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는 『한 여자』 끝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환기한 후 이렇게 쓴다. "여자가 된 지금의 나와 아이였던 과거의 나를 이어주던 것은 바로 어머니, 그녀의 말, 그녀의 손, 그녀의 몸짓, 그녀만의 웃는 방식, 걷는 방식이다. 나는 내가 태어난 세계와의 마지막 연결 고리를 잃어버렸다." - P172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암묵적이든 잠재적이든 어머니를 통해 유지되어온 내 과거와의 연속성이 이제 끊어져버렸다. - P181

계급을 바꾼다는 것, 사회적 환경을 바꾼다는 것은 말하는 법을 다시 배우도록, 이전까지 말하던 방식을 추방하도록 강제한다. - P184

여러 해 동안 내 안에는 가정 환경에서 지배적이었던 프랑스어와교육 환경에서 지배적이었던 프랑스어 사이에 단절이 있었다. - P189

의사소통의 언어학적 상황, 사회적 조건은 모든 교환과 상호작용에서 결정적이다. - P190

분열된 하비투스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의미한다.
우리가 일단 한 계급에서 다른 계급으로 이동하고 나면 두 가지 언어학적 대역, 두 가지 신체적 에토스를 자기 안에 간직하게 된다. 우리는 어느 지점까지는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옮겨 갈 수 있는데, 어느 쪽에서든 편안함을 느끼지는 못한다. 획득된 하비투스가 오래전부터 원초적 하비투스보다 우세했기 때문이고, 시간이 갈수록 후자는 희미해지고 지워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타계는 이 지워짐을 강화하게 된다. 아니, 차라리 법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 P193

계급 폭력은 아주 단순명료하면서도 잔혹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지배 언어에 능통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학교와 대학에서 얼마나 많은 학업적 실패가 비슷한 방식으로, 하지만 때로는 덜 눈에 띄는 방식으로 일어났겠는가? - P195

자기 어머니를 애도하는 것은 "자신의 어린시절"과 "잃어버린 젊음을 애도하는 것"이라고 알베르 코엔은 쓴다.‘ - P195

그는 모두에게 이렇게 훈계한다. "아직 어머니가 살아 계신 아들들이여, 당신의 어머니가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 만일 당신들 가운데 한 명이라도 내 죽음의 노래를 읽고 어느 날 저녁 어머니에게 더 부드럽게 대한다면, 나와 내 어머니 때문에 그렇게 한다면, 내 글쓰기는 헛되지 않을 것이다. […] 내가 당신에게 건네는 이 말들은, 아직 어머니가 살아 계신 아들들이여, 내가 나 자신에게 표할 수 있는 유일한 조의다. 아들들이여, 시간이 있는 동안, 어머니가 아직 살아 계시는 동안이다, 서두르시라. [...]하지만 난 당신들을 안다. 그 어떤 것도 어머니가 살아계시는 한 오래도록 당신들의 그 끔찍한 무관심을 없애지 못할 것이다. 어떤 아들도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리라는 것을 진정으로 알지 못한다. 아들들은 모두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며, 이 바보들은 곧 벌을 받는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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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말이다. - P47

우리 남성은 무언가를 무조건 사랑하는 일이 참으로 불가능하다. - P48

실제로 몇몇 데이터를 보면 고독사는 남성의 경우가 훨씬 많다.
고독사를 하고 나서 발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남성이 훨씬 길다. 우리는 살아서도 고독하고 죽어서도 고독한 것이다. - P49

우리는 무언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언제나 겁을 먹고, 불안해하며, 공포를 느낀다. 차별이나 폭력의 대부분은 그런 불안이나 공포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 P50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것을 참으로 싫어한다. 우리는 상대의 눈을 보고 싶지도 않고, 남이 자기 눈을 보지 않기를 바란다. - P51

두려움이나 긴장은 침묵에서 생겨난다. - P52

어떤 강렬한 체험을 남에게 전하고자 할 때, 우리는 이야기 자체가 된다. 이야기가 우리에게 빙의하여 자기 자신을 이야기하게 만든다. 우리는 그때 이야기의 매개 또는 그릇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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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아하는 일은 분석할 수 없는 것, 그냥 그곳에 있는 것, 색이바래서 잊혀 사라지는 것이다. - P12

인생은 단편적인 것이 모여 이루어진다. - P17

이러한 단편적인 만남을 통해 이야기를 들은 단편적인 인생의 기록이 그대로 그 사람의 인생이라고 한다거나 그대로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의 운명이라고 일반화하고 전체화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다. - P19

어떤 사람이든 다양한 ‘서사‘를 내면에 담고 있다. - P29

우리가 눈으로 보면서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 - P29

존재하는 것은 영원히 사라져 버리지만 다른 형태로 우리에게 남겨진다. - P31

이 세계에는 필시 무수한 헨리 다거가 있다. 그리고 헨리 다거와는 달리 발견되지 못하고 잃어버린, 헨리 다거 못지않게 감정을 뒤흔드는 작품이 무수하게 있을 것이다. 또 한 사람의 헨리 다거가 지금 내가 사는 이 동네에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의 곁에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헨리 다거의 존재를 둘러싸고 가장 가슴이 울컥했던 점은 헨리 다거라는 사람 자체라기보다는, 또 다른 헨리 다거가 늘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 P37

사람들의 단편적인 인생에는 이모티콘을 많이 쓴 단편적인 서사가 있을 뿐이다. 문화적 가치관을 전도시켜 거기에서 예술적 평가를 끌어내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숨겨 놓지 않았지만,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서사는 아름답다. 철저하게 세속적이고, 철저하게 고독하며, 철저하게 방대한 훌륭한 서사는 하나하나의 서사가 무의미함으로써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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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아하는 일은 분석할 수 없는 것, 그냥 그곳에 있는 것, 색이바래서 잊혀 사라지는 것이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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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는 작가들이 정말로 힘을 합치고 자기들의 소명을 의식한다면 권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 P509

언제나 되풀이되는 것은, 자기 세기의 가장 강력한 이 남자가 현실의 세계에서는 아무런 작용력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 P510

본질의 신비스런 유사성 덕분에 정신이 항상 다른 정신을 알아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시끄러운 시대문학의 요란한 소음 위로 이 두 사람이 조용하고 평온하게, 침착한 태도로, 그리고 분명한 확고함으로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았던 것을 읽는 일은 감동적이다. - P519

그가 절망에 사로잡혀서 한스카 부인을 향해서. <하트의 잭의 방책>이 실패로 돌아가면 자신은 네 권의 소설을 써야 한다고 탄식했지만 우리는 그와 함께 탄식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발자크가1841년부터 1843년까지 이런 곤란한 처지에서 쓴 장편과 단편소설들은 그의 가장 힘찬 창작품에 속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저 멜로드라마들이 성공을 거두었더라면 어쩌면 그는 이 작품들을 남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P554

발자크가 체험과 실망을 통해서 분노를 느낄수록 그는 더욱 진실에 가까워졌다. - P555

자연에서 동물종들이 주변 상황에 맞게 다양한 모양으로 발전하듯이 인간도 사회 안에서 다양하게 발전한다. - P561

사람들은, 그것도 가장 천재적인 사람들조차도 자기들의 업적이 아니라 훨씬 더 값이 싸고 가벼운 물건들로 존경받고 경탄받으려고 생각한다는 것이 삶의 법칙이다. 수집가 발자크는 이 사실에 대한 전형적인 예가 되고 있다. - P601

인간은 자기 천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법이다. - P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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