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 시곗바늘 위를 걷는 유쾌한 지적 탐험
사이먼 가필드 지음, 남기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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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신있게 모든이라고 하지 않고

거의라는 말을 붙여 한발 물러선 제목이

더 호감가는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를 골라보았다.

 

해가 뜨고 지는 걸 바라보며 산 과거에서

분초를 다투며 사는 사람이 있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어쩔 수 없는 시간의 울타리 안에 살고 있다.

근데 시간이라는 이 밑도 끝도 없는 개념은

누가 만든 걸까.

그리고 다 같이 시간이라고 말은 하지만

랩이라고 하는 단위표준은 또 왜 생긴 걸까.

저자는 시간하면 떠오르는 시계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산업발전에 의한 제품에 의해 정해진 랩타입의 역사나

시간에 관한 기록도 돌아본다.

 

지구는 둥글고 빙글빙글 돌고 있다.

거기에 살짝 기울어져 있어서

사는 곳에 따라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다르다.

그래서 각 나라마다 자신들만의 시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기차의 발명으로 대전환을 맞이한다.

기차회사는 기차회사대로 각 나라는 나라대로

자기시간을 기준으로 움직이다보니

출발한 기차역에서의 시간표와

도착하는 나라의 시간표가 틀어져버리는 것이다.

각 나라마다 자기만의 시간을 쓰고 싶은 자존심에 반발은 있었지만

결국 한 기차회사의 시간표가

전세계의 표준시간으로 확산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었다.

 

그리고 응답할 수 있는 세대가 알고 있는

카세트테이프와 비디오테이프에 이은

씨디디스크의 재생시간이 정해지는 과정과

숨은 에피소드들을 보며

새로운 시간단위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도 알 수 있다.

원래 추상적인 개념인 시간이지만

시계나 플레이어 같이

물리적인 도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그로인해 연주의 시간이나

강연 등의 시간의 변천과정도 흥미로울 수 있다.

 

하루하루는 너무 더디게 흐르는데

한달 일년은 눈깜박 할 사이에 지나가는 것처럼

시간이란 방심하면 한방에 훅 가니

가끔 어떤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해보고

자기만의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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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숍 보이즈
다케요시 유스케 지음, 최윤영 옮김 / 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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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카쿠가 일하고 있는 곳은

대형 홈센터 안에 있는 펫숍이다.

만난지 하루만에 미나미 카쿠토란 이름을

카쿠란 애칭으로 부를 만큼 넉살 좋은 동갑내기 고타와

사명감 투철하고 손님뿐 아니라 알바들에게도 친절한

직원 가시 씨와 좋아하는 동물들에 둘러싸여

몸은 고되지만 즐거운 알바라이프 중이다.

천방지축 살아있는 동물들을 돌보다보니

그냥 있어도 매일이 버라이어티하지만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정작 따로 있다.

 

펫숍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일부 악성업소의 사례나

잘못된 정보로 인해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정작 진실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임시로 파견된 시카다 씨도

처음엔 펫숍 직원들을 동물은 많이 팔아치우면 그만이라는

피도 눈물도 없는 동물장사치로 생각하고

가시를 세웠지만 펫숍루머의 진실을 확인하고

직원들의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깨닫고

개과천선(?)하여 본사로 돌아간다.

세상엔 자기 직업에 애정이 없어도 되는 많은 일들이 있다.

하지만 반드시 사명감을 가지고 일 해야 하는 몇몇 직업이 있다.

그것은 국가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사람 뿐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생물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펫숍직원 뿐 아니라

직업보다 한 단계 위 레벨인 반려동물 주인도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가족으로 동물을 키워 본 사람은 안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 치부할 수 없는 그 깊은 유대감을.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어린 시절 힘든 시기를 곁에서 지켜준 동물친구를

아직도 마음 속 깊이 간직한 고타가

같은 견종이 나오는 영화를 가쿠에게 추천은 하지만

도저히 자신을 볼 수 없는 그 마음을,

남쪽에 살면 개도 힘들어하고

대형견이라 키우는 사람도 버거워하는 그 견종을 팔아달라고 찾아 온

브리더에게 바락바락 악을 쓰며 반대한 그 이유를

너무 잘 알 것 같아 가슴이 찌릿했다.

분양이냐 입양이냐 말들이 많지만

어느 것이 좋다나쁘다 말할 필요는 없다.

제 눈에 안경이긴하지만

예쁜 녀석, 튼튼한 녀석을 찾는 것은 자연스런 욕구다.

경로가 어찌됐든 키우는 사람이

반려동물을 올바른 방법으로 많이 사랑해주면 그만이다.

 

동물을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가

모든 이유가 되는 그 곳.

이바라키 유어셀프 가미조 지점 펫패밀리의

단골손님이 되어보고 싶다.

이런 펫숍 보이즈라면 믿고 분양받을 수 있을지도~-

 

 

p.221:17 동물은 말이 통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인간은 서로 대화가 안 통하면 피곤해져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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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천재가 된 홍 대리 - 딱 6개월 만에 중국어로 대화하는 법 천재가 된 홍대리
문정아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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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만년대리 홍대리가 돌아왔다.

그동안 여러 홍대리가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지만

그의 천재타이틀 정복은 계속된다.

의류회사에 다고 있는 홍대리.

회사가 사활을 걸고 있는

중국진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기획서도 잘쓰는 근면성실열혈 홍대리지만

중국진출팀으로써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중국어고자...

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아가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국어를 마스터해야한다.

다음 현지발표 때까지

홍대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6개월.

근무는 기본이요 잔업까지 해야하는 직장인이다보니

감히 학원다닐 엄두가 아나니

일단 독학으로 해결해보기로 한다.

책도 보고 동영상강의도 들어보지만 영 신통치 않아

주변의 중국어능력자를 찾아가 조언을 구해본다.

하지만 그 방법이라는 것이

빽빽이라는 사상최악의 비법으로

제대로 된 중국어발음 하나 남은 것 없이

한달여의 소중한 공부시간이 소비되고 만다.

그러다 우연히 무림고수의 존명을 듣게 되고

세기의 행운가 홍대리는 천재일우로

문정아 샘의 가르침을 받게 된다.

2주에 한번씩 2시간씩

홍대리의 수준과 진도에 맞춰

다음 스텝과 공부요령을 알려주는 문쌤.

이미 같은 언어를 공부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본 문쌤의 레슨포인트에

홍대리는 격하게 공감하며

프로젝트의 압박감과 공부의 재미 사이에서

실력은 일취월장한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모든 방법이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개중에 이건 반드시 된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있는데

문쌤의 레슨방법도 그 중 하나인 듯 싶다.

외국어도 운동이나 음악과 마찬가지로

본인 스스로 몸으로 체득하는 노력과 수준이 요구되는데

그것이 일정 수준에 다다르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스승이라도

다음 스텝으로 이끌어 줄 수가 없다.

어느 분야에 통달한 사람이 목표와 요령을 제시하면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일정기간 동안

자기만의 학습시간을 갖는다.

지난 학습이 마무리되면 다음 목표와 요령을 제시하여

점점 학습단계를 높여간다.

중국어 천재가 된 홍대리는

뛰어난 스승에 열혈제자의 만남이라는

맞춤형개인레슨의 이상향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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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온도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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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덕무 님은 어떻게 조선최강의 감성에세이스트가 되었는가.

성리학이 판치던 조선 중기.

그는 서자였을 뿐이고

서자는 과거시험을 볼 수 없었다가 정답.

옛날 양반네들은 그 짧은 수명을 가지고도

입신양명을 위해 인생의 절반을 바쳐

살아생전 붙을지 떨어질지도 모를 고시공부를 했다던데

덕무 님은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공부가 차고 넘쳐 잡학다식에 눈 뜨며

자신만의 글을 쓰기에 이른다.

노력하는 자는 재미로 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했다.

특별한 목적과 뜻이 없었기에

덕무 님의 글쓰기 주제는 자유로웠다.

서리와 눈의 결정을 관찰하고

벌집을 들여다보며 자연과학에 소질을 보이는가하면

평양에 싱크홀이 생겨 봤더니

그 아래 지저세계가 존재하는데

그냥 덮었다느니 하는 미스터리 수집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찢어지게 가난해 추위를 이불삼고

논어로 병풍을 친다는 눈물겨운 허세 속에서도

그의 세상만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어찌나 높았던지

책이 귀한 시절

그에게 책을 안 빌려주는 이 없고

신간은 먼저 와서 맡기니

요즘 세상으로 치면 서책파워블로거 쯤 되시겠다.

무수한 상념의 시간,

스쳐지나가는 생각을 붙잡고

글로 남김으로써 소품문은 가치를 지닌다.

일상의 발견이나 깨달음은

지금 시대에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너무 별거 아닌 얘기지만

조선아재 글에 여럿 공감버튼을 눌렀다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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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행복 - 이해인 수녀가 건네는 사랑의 인사
이해인 지음, 해그린달 그림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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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이해인 수녀가 건네는 사랑의 인사

 

눈물 나게 추운 날.

저녁놀을 향해 달리는 버스 안에서

책을 보다 눈이 부셔 고개를 드니

마른하늘에 무지개가 보였다.

비 내리는 날의 둥근 무지개가 아니라

하늘에서 천이 내려오는 것 같은

똑 고르고 하늘하늘한 무지개였다.

마음이 정화되는 책을 읽었더니

별 게 다 보이는구만.

저 낮은 언덕 너머에는

지금 무슨 일이 있는 걸까하며

무지개를 바라보느라 책을 덮었다.

 

이해인 수녀의 글에는

어려운 말과 허례허식이 없다.

그의 시 또한 쉬운 말로 되어있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다정하다.

그럼에도 자주 책장을 덮게 되는 이유는

별 것 아닌 평범한 것의 소중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타인의 뒷말을 했을 때의 괴로움,

상대방에 대한 돌려 말하는 배려 같은

고운 말의 중요성에 더해

구름수녀의 오랜 투병생활이 투영된

이번 책에는 살아있는 나날의 소중함도 돌아보게 한다.

수녀의 젊은 날의 일기와

소중한 인연들과의 편지들과 코멘트를 보며

그의 죽음에 대한 사색이 많아졌음을 느낀다.

언제나 글로 마음을 주는 산타 같은 구름수녀,

오늘은 내 남은 생애의 첫날

더 많이, 오래오래 적어 나가시길...

 

w.80 성철스님 <공부노트> 중에서

수행이란 안으로는 가난을 배우고

밖으로는 모근 사람을 공경하는 것이다

어려움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다

용맹 가운데 가장 큰 용맹은

옳고도 지는 것이다

공부 가운데 가장 큰 공부는

남의 허물을 뒤집어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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