 봤으면 둘이 보고 둘이 봤으면 셋이 함께 보고 그래야 하나 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기차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얄마르가 나오는 장면이었는데요.
아이는 얄마르가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너무 알쏭달쏭하다며 이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하더군요.
저도 이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얄마르의 마음 속 생각이 계속 맴돌았어요.
"나는 얄마르"라고 말하는 그 야무진 당돌함이 맘에 쏙 들었거든요.
(근데 얄마르는 남자아이인가요? 여자아이인가요?)
"저 여자애처럼 조용히 앉아서 그림을 그릴 수 있잖니!"
아이의 엄마가 말한 '저 여자애'란 나야.
하지만 그 말은 틀렸어.
나는 여자아이가 아니야.
남자아이도 아니야.
나는 얄마르야.
그냥 얄마르.
얄마르의 독백은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중요한 사실>의 마지막 문장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너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너는 바로 너라는 거"
이 책고 함께 보면 이야기가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았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