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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 - 같이는 아니지만 가치 있게 사는
권미주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9월
평점 :

몇 년 전부터 새로운 삶의 형태가 우리 눈에 보였다. MBC <나 혼자 산다>가 비단 연예인의 관찰 예능만으로 인기를 끈 것은 아니다. 비혼,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싱글 남녀의 사는 방식은 시청자의 호기심과 궁금증이 동반해 나온 결과가 아닐까 한다. 우리는 더 이상 1인 가구가 특별하거나 특이할 것이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40대 비혼 여성으로 심리 상담 센터를 개소 및 운영하며 개인 심리상담가로 살아가고 있는 저자가 '같이는 아니지만 가치 있게 사는' 자신만의 싱글 라이프를 소개한다. 30대부터 시민단체에서 활동했고 여성문제, 여성의 삶, 여성의 연대 등에 관심을 가지며 공부와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홀로 살아가는 여성들과 모임을 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묻어나는 담담한 에세이다.
프롤로그에서부터 저자 본인이 스스로 바라보고 경험한 삶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한다. 비혼 여성이라 칭하지만 혼자라는 일정한 틀에 나를 가둬두지 않는다. 내가 혼자인 것에 있지 않고, 내가 나와 더불어, 또 타인과 함께 잘 살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당당하게 살아가는 저자다. 결혼을 했든 하지 않았든, 아이가 있든 없든, 제일 중요한 건 나에게 얼마나 당당할 수 있고,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사랑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인다. 저자의 글에서 비혼을 떠나 성숙한 인간이라면 어떻게 삶을 이해하고 대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총 6챕터로 목차가 구성되어 있고 1챕터는 1인 결혼식이라 불리는 비혼식, 결혼과 가족 안에 담긴 저자의 생각과 의견을 엿볼 수 있다. 나머지 챕터에는 간혹 싱글이라는 단어가 나오기는 하지만 어떤 누가 읽어도 공감할만한 정신과 마음을 토닥여주는 심리학 도서이기도 하다.

비혼식은 이제 혼자 살겠다고 독신을 선택한 이들이(꼭 여성만 그런 건 아니지만 여성이 절대다수일 것이다) 지인들을 불러서 조촐한 파티를 열고, 이제 나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그에 대해 축복과 축하를 받는 시간이다. (p.17)
단지 비혼식을 한다는 건 내가 더 이상 '결혼'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치지 못한 미성숙한 어른으로 대접받지 않겠다는 나의 표현인 것이다. (p.18)
저자는 싱글 여성의 삶을 말하며 비혼식을 언급한다. '결혼식'의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전적 의미로 결혼식은 '제3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남녀가 부부관계를 맺는 서약을 하는 의식'이다. 혼자 살겠다며 독신을 선택한 저자 및 다른 싱글 남녀의 삶을 응원한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여겨지고 성스러운 결혼식에 반대되는 신조어로 인해 본래 단어가 가지고 있던 고유의 참뜻이 퇴색되어 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굳이 비혼식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들의 삶은 존중 받고 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의 호감을 얻을 수 없다. 왜 혼자 사냐고, 결혼을 왜 하지 않냐고, 나이 들어 혼자 어떻게 살려 하느냐고 하는 따위의 일부 사람들 말은 지긋이 무시하면 된다.
독신세를 물려야 한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을 정책의 일환이라고 꺼낸다. 독신으로 살 건 가족으로 살 건 세금은 똑같이 내고 있는데도 말이다. 오히려 독신은 자녀가 있는 가구에 비해서 국가로부터 복지보조나 세금환급 등의 혜택으로부터 제외되고 있다. (p.30)
정부의 정책으로 1인 가구에 대한 지원이 한정적인 것은 맞다. 청년 및 노인만이 대상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어떤 가구의 형태가 범국가적으로 올바를까? 나 혼자만으로도 살기 힘든 사회라는 걸 알면서도 국가는 결혼과 출산을 장려한다. 국가는 미래적으로 인구감소를 심각하게 여긴다. 국민이 성장하는 동안 각종 의료보험, 무상 의무교육, 국가장학금 등을 지원한다. 결혼을 해서 출산하는 일은 인구수 유지를 가능하게 한다. 수많은 국민들은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고 내수경제가 활발해진다. 국가는 이런 국민에게 당연히 지원을 늘릴 수밖에 없다. 독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녀가 있는 가구에 비해 정부 혜택에서 제외되고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건 무리가 있다. 원래 국가는 결혼과 출산을 독려해야만 하는 존재다.
우리 사회가 그런 사회가 되면 좋겠다. 여자든 남자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누군가에게 자기를 드러낼 어떤 사회적 명함이나, 누군가에게 소속된 어떤 이름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닌, 그저 “나는 OOO입니다”라는 이름 자체로 충분한. (p.78)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봉의 수준과 상관없이 내가 사는 동네와 상관없이, 나의 직업과 상관없이 나는 그때의 나를 지금보다는 더 따뜻하게 맞이할 것인가,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게 나는 좀 더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인가, 내 가족과 내 친구들과 내가 속해 있는 어떤 커뮤니티에서 나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인가 들이 그것이다. (p.83)
나는 내 얼굴에 점점 더 책임지는 사람으로 나이 들어가고 싶다. 온화한 얼굴, 옅은 미소, 나를 표현하는 시 한 편, 누군가의 손을 붙잡아 줄 수 있는 주름진 손, 토닥토닥 어깨를 다독여줄 수 있는 너른 가슴. 그런 것들을 가진 사람으로 점점 더 나이 들어가는 나를 그린다. (p.84)
많은 이들이 결혼을 할까 말까에 대해서는, 또는 저 사람과 결혼을 해도 좋을까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한다. 하지만 정작 결혼 자체의 의미, 나에게 결혼이 주는 의미에 대해서는 그렇게 깊이 생각을 하지 않는 거 같다. (중략) 내가 그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줄기찬 행복의 순간만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것은 넉넉히 감당할 수 있게 된다. (p.98)
나는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어떻게 관계 맺고 있으며, 어떤 말들을 쉽게 내뱉고 있는지 알아차려야 한다. 어떤 말들에 쉽게 상처받고, 어떤 것으로부터 쉽게 실망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나의 숨은 감정들을 내놓고 말할 상대가 없을 때, 나는 누구에게 나의 속마음을 내어 보이는지 알아야 한다. 나는 왜 쉽게 분노하고 쉽게 무너지면서도 아닌 척, 괜찮은 척, 멋있는 척하고 있는지도 보아야 한다. 그렇게 나를 들여다보고 만나는 시간이 필요하다. (p.131)
1챕터를 제외하고 싱글이라는 단어를 걷어내면 풍성한 심리학 저서라 할만하다. 개인심리상담가로서 저자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어릴 적 일하는 부모님 밑에 자라 부재를 느끼며 살아갔음에도 가족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잘 배려하고 돕고 필요에 따라 돌보는 자식으로 돌아가자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결혼, 인간관계, 돈, 노후,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살면서 늘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들에 대해 세밀하게 다룬다. 얼마나 인생을 돌아보고 곱씹고 고민하며 살아왔고 살아가는지, 저자의 훌륭한 인품이 드러난다. 끊임없는 자아성찰과 자신을 가장 사랑하고 몸과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저자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성숙한 인간이 아닐까.
'비혼 여성'이라는 제목 앞에 약간의 선입견이 있을 수 있겠다. 여성 단체에서 쓴 글은 아닐까, 페미니즘을 말하려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 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1챕터에서는 같은 여성으로서도 이해 못 하는 내용이 있었다. 다만 저자와 필자 사이에 견해 차이니 참고만 하면 된다. 나머지 챕터에서는 오직 싱글 여성에 대한 주제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결혼이라는 주제 아래 결혼을 준비하는 여성, 결혼한 여성에 대해서도 나온다. 심리상담가로서 저자가 써 내려간 다양한 상담사례는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싱글 여성이라고만 해서 불안한 것이 아닌 결국 모든 사람의 문제다. 그것을 성숙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를 <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이담북스, 2020)은 제시한다. 현재 싱글 여성이라면 자존감 회복에 좋다. 싱글 여성이 아니더라도 비혼에 흥미가 있다면,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 헤매고 있다면 이 책을 권한다. 삶은 언제나 누구에게든 예외 없이 무겁다. 그렇다고 아등바등 허덕이며 살아갈 것인가? 지금 나의 삶에서 충만한 에너지를 누리며, 내가 있음에 감사해 하고, 이 시간을 누림에 기뻐하라고 저자는 끝까지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메시지를 던진다.
* 본 포스팅은 <이담북스 서포터즈>로 책을 무상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