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re : 센서티브-일자샌드

센서티브 -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섬세한 심리학
일자 샌드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센서티브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레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이 떠오른다.

일레인 이전까지 내향적인 사람들은 소심하고 나약한,

사회부적응자로 인식되며 개조되어야 할 부류에 속했다.

하지만 그녀의 연구를 통해 성격장애와의 차이점을 발견하고

민감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었다.

<센서티브>의 저자 역시 일레인 연구의 영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본인 역시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에 속한다고 말한다.

나역시 더 민감한 부류에 속함에도

그녀의 사례들 중에는 오- 이건 진심 심한데? 싶은 것들 있다.

그렇게 심각한 레벨의 민감한 사람이

수많은 청중 앞에서 강연을 하고

또다른 민감한 사람들을 상담한다고 생각하면 생활이 끔찍할만도 하지만

저자는 스스로를 진단하고 자신을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되어

현재는 잘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민감한 사람들은 놀라우리만치 본인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 그에 따른 본인의 행동에 대한 결과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말이다.

그 영향이란 물리적인 것 뿐아니라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한계까지 포함된다.

이들은 정신적을 타격을 입으면 육체적으로도 힘들 때가 온다.

이것은 마치 학교가기 싫은 어린아이가 진짜로 병이 나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민감한 사람들은 본인 못지 않게 타인의 감정과 행동에도 쉽게 동화되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집단에서 힘겨워할 수 있다.

그럴 때면 타인의 영향을 차단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떠나가려던 정줄을 다시 붙잡아 줄 리프레시 활동을 해야한다.

이렇듯 민감한 사람들은 민감하지 않는 사람들의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남몰래 고통스러워하고 끙끙 앓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은 평생 민감한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이해하지 못해도 좋으니

때려 고쳐야 할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민감하지 않는 심리상담사가 민감한 사람에게 처방해주는 방법들은

오히려 민감한 사람들을 몰아부쳐 벼랑 끝에 서있는 사람을 밀어 떨어뜨릴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선 저자와 같이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이

민감한 사람에게 공감하며 상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주 최근의 일이지만 문제적 인간으로만 치부되었던

민감한 사람들에 대한 이런저런 이해의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민감한 성향의 아이일지라도 환경에 의해

충분히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인생은 복불복,

내향적인 성향으로 태어난 것과 마찬가지로

그런 환경에서 태어나는 것을 본인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여전히 이 민감하지 않은 세계는

민감한 어린이들이 자라나기엔 너무 험한 세상인 것이다.

약은 약사에게 상담은 민감한 상담사에게...

w.193:17 민감한 사람들은 낮은 자존감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높은 기준을 세우는 것으로 낮은 자존감을 보상받으려는 악순환의 굴레에 갇혀 있다. 그들은 높은 기준을 세우기 때문에 반복적인 실패를 경험하고, 그것은 그들의 자아의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Book : 가상가족놀이-미야베미유키

가상가족놀이 ㅣ 스토리콜렉터 6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17년 2월

새해가 돼서 미미여사 신간이 나온다는 풍문을 들었다.

<가상가족놀이>라는 제목도 표지도 전부 다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알맹이는 2011년 <R.P.G.> 개정판ㅋㅋㅋ

원제를 보는 순간 ‘아, 그 얘기~’라며 오래된 기억이 소환되는 경험을 했는데

그러고나서 새로운 제목을 다시 보니 이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엔

<가상가족놀이>가 딱이라는 생각도 든다.

중년의 직장남성이 수차례 칼에 찔려 숨진 채 시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또 다른 살인사건과의 연관성이 밝혀지고

취조실로 그의 딸과 아들이 불려 들어온다.

하지만 이들은 진짜 가족이 아니다.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그의 또 다른 가족,

가상공간에서 그를 아버지라 부르던 가짜 딸과 가짜 아들이다.

가상공간에서의 가족이 진정 소중했다는 딸 가즈미와

어차피 다 가짜였다고 이제 그만하려고 했다며 허세를 부리지만

사실은 그런 가족이 갖고 싶었던 아들.

그리고 취조실 매직미러 너머의 방에서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는 진짜 딸 가즈미가 있다.

그녀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가짜 딸의 이상적인 아버지 역할을 수행하며

가상가족놀이에 빠져들어 실제 가족들의 심경을 무시한 아버지에 분노한다.

오프모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가짜 아버지가 죽자

딸은 어머니를 추궁한다. 당신이 죽였어?

취조실에 이들 가상가족의 또 다른 한명 어머니가 등장하며

아버지의 가상가족놀이를 눈치 챈

친딸 가즈미에 대한 아버지의 악질적인 속내가 드러난다.

그들은 단지 인터넷 세상 속에서만 존재하며

이상적인 가족을 흉내 내는 역할놀이를 즐겼을 뿐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현실도피에 급급해 허구와 진실 사이에 진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하지만 매직미러 너머의 가즈미는 그들이 간과했던 그 사이에 실제 존재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가상가족들을 바라보는 가즈미와

그런 가즈미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는 경찰들,

그들의 서로 다른 연극은 따로 또 같이 막을 내린다.

경찰이 아무리 상냥함이라는 좋은 말로 포장을 해봐도

아버지라는 사람을 알아갈수록 도대체 이 인간 뭐지?

도대체 가족을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싶다.

가족이란 이 세상 가장 가까이에 존재하는 반면교사이다.

부모를 닮고 싶지 않고 닮았다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그것은 본인 생각일 뿐이라는 게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딱할 뿐이다.

w.244:19 ‘이런 걸 두고 ‘어린아이 팔을 꺾는다’라고 하는 것 아닐까요?’

그래 맞아, 젊은이. 다케가미는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필요하다면 설령 어린아이 팔이라도 확실하게 꺽어야 하는 게 바로 우리 역할이니까.

Book : 너의세계를지나칠때-장자자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
장자자 지음, 정세경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1월

매일같이 온라인 게임을 하지만 실력은 중수에도 못 미치던 주인공이 생각해낸 작전은

채팅으로 상대방을 교란시키는 심리전이었다.

매일같이 이야기를 지어내 보는 사람을 홀려놓고는

to be continue 자막이 올라가며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드라마가 끝나는 것처럼

결말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게임 중간에 미친 듯이 헛소리를 날려서 상대방의 이성을 날려버림으로써

꽤 많은 게임을 승률을 잡아가던 중 강적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린다.

헛소리와는 급이 다른 저주파로 주인공도 상대방의 작전에 말려들기 일쑤였다.

나중에 그런 그와는 친구가 되고

실제로는 그의 목소리 듣기 힘들 정도로 말이 힘든

진정한 키보드워리어였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과묵한 친구의 여자친구를 소개받고

둘의 프로포즈 장면을 함께한다.

친구는 여자친구의 생일에 네비게이션을 선물한다.

음성안내를 전부 자신의 목소리로 바꾼 그 네비게이션은

게임채팅 속 키보드워리어의 입심 그것이었다.

그 둘이 헤어지고 여자친구가 맡기고 간

모두를 웃겨 정신을 쏙 빼 논 네이비게이션은

주인공의 손에 남겨진다.

친구는 여자친구가 맡겨 둔 물건을 찾으러 오지 않았다.

1년 후 무슨 바람이 불어 그 네비게이션을 장착하고

찾아간 곳에서 주인공은 뜻밖에 친구의 사랑고백을 듣게 된다.

주인공이 도착한 그곳은 2년 전 친구가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했던 곳으로

다시 둘이 함께 올 날을 기념하며 담아둔 메시지였던 것이다.

주인공은 글을 쓰고 술집을 경영하고 방송국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수많은 인연들을 맺어왔다.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한 ‘잠자리에 들기 전 읽는 이야기’ 시리즈를 묶은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 단편집은

그 인연들의 바로 곁에서 지켜본 처절한 사랑의 단편들을 보여주고 있다.

좁은 인맥을 꾸준히 깊게 유지하기 보다

넓은 인맥을 관리하는 것에 치중을 둔 주인공이라 그런지

스쳐지나가는 인연이나 기억저편의 인물들도 꽤 등장한다.

그래서 어리석으리만치 미련한 사랑이야기가 있는 반면

안보면 편할 것 같은 친구도 보듬어 않는 대륙의 마인드를 동시에 보여준다.

거기에 부모에게 침을 뱉으며 쫓아내거나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절을 하며 사죄하는 이해하기 힘든 관습이나

나쁨의 기준이 상이한 정서도 간혹 만나게 되지만

해묵은 인연이나 스쳐지나가는 인연에 연연하지 않고

그 연결고리를 잊지 않고 찾아 꺼내 쓴다는 데

작가의 글을 풀어쓰는 능력이 탁월하게 느껴진다.

이 책에 수록된 십 여 편의 이야기가 영화화 됐다고 한다.

가장 맘에 들었던 위의 줄거리인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와

'폭주 롤리타의 전설'도 역시나 이미 영화화 됐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찾아볼까 싶다.

Book : 무코다이발소-오쿠다히데오

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17년 1월

Book : 무코다이발소-오쿠다히데오

눈이 많기로 유명한 홋카이도 삿뽀로,

거기에서 한~참 떨어진 시내 외곽의 작은 시골마을.

한때 탄광으로 번성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산업이고 젊은이고 다 빠져나가고

남은 거라곤 노인들뿐이다.

이런 쇠락한 시골마을의 이발소 주인 무코다 아저씨의 아들이

도시에서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고 가업을 잇겠다고 돌아온다.

이런 깡촌에 내려와서 뭐하느냐,

어차피 타지인인 관공소 직원의 입바람에 휩쓸린 것은 아닌가,

도시에서 실패하고 도망쳐 온 것은 아니냐는 근심 많은 아저씨와

미용기술 배울 돈을 마련하며

몇 남지 않은 마을청년단들과 어울려 다니며

걱정말라며 큰소리 뻥뻥쳐대는 아들을 보며

나는 막연하게 이라부 정신병원의 분위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무코다 이발소의 아버지와 아들의 기상천회한 대격돌이 펼쳐지나 싶었더니

내 바람과는 달리 이야기는 마을 곳곳으로 뻗어나간다.

딱히 내세울 것 없는 빈약한 마을이

축제로 반짝 관광객이라도 끌어보려는 노력과 실패,

노인들만 남은 시골부부에게 닥친 병환생활,

늦도록 장가 못 간 남자의 상처 등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

이게 도대체 일본소설인지 국내소설인지 헛갈릴 정도다.

옆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안다는 시골마을의 정서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야기들로

영화촬영지 유치에 성공했다고해서

갑자기 마을이 번성할 거라 기대하고

영화스토리가 자신들이 기대한 내용이 아니라고 화내다가

그 영화가 상을 받았다고 또 좋아라하는 시골사람들을 보며

아...어찌나 순박하고 정직한지 눈물이 짠할 정도였다.

거기다 무코다 아저씨는 어찌나 바른 정신에 입도 무거우신지

동네사람들의 신임이 두터워 해결사 노릇을 하시는데

보아하니 철부지 아들이 이발소와 함께 그 역할까지 이어받을 기운이 느껴진다.

근데...아들들만 돌아오고 딸들은 돌아오질 않으니

장가 못 간 남자의 상처이야기는 무한리플레이인가...ㅋㅋㅋ

Book-re* : 원워드-존그든외

원 워드 - 내 인생을 바꾸는 한 단어의 힘
존 고든.댄 브리튼.지미 페이지 지음, 이경희 옮김 / 다산4.0 / 2017년 1월

신년이 시작 된지도 벌써 한 달.

우리가 진정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인정하는

마음 속 새해 설날도 지나버려서

이제는 진짜 빼도박도 못하고 양력으로든 음력으로든

새로운 한 해를 살아가고 있다.

해가 바뀌면 한 해 동안 쓸

다이어리를 정성껏 고르던 학창시절을 보내고

업무용 다이어리를 대충 쓰던 회사시절도 보내고 나면

다이어리 따위가 뭣이 중헌디 레벨에 다다르게 된다.

이미 적을 만큼 많이 적어봐서

더 이상 다이어리 첫 장에 새로운 소망이나 결심,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 같은 건 적을 생각도 없다.

이 정도가 되면

‘새해가 되면 매번 결심만 하는 당신에게’라는 말도 무색해진다.

그래도 <원 워드>는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원 워드의 규칙은

한 해의 계획이나 목표를 문장이나 슬로건이 아니라

단 한단어로 요약해야 한다.

아내와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고,

직장이나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싶다고 가정했을 때

그렇게 하고 싶다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더 깊이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그 전부를 어우를 수 있는 단어는 무엇인가.

저자 중 한명은 그것의 원 워드를 ‘친밀함’으로 정하고

1년 동안 그 단어를 항상 곁에 두고 실천했다고 한다.

원 워드 실천방법과 성공사례들을 보니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방법이라는 친근감이 느껴졌다.

학기초가 되면 교실마다 ‘정직’이니 ‘바른생활’이니 하는 급훈을 정해 걸어놓고

한해동안 보며 실천하자던 그대로였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다수의 학생들이 하나의 단어를 쫓았다면

원 워드는 다수의 학생들이 저마다 자신만의 단어를 쫓는다는 것이다.

단어 하나 정해둔다고 뭐 달라지겠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효용성을 떠나서

새해에 가족들 또는 친구들과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한해목표를 세우고 원 워드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신년행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