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이, 요르단 - 회색 도시를 떠나 푸른 밤과 붉은 사막으로, 컬러풀 여행
김구연.김광일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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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행지에서 보내온 브로맨스 여행기 <대책 없이, 요르단>(이담북스, 2020)

여행 에세이는 묘한 매력이 있다. 새로운 장소로 우리를 안내해 설레는 기분으로 첫 장을 넘기게 한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위기 탈출은 지난날의 비슷한 기억이 떠올라 아찔하다. 위대한 자연과 웅장한 관광지에 대한 설명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낯선 여행지에서 펼쳐지는 두 남자의 요르단 여행은 예측불허 극적인 드라마요, 희로애락이 담긴 한편의 감동 영화 같다. 신속한 현장 취재가 기본인 기자의 여행기는 어떤 식으로 펼쳐질까. 얼마나 생동감 넘치는 여행기를 들려줄까. <대책 없이, 요르단>은 그렇게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여행을 떠나기 직전까지 국회 출입 기자답게 바쁜 하루를 보내고 허겁지겁 달려 겨우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승무원으로부터 이코노미석 자리가 부족하다며 업그레이드된 프리미엄 좌석의 패스트 트랙 카드를 받는다. 정신없는 가운데에서도 그들은 뼛속까지 기자였다. 정치권에서 국회가 주요 안건을 신속 처리하도록 지정하는 전략인 동명의 제도가 머릿속에 스치다니! 잠깐이라도 삶의 무게와 복잡한 고민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난 여행이라면서 출발 전부터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직업병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여행기라고 해서 요르단 현지 이야기만 다루지는 않는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저자가 느꼈던 다양한 생각들을 보여준다. 기자의 일상, 30대의 고민, 친구로서 서로에게 보내는 진한 우정이 있다.


'대책 없이'라는 책 제목과는 다르게 목차 구성이 잘 되어 있다. 순서대로 읽다 보면 요르단 한가운데를 여행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석유가 넘쳐나는 다른 중동 국가와는 별개로 요르단은 관광업의 비중이 크다고 한다. 요르단 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관광객을 상대로 호객행위와 사기도 판을 친다. 모바일 데이터를 구입하고 택시를 타 호텔로 가기까지 온갖 사기 행각에 벌써부터 지친 두 사람이다. 이 여행이 과연 잘 될까, 독자마저 의심을 품지만 다행히 렌터카는 새 차를 받는다. 와디무집 협곡에서 천년의 물줄기를 만나고 죽음의 바다라 불리는 사해에서 그들은 천진난만한 어린이가 따로 없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인 고대 도시 페트라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붉은 사막 와디럼에서 여행의 절정을 맞는다. 푹푹 내려앉는 사막의 모래 속을 지프차가 덜컹거리며 가로질러 달린다. 요르단의 휴양지 아카바와 마지막 이집트에서 모든 여행이 마무리된다.



기자의 질문은 직선처럼 날카롭고 정확해야 하지만, 때로는 곡선처럼 완곡하고 부드러워야 한다. 어떻게 하면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고 오해 없이 질문을 할까. 일머리를 굴렸다. 처음에는 일상적인 대화로 말문을 텄다. (p.126~127)

많은 사람들이 무슬림을 싫어하는 것을 알지만 대부분 오해에서 비롯된 편견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무슬림은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p.224)

생각해 보니 와디럼 사막은 표지판은커녕 불빛 하나 없는 광야였다. 노와프는 뭘 보고 달리는 걸까. 어떻게 길을 찾아가느냐고 물으니 '내 머릿속에 GPS가 있어'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투어 가이드로 일한 지 6년째여서 대충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안다고 했다. 헷갈릴 때면 해가 떨어진 위치와 달이 솟은 위치, 별자리 등을 보고 방향을 가늠해 길을 찾기도 한단다. (p.224)

우린 결국 함께 떠나왔다. 살인적인 취업난을 뚫고 사회에 아장아장 걸음마를 함께 시작한 동료이자, 복잡다단 요지경 세상 속 든든한 뒷배였던 우리는 이번에도 새로운 현장에 함께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끓어오르는 여름날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텁텁한 미세먼지가 점령한 도시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나눴던 우리들의 이야기가 낯선 요르단에서도 계속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p.282)

브로맨스 요르단 여행기는 솔직하고 눈에 그려지듯 생생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르게 읽었다. 중동아시아 여행이 아직은 어색하게 느낄 수 있는 독자에게도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물 흐르듯이 편하게 썼다. 기자의 꼼꼼하고 치밀한 기록으로 요르단 여행을 향한 선입견이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 한다. 무슬림과 베두인(옛날부터 중동의 사막에서 유목생활을 하는 아랍인)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도 책을 읽으며 나아지기를 바라본다. 그동안 나와 함께 여행 동반자가 되어 준 남편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들게 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2019년 가을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잠깐 경유한 적이 있다. 두 국가가 아랍문화를 가진 나라라서 <대책 없이, 요르단>이 당시의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가끔 어떤 문장과 문단에서 크게 공감하기도 했다. 무릇 여행기란 이렇듯 누군가의 기억을 되살려 기분 좋게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요즘 시기에 잊고 있던, 이리저리 정처 없이 떠도는 버릇이 슬금슬금 올라오기도 했다. 누구나 유쾌하게 읽을만한 가독성 뛰어난 여행기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깨닫게 해주는 책이라 하겠다.


* 본 포스팅은 <이담북스 서포터즈>로 책을 무상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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