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
장자자 지음, 정세경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매일같이 온라인 게임을 하지만 실력은 중수에도 못 미치던 주인공이 생각해낸 작전은

채팅으로 상대방을 교란시키는 심리전이었다.

매일같이 이야기를 지어내 보는 사람을 홀려놓고는

to be continue 자막이 올라가며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드라마가 끝나는 것처럼

결말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게임 중간에 미친 듯이 헛소리를 날려서 상대방의 이성을 날려버림으로써

꽤 많은 게임을 승률을 잡아가던 중 강적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린다.

헛소리와는 급이 다른 저주파로 주인공도 상대방의 작전에 말려들기 일쑤였다.

나중에 그런 그와는 친구가 되고

실제로는 그의 목소리 듣기 힘들 정도로 말이 힘든

진정한 키보드워리어였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과묵한 친구의 여자친구를 소개받고

둘의 프로포즈 장면을 함께한다.

친구는 여자친구의 생일에 네비게이션을 선물한다.

음성안내를 전부 자신의 목소리로 바꾼 그 네비게이션은

게임채팅 속 키보드워리어의 입심 그것이었다.

그 둘이 헤어지고 여자친구가 맡기고 간

모두를 웃겨 정신을 쏙 빼 논 네이비게이션은

주인공의 손에 남겨진다.

친구는 여자친구가 맡겨 둔 물건을 찾으러 오지 않았다.

1년 후 무슨 바람이 불어 그 네비게이션을 장착하고

찾아간 곳에서 주인공은 뜻밖에 친구의 사랑고백을 듣게 된다.

주인공이 도착한 그곳은 2년 전 친구가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했던 곳으로

다시 둘이 함께 올 날을 기념하며 담아둔 메시지였던 것이다.

 

주인공은 글을 쓰고 술집을 경영하고 방송국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수많은 인연들을 맺어왔다.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한 잠자리에 들기 전 읽는 이야기시리즈를 묶은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 단편집은

그 인연들의 바로 곁에서 지켜본 처절한 사랑의 단편들을 보여주고 있다.

좁은 인맥을 꾸준히 깊게 유지하기 보다

넓은 인맥을 관리하는 것에 치중을 둔 주인공이라 그런지

스쳐지나가는 인연이나 기억저편의 인물들도 꽤 등장한다.

그래서 어리석으리만치 미련한 사랑이야기가 있는 반면

안보면 편할 것 같은 친구도 보듬어 않는 대륙의 마인드를 동시에 보여준다.

거기에 부모에게 침을 뱉으며 쫓아내거나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절을 하며 사죄하는 이해하기 힘든 관습이나

나쁨의 기준이 상이한 정서도 간혹 만나게 되지만

해묵은 인연이나 스쳐지나가는 인연에 연연하지 않고

그 연결고리를 잊지 않고 찾아 꺼내 쓴다는 데

작가의 글을 풀어쓰는 능력이 탁월하게 느껴진다.

 

이 책에 수록된 십 여 편의 이야기가 영화화 됐다고 한다.

가장 맘에 들었던 위의 줄거리인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

'폭주 롤리타의 전설'도 역시나 이미 영화화 됐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찾아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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