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건강을 위한다는 착각
신재용 지음 / 반니출판 / 2026년 8월
평점 :
몸에 좋다는 영양제를 한 움큼씩 삼키고 정기 검진 결과표의 작은 수치 하나에도 가슴을 졸이는 일상은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무척 익숙한 풍경이다. 나 역시 치료사로서 환자들을 돌보는 입장이면서도 정작 내 몸을 향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건강기능식품을 챙겨 먹으며 스스로를 안심시키곤 했다. 신재용 저자의 건강을 위한다는 착각은 건강을 지키겠다는 선한 의도에서 하게 되는 행위들이 도리어 어떻게 우리 몸을 나쁘게 만드는지를 파헤친 충격적인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았던 지점은 약사이자 신장 이식 수혜자라는 저자의 남다른 이력이었다. 오랫동안 약국 현장에서 건강을 염려하는 무수한 사람들에게 약을 건네온 전문가인 동시에 스스로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장기 이식을 받으며 환자의 고통과 불안을 온몸으로 겪어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치료사와 환자라는 양극단의 자리를 모두 경험해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공감대와 냉철한 현실 감각은 책의 첫 문장부터 남다른 신뢰감을 전해주었다. 단순히 의학적 지식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질병과 약물 그리고 불안이라는 감정의 본질을 균형 잡힌 시선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 깊었다.
책의 여러 장 중에서도 4장 공포를 파는 상인들이라는 대목은 읽는 동안 나 역시도 당하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강 산업이 어떻게 인간의 근원적인 생존 본능과 질병에 대한 두려움을 교묘하게 상품화하는지를 적나라하게 짚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치료사로 일하며 의학적 근거와 상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던 나 자신조차 미디어와 시장이 만들어낸 결핍의 덫에 걸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영양제들을 불안감에 떠밀려 구매해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포라는 감정을 지갑으로 막아내려 했던 지난날의 소비 행태가 떠올라 반성을 하게 만들었다.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서도 특히 10장에 나오는 내 몸의 CEO가 되어라라는 구절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돈과 성공을 좇느라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며 가장 소중한 건강을 늘 후순위로 밀어둔다. 청춘과 중년의 시간을 일터에 갈아 넣으며 몸을 혹사하다가 결국 노후에 무너진 건강 앞에서 깊은 후회와 막대한 병원비를 치르는 안타까운 모습들을 일상과 병원 현장에서 수없이 마주하곤 한다. 외부의 평가나 숫자로 찍히는 소득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의 우선순위를 스스로 결정하며 몸과 마음을 주체적으로 경영해야 한다는 저자의 외침은 나를 비롯해 치열하게 오늘을 버텨내는 모든 이들에게 절실한 충고가 되어준다.
건강을 위한다는 착각은 불안이라는 안개에 휩싸여 무언가를 끝없이 더하기만 하던 우리 삶에 과감한 뺄셈의 지혜를 건네는 지혜가 가득한 책이다. 건강이란 영양제 통을 늘리거나 검진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주도권을 온전히 되찾는 데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노동의 고단함 속에서 스스로를 돌볼 여유조차 잊은 채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이제는 남이 주입한 공포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정한 건강과 삶의 균형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건강을위한다는착각 #신재용 #반니출판사 #최재천추천 #약사에세이 #진화의학 #건강인문학 #영양제과잉 #건강기능식품 #처방전꼬리물기 #과잉진료 #건강검진의함정 #뺄셈건강법 #단식의효과 #도파민단식 #약줄이기 #내몸의CEO #건강염려증 #자기돌봄 #자연치유력 #몸과마음 #의학교양 #식습관개선 #마인드셋 #인생글귀 #책속의한줄 #신간도서 #도서요약 #서평 #북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