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의 여름
이윤희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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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핸드폰이 생긴 해는 2000년이었다. 당시 고1이었는데, 우리 반 친구들 절반 정도가 핸드폰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 팩트(!)를 빌미로 첫 핸드폰을 가졌더랬다. 첫 핸드폰의 기능은 그야말로 '연락용'이었다. 전화와 문자, 그게 전부였다. 핸드폰으로 쉽게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게 언제였던가. 아마도 대학교에 들어온 이후였던 것 같다. 지금은 안 쓰는 사람 찾기가 더 힘든 카톡은 또 어떤가. 카톡이 없었을 땐 어떻게 대화했나 싶을 정도다.

요즘 중고생들을 보면 (아니 초등학생들도) 핸드폰이 없는 친구가 없다. 사진 찍고 카톡하는 것이 어릴 때부터 이미 일상이 된 아이들. 그들은 나중에 학창시절을 어떻게 기억할까? 졸업앨범을 들춰보거나 친구들과의 쪽지, 편지, 교환일기를 모아놓은 박스를 열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클라우드 계정에 접속해서 해당 년도의 사진을 불러내거나, 대화 백업 내용을 열어보지 않을까?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한 사진을 불러내고, 방금 나눈 듯한 따끈따끈한 대화를 되짚다 보면 학창시절에 대한 기억은 더욱더 또렷해질까? 아니면, 오히려 언제든지 열어볼 수 있고 불러낼 수 있기에 그저 인터넷상 어딘가에 저장해 놓을 뿐, 기억에 대한 애틋함을 잊고 살아갈까?

<열세 살의 여름>은 열세 살 해원이가 여름방학에 가족과 부산 바다에 여행을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정확히는 부산에서 일하시는 아빠를 만나기 위해 엄마와 언니, 해원이 함께 아빠를 찾아갔다. 바다에서 놀다가 먼 발치에서 우연히 발견한 같은 반 남자애 산호.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이 그러하듯 적극적으로 아는 채는 하지 못하고 서로 힐끔거리기만 한다. 해원의 모자 사건으로 둘은 인사를 나누지만, 개학 후 서울에 와서는 그것조차 다시 어색해진다. 우여곡절 끝에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하지만 그것도 초등학교 졸업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열세 살의 여름>은 평범한 초등학교 6학년 소녀의 학교, 가정, 일상을 잔잔한 시선으로 쫓아간다. 굵은 체의 그림은 화려하진 않지만 열세 살이 느끼는 여러가지 감정을 과하지 않게 그려냈다. 친구와의 교환일기, 집으로 걸려오는 전화, 비디오 대여점 등 1999년도를 배경으로 그 당시에만 경험할 수 있었던 일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초등학생 버전' 느낌도 없지 않다. 그 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유효한 '매직' 같은 소재지만, 21세기의 초등학생들의 감정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조차 어색하고 이상할 뿐아니라 부끄럽고, 자칫하면 놀림거리가 되고 마는 그런 마음들을 어떻게 표현할 줄 몰라 갑갑했던 때의 느낌이 과하지 않게 잘 담겨있다.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빠르게 지나가지만 여운은 오래 오래 남는, 열세 살의 마음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시원하지만 따뜻한 <열세 살의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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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가 놀자!
로랑 모로 지음, 이세진 옮김, 김신연 감수 / 미디어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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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 적 생각해 보면 날이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밖에 나가서 놀았다. 놀이터나 근처 야산(?)에서 흙놀이도 하고 곤충도 잡고 그랬다. 내가 살았던 곳이 시골도 아니었고 바닥에 아스팔트 잘 깔린 아파트 단지였지만 주변이 산이었기 때문에 그래도 자연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어디서 놀까? 엄마가 되어 보니 날씨 때문에, 미세먼지 때문에 아기를 데리고 밖에 나가지 못하고 망설이고, 키즈카페나 놀이방 등 실내 놀이터를 찾아 다니곤 한다. 아파트 놀이터 바닥은 안전 등의 이유로 흙이 아니고, 관상을 위한 수목들 외에는 아이들이 '자연'이라고 느낄 만한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로랑 모로의 <밖에 나가 놀자!>는 '밖에 나가 놀라'는 엄마의 한 마디로 시작된다. 하얀 벽지의 밋밋한 집 안에서 뛰어 놀던 남매는 온갖 색깔로 펼쳐진 자연으로 나가게 된다. 남매는 가까운 집 앞에서 시작해서 가축들이 노니는 강가로, 각종 새들과 산 동물들이 있는 산으로, 낙타와 모래 바람이 있는 사막으로, 여러 야생 동물들이 사는 정글로 거침없이 나아간다. 그리고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그 동물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글밥이 많지 않지만 결코 금방 읽어 내려갈 수 없는 그림책이다. 페이지마다 가득 채운 자연과 동물들은 강렬한 원색이 아님에도 시선을 잡아끈다. 사인펜으로 그린 듯한 삽화는 단순한 듯하지만 동물들마다 특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양면을 가득 채운 다채로운 색의 자연과 다양한 동물들 못지 않게 자연 속에 녹아들어 색다른 모험 중인 남매의 모습을 찾는 것도 재미 요소이다.



책의 뒷부분에는 책에 등장했던 모든 동물들이 도감 형태로 실려있다. 동물 이름들부터 낯선 것이 많은데 실사 동물은 아니지만 동물 이름과 함께 간단한 정보도 실려있어 보다 관심있는 동물은 나중에 아이와 함께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여기 나온 동물들이 대부분이 멸종 위기에 놓여 있는데 '관심이 필요해요', '살아남기가 쉽지 않아요' 등으로 위험 정도를 표시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알록달록하고 사랑스러운 이 책을 어디에 두어야 아이가 더 잘 볼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책과 별개로- 이 시대의 아이들은 티비나 인터넷, 책이 아닌 어느 곳에서 동물을 서슴없이 만날 수 있을까? 동물원, 사파리처럼 인위적인 공간이 아닌, 자연 속에서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자연과 만날 수 있는 건 정말 '동화 속 판타지'가 된 건 아닐지 아쉽고 씁쓸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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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함께하면
브리타 테큰트럽 지음, 김경연 옮김 / 미디어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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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무언가를 ‘같이’ ‘함께’한 게 언제일까.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마다 생각과 마음이 다르기에 내 편인지 아닌지 따져보게 되고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관계를 맺게 되는 것 같다. 사회도 언제가부터 그것을 인정하고 권하고 있다. 혼자 먹는 밥, 혼자 보는 영화, 혼자 마시는 술... 오히려 마케팅적으로 활용되며 많은 사람들이 혼자, 각자의 시간을 더욱 당당하게 누리게 만든다. 점점 더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 것 같고,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롭기만을 바라며 사는 것은 아닌지.

그런 어른들에게 브리타 테큰트럼의 <다 같이 함께하면>은 귀여운 그림체와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익숙하지만 이제는 낯설기도 한 시선을 선물한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혼자보다는 같이, 함께한다면 많은 것들을 해나갈 수 있다는 메세지와 함께 그 안에서도 하나하나 특별하고 다양한 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 같이 함께할 수 있고, 그리고 그 안에서 각자 독립된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 책장마다 뚫린 구멍(!)을 통해 하나씩 늘어나는 아이들의 모습은 신선하면서도 귀엽고, 모두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독립된 개체로서의 아이들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늘어나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찌보면 예술작품 같은 느낌도 든다.

자칫 맹목적으로 보일 수 있는 메세지를 아이들의 시각에 맞춰 자연스럽게 제시한다. 자연의 여러 현상과 모습들이 배경으로 펼쳐지며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도 보여주며 인간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님을 시사한다. (다소 아쉬운 것은 다양한 색감으로 인해 텍스트가 많이 묻힌다. 밝은 배경에서는 괜찮지만 진하고 어두운 배경의 페이지에서는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ㅠ)

어른들에게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한다. 내가 누군가와 무언가를 경쟁없이 순전한 마음으로 함께했던 것이 언제였을까. 그리고 ‘다 같이 함께’해서 할 수 있다는 믿음이 내게 남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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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들 창비청소년문학 86
누카가 미오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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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매체들에서 학창 시절을 아름답게 묘사한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어서일까. 꽃잎이 날리고, 싱그럽거나 풋풋하고, 순수한 이미지들이 나열되고 아련하고 소중한 느낌을 말한다. ‘그땐 그랬지, 참 좋았지. 다시 그렇게 순수할 수 있을까?’ 등의 문구들과 함께.

기억은 왜곡되기 마련이지만, 누구에게나 학창 시절이 그렇게 추억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래집단이 최우선인 그 시절에 또래집단 내에서의 오해와 다툼, 혹은 영영 되돌릴 수 없는 상처... 가해자는 기억 못 해도 피해자는 절대 잊을 수 없다는 그런 상처들. 뉴스에 나오는 사건들만 봐도 어리다고 결코 용서될 수 없는 잔인한 행동들이 어린 영혼들을 병들고 다치게 한다.

누카가 미오의 <외톨이들>은 학창 시절의 적나라한 단면을 보여준다. 서로의 숟가락 개수까지 알만큼 가깝다면 가깝고 불필요할만큼 서로 훤히 알 수밖에 없는 한 시골 마을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의 한 사건으로 인해 원치 않는 변화를 맞이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미성숙한 어른의 잘못에서 비롯된 ‘금붕어 사건’은 반 아이들로 하여금 히토코에게서 등을 돌리게 만든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혼자가 된 히토코는 ‘히토리코’라는 별명을 얻고 무리에서 떨어져 나간다. 여기에 히토코의 오랜 친구 아키히로, 한때 절친이었던 가호, 그리고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고 도시로 떠났다가 돌아온 후유키까지, 각각의 시선에서 히토코와 학교의 모습이 만화경처럼 어울어진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이어진 이들의 인연은 시골이라는 환경이 주는 것만은 아니었다. 시간도 흐르고 학년이 바뀜에 따라 새로운 관계가 형성될 법도 하지만, 히토코는 ‘얽히지 않아도 되는 사람과는 얽히지 않아’라며 외톨이를 자처한다. 이러한 히토코를 안타까워하는 아키히로, 이러한 아키히로를 못마땅해 하는 가호는 관심 없는 듯하지만 결국 히토코 주변을 맴돈다. 다시 마을로 돌아온 후유키는 자신의 금붕어로 인해 ‘히토리코’가 된 히토코에게 손을 내민다.

학창 시절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 같지만 <외톨이들>은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나이를 먹고 다른 집단에 소속되어 있지만 어디서든 끊임없이 관계에 대해 고민하기 마련이다. 특히나 요즘은 메신저나 SNS 등으로 더 많이 관계에 노출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이 있고, 더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정답은 없으나,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의 모습에서 보이는 우리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다른 한편으로는 어른인 우리가 뭐가 낫고 뭐가 다를까 싶다. 청소년뿐만아니라 관계에 대한 고민이 있는 누구나 꼭 한번은 누카가 미오의 <외톨이들>을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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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메이커스 - K팝의 숨은 보석, 히든 프로듀서
민경원 지음 / 북노마드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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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열광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TV로 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얼마 전에는 TV에서 방탄소년단에 열광하는 해외 팬들에 대한 다큐 형식 방송을 보여주었었다. 나도 잘 모르는 방탄소년단에 파란 눈 혹은 까만 피부의 외국인들이 울고 웃고 하는 모습들이 생경해 보였다. 하지만 그때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예전에 내가 즐겨듣던 팝송에 대해 미국 친구에게 물어봤을 때, 정작 그 친구는 잘 모르겠다고 했던 모습. 그 나라 사람이라고 해서 그 나라 노래를 다 알아야 하는 건 아닌데, 마치 당연한 것처럼 생각했었다.

K-Pop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나라 사람들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세계 누구든지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는 그런 대상. 더 이상 ‘우리만의 것’이라든지, ‘한국을 대표하는’이라는 표현은 어쩌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내가 아는 것은 겉모습이고 일부분일 뿐이기에 <K팝 메이커스>라는 책이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단순히 히트할 한 곡을 뽑기보다는, 예술의 한 장르로써 결과물을 만드는 ‘K팝 히든 프로듀서’의 이야기. 김형석과 포스티노처럼 익히 알려진 프로듀스뿐만 아니라 B1A4 진영이나 권순일처럼 현역 활동을 하는 가수이면서 프로듀서로서도 각광 받는 이들까지, 얼핏 보면 다 다른 모습이지만 결국은 K팝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K팝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었다.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는, 협업하여 곡을 만드는 과정이나 에피소드, 영감을 얻는 방법 등은 프로듀서들을 한 명의 아티스트로 다시 보게 하였고, 잘 몰랐던 곡들을 찾아서 들어보게 하였다.

팝의 측면에서는 K팝 속의 ‘한국적인 것’을 찾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보의 인터뷰처럼 ‘근본 없이 장르가 뒤섞’인 것이 의도적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게 K팝만의 특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단지 한국어로 불러서가 아니라, 각기 다른 특색들이 모였을지라도 K팝만의 어울림으로 세계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다면, 하나의 장르로써 K팝이 오래오래 이어져 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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