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와 앨리스와 푸의 여행 - 고서점에서 만난 동화들
곽한영 지음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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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가 흥행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뒷이야기'를 다룬 메이킹 필름이 함께 주목을 받게 된다. 사람들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 자체도 즐기지만, 이야기에 대한 애정만큼 제작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라든지 메인 이야기와는 별개인 소소한 이야기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어찌보면 '뒷이야기'는 전혀 다른 맥락의 이야기이지만, 무엇인가에 애정이 생기면 그 주변의 것까지 함께 후광 효과를 받게 되는 것인가 보다.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들이 있다. <피터 팬>, <작은 아씨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어릴 때 거의 다 읽어보았을 것이고, 꼭 책으로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으로 얼마든지 접할 기회가 많았을 이야기들이다. 누구나 알고 있다고 여기는 고전 명작이라고나 할까. 그런 이야기들의 '뒷이야기'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작가가 누구인지도 아마 헷갈리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저자는 우연한 계기로 동화들의 초판본 또는 그에 준하는 고서적들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캐나다의 고서점에서, 혹은 인터넷 초판본 경매를 통해서, 때로는 수소문 끝에 알아낸 책 소유자와의 밀당(!)을 통해서 일반 서점에는 없지만 한때는 누군가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즐겁게 했을 그런 때묻은 동화책을 하나 둘씩 모아간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동화책의 이야기와는 별개로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에피소드, 작가의 우여곡절이 가득한 삶, 당시의 시대 상황, 그리고 그 밖의 후일담 등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것들이 모아져 <피터와 앨리스와 푸의 여행>이라는 꽤나 흥미로운 책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아름답고 유쾌한 이야기 뒷편에는 항상 즐거운 면이 숨겨진 것은 아니었다. 전형적인 미국 가정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려낸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은 불행한 가정사를 가지고 있었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그려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은 사후에 아동성애자로 의심 받았으며, <톰 소여의 모험> 등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로 불리는 마크 트웨인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평도 안 좋았고 무엇보다도 씀씀이가 무척이나 헤펐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들은 별로 '동화적'이지도 않고 몰라도 크게 상관없는 이야기일 수 있다. 동화와는 별개의 이야기들이었지만, 그만큼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당연히 알고 있다고 여겼던 고전 동화들의 뒷면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럼에도 다시금 해묵은 동화책을 꺼내 읽고픈 마음이 생기는 것은 미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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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떼기 권정생 문학 그림책 2
권정생 지음, 김환영 그림 / 창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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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아픈 손가락'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부모는 당연히 자식 모두를 공평하게 사랑한다고 하지만, 각각의 다른 사연과 숨은 마음을 어찌 다 알 수 있을까.


<빼떼기>는 순진이네 닭장 속 '아픈 손가락'이었던 수탉 '빼떼기'의 이야기다. 닭은 순진이네 가족이 처음 기른 가축이었다. 온 가족이 닭들이 알을 낳고, 또 병아리로 부화하는 모든 순간을 관심있게 지켜본다. 노란 암탉 턱주가리와 검은 암탉 깜둥이의 알에서 나온 서른 마리의 병아리들의 모두 가족의 기쁨이었다. 하지만 어느 겨울 날, 검은 병아리 빼떼기는 따뜻한 온기를 따라 아궁이 근처에 갔다가 크게 다치고 만다. 우여곡절 끝에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만신창이가 된 빼떼기는 더 이상 가축의 역할을 할 수 없었다. 가축의 역할이란, 다소 잔인하게 들려도, 건강하게 자라나 식구의 식사가 되어 주거나, 식사를 마련할 수 있는 돈을 벌어다 줄 수 있어야 한다. 털이 타 버리고 부리마저 다친 빼떼기는 더 자랄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었다. 그러나 순진이네 가족은 그런 빼떼기를 오히려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제 어미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변해버린 빼떼기는 더 이상 다른 병아리들처럼 마당을 뛰어다닐 수도, 먹이를 마음껏 주워 먹지도 못했다. 오직 순진이네 엄마의 손길과 보살핌으로 느리지만 조금씩, 천천히 성장해간다.


어찌보면, 아니 누가 봐도, 한낱 '병아리' 혹은 '가축'으로 치부해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이미 순진이네에는 스무 마리가 넘는 병아리가 있고, 암탉이 또 알을 낳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순진이네 가족 중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특히 순진이네 엄마는 자식을 키우듯이 그렇게 빼떼기를 키웠다. 깃털이 다 타 버린 빼떼기를 위해 추울 땐 옷을 지어주고, 잘 때는 바가지에 천을 깔고 그 안에 재웠다. 다른 집이 아니라 순진이네에서 태어난 빼떼기는 그야말로 행운아였다. 그런 가족들의 성원에 보답하듯, 빼떼기는 느리더라도 성장해 간다. 마지막으로 아쉽게 안녕을 고하기 전까지도.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심지어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도 흔해져 버린 지금, <빼떼기>는 오히려 낯선 신선함과 따뜻함을 준다. 닭을 가축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같은 집에 사는 식구와 같이 관심을 가지고 소중하게 지켜본다. 느리고 더디고, 걸음걸이마저 우스꽝스러운 빼떼기는 잠깐의 관심을 끄는 신기한 존재가 아니라, 조금은 부족해도 가족과 같은 사랑과 보살핌의 대상이 된다. 작은 생명이지만 소중함은 전혀 다르지 않고, 아프고 다쳤어도 생명이 있기에 동일하게 귀한 것이다.


6·25 전쟁즈음을 배경으로 한 <빼떼기>는 다소 거칠지만 선명한 붓터치의 삽화와 함께 전개된다. 우리가 기억하는 시골의 모습, 투박할지라도 따뜻한 그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다소 글밥이 많아 어린아이들이 읽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부모님이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찬찬이 읽어준다면 다른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진하게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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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지 말걸 그랬어 그림책 마을 4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유문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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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표지 보자마자 완전 반했었죠~ 소장은 물론이고 벌써 두 권이나 선물해줬어요! 다들 정말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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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8 - 망가진 여행 어떤 날 8
강윤정 외 지음 / 북노마드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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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사람은 내일 일을 알 수 없다. 아니, 내일 일은 둘째치고 5분 뒤에 일어날 일조차 알지 못한다.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은 이미 보통의 하루 속에서도 부단히도 반복되고 있는데, 여행을 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불확실성의 구덩이(!)에 뛰어드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요즘은 검색이 가능하니까 루트도 짜고, 후기도 보면서 여행 계획을 짜기도 하지만, 여행의 묘미는 그 모든 계획과 조사에도 불구하고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는 데에 있다. 


'망가진 여행.' <어떤 날 8>의 주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내 마음을 아프게했다. 여행을 하는 동안보다도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계획을 세우고 또 희열을 느끼는가. '망가진 여행'이라는 어구는 그 모든 기대과 정성을 무참히 짓밟힌 기분이 들게 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 여행'이 망가진 것은 아니므로(ㅋㅋㅋ) 마음을 가다듬고 책을 펼쳤다. 


표지도 그렇지만 <어떤 날> 시리즈의 최대 장점은 바로 감성적인 사진들이다.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이라 괜히 더 멋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약간 낯선 종이 질감과도 잘 어울린다. 그리고 저자 한 명 한 명이 담담히 기록하는 여행 이야기는 마치 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듯이, 혹은 남의 일기장을 몰래 펼쳐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내 돈이 나간 것도 아니지만 비행기표가 아까운 이야기도 있었고, 머피의 법칙도 이정도일수는 없을 것 같은 사건들이 연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일상에서의 하루하루와는 다른, 그래서 더 특별하고 기억에 남는 여행은 아니었을까. 비록 계획과 달리 '망가졌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무래도 재미가 없지. 책을 덮고 나의 '망가진 여행'을 조심스럽게 떠올려 본다. 아직은 망가진 상태 그대로, 재미있는 추억이 되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지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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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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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머리 속 편도체는 보통 사람들의 그것보다 작았다. 겉으로 봐서는 티가 나지 않았지만, 소년의 '아몬드'는 제 역할을 할 줄 몰랐다. 그래서 소년은 감정에 무감각했다. 소년은 지극히 평범해 보였지만, 자신의 '아몬드' 때문에 별난 사람 취급을 받았다. 소년의 엄마는 이런 소년에게 끊임없이 교육을 시켰다. '희노애락애오욕' 각 글자를 종이에 적어 집안 곳곳에 걸어두기도 하였고, 남들의 말과 표정에 대해 대답하는 훈련도 시켰다. 한 떄는 늘 손가락질받는 아이였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평범하게 살아가는 듯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교육의 결과였다. 


손원평의 장편소설 <아몬드>는 4부로 이루어져 있다. 소년의 어린시절부터 비극의 그날까지 1부, 우연처럼 필연처럼 만나게 된 '곤이'와의 이야기가 2부,  '도라'를 통해 조금씩 다른 무언가를 느끼는 이야기가 3부, 그리고 마지막이 4부이다.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 소년이 겪게되는 인생의 굴곡과 성장 과정을 소년의 시각에서 풀어내고 있다. 감정에 대해 무감한 소년이기에 담담한 어투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때로는 끔찍한 사건들조차 평이하게 묘사되기도 하지만, 감정을 모르는 소년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깊이 몰입하게 되는 소설이다. 길지는 않지만 아몬드처럼 단단한 이 소설에 마음을 빼앗겼다. '감정 표현 불능증'이라는 색다른 소재가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부르는 청소년기가 결합된 설정도 흥미로웠다. 소년은 누가봐도 불행한 상황 가운데서 오히려 담담했다. 분노를 느끼고 좌절하기보다는 오히려 현실을 직시했다. 감정을 느낄 수 없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몰랐다.


우리는 자신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말하는 것을 즐기면서도, 때로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 때문에 괴로워한다. 기쁘고 즐거운 일은 계속해서 말하고 싶어하고, 표현하고 싶어한다. 누구도 슬프거나 분노하길 원하지 않는다. '부정적인 감정'이라 부르는 그것들은 억누를수록 괴롭고, 그렇다고 무조건 표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자연스럽기에 더 괴롭기도 하다. <아몬드>의 소년은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웠다. 본인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그랬기 때문에 '괴물' 취급을 받았다. '로봇'이라고 놀림받기도 했다. 하지만 소년의 시각을 통해 '정상인'들이 오히려 당연하다고 여기는 감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가 느끼는 것은 과연 진짜일까? 우리가 말하는 '그 감정'과 실제로 느끼는 '그 감정', 그 또한 사회적 교육의 산물은 아닐까? 우리 역시 감정을 가슴이 아닌 머리로 판단하는 것은 아닐까?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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