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드는 인간의 미래 - 노동과 지능, 권력과 창작이 다시 정의되는 시대
정인호 지음 / 로드북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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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성능이 날마다 발전하며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지금 대중의 관심은 늘 기술이 무엇을 더 잘 해낼 수 있는가에만 쏠려 있다. 정인호 저자의 AI가 만드는 인간의 미래는 이러한 기술 만능주의의 표피를 걷어내고 인공지능이 일과 사회의 중심으로 들어올 때 과연 인간의 자리는 어디가 되어야 하는지 그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단순히 화려한 도구의 등장을 찬양하거나 막연한 공포를 조장하는 대신 인공지능을 자본과 권력의 문제로 바라보며 노동과 교육 그리고 존재의 가치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지식 접근이 평준화된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정답을 빠르게 맞히는 기능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상황을 판단하며 끝까지 책임을 지는 인간 고유의 태도임을 공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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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왔어 ㅣ 신나는 새싹
김주경 지음 / 씨드북(주)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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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나 사진 속에서 만나는 독립의 순간들은 늘 흑백의 건조한 기록으로 남아 있어 사람들의 표정까지 온전히 실감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김주경 작가의 그날이 왔어는 흐릿한 기록 너머에 머물러 있던 1945년 8월의 시간을 생생한 색채로 되살려낸 참으로 감동적인 그림책이었다. 표지에서부터 조심스럽게 귓속말로 비밀을 전하는 사람들의 긴장된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부터 가슴 한구석이 두근거리며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우리가 막연히 8월 15일 당일에 모두가 거리로 뛰어나와 만세를 불렀을 것이라 생각했던 상식을 깨뜨려주었다. 일본 왕의 항복 선언 방송이 흘러나왔지만 라디오가 귀하고 일본어로 방송되었기에 정작 그날 광복의 소식을 알아챈 이들은 많지 않았다. 소식이 입에서 입으로 조심스럽게 퍼져나가 마침내 8월 16일 서대문형무소의 문이 열리고 수많은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기까지 그 이틀 동안의 떨림과 환희가 책 속에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 그림체가 주는 몰입감이 좋았다. 태극기를 손에 쥐고 목이 터져라 만세를 외치는 어른들과 아이들의 표정 그리고 억눌렸던 설움과 벅찬 해방감이 한데 뒤섞인 거리의 풍경은 마치 내가 그 역사의 한복판에 함께 서 있는 듯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인물들을 정성스럽게 묘사된 장면들을 보다 보면 그들이 흘렸을 눈물의 무게가 가슴에 전해진다.


그날이 왔어는 글자를 아직 잘 모르는 어린아이들에게도 우리가 되찾은 나라의 소중함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그림책이다. 단순히 외워야 할 연대표의 사건이 아니라 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이 온몸으로 일구어낸 기적 같은 하루였음을 그림을 통해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돕는다.

#그날이왔어 #김주경작가 #씨드북 #신나는새싹 #광복절그림책 #역사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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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치료는 사양하겠습니다 - 오래 사는 시대, 우리는 어떻게 떠날 것인가
양성관 지음 / 히포크라테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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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류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길어진 수명을 누리게 되었지만 과연 그 늘어난 시간만큼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다운 존엄을 지켜내고 있는지는 늘 의문으로 남는다. 양성관 저자의 연명치료는 사양하겠습니다는 20년 가까이 수많은 환자들의 생로병사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아 온 현직 의사의 시선으로 현대 의학이 만들어낸 연명 사회의 이면과 존엄한 죽음의 조건을 파헤친 기록이었다. 단순히 연명치료를 무작정 거부하자는 감정적인 외침이 아니라 병원과 법정 그리고 중환자실과 요양원 사이에서 죽음의 민낯을 보여주며 삶의 마지막 주권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를 묻는다.


아이를 낳지 않고 부부만의 삶을 가꾸어가는 딩크족의 입장에서 이번 책은 남다른 무게감과 함께 현실적인 감각으로 다가왔다. 훗날 나를 대신해 힘겨운 결정을 내려주거나 병간호를 도맡아줄 자식이 없기에 내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늘 피할 수 없는 화두였다. 특히 오늘날 대한민국처럼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현실 속에서 죽음에 대한 온전한 자기결정권과 자유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기계에 의존해 무의미하게 심장만 뛰게 만드는 고통스러운 연명치료에 갇혀 가족과 사회 전체가 피폐해지거나 절망 끝에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는 비극은 개인으로서도 불행이자 사회적으로도 막대한 낭비다.


책의 수많은 장 중에서도 4장 그가 스위스로 간 까닭이라는 파트는 기억에 오랫동안 남았다. 죽을 권리와 살 의무의 충돌 그리고 자살 방지법의 역설을 짚어내며 스위스로 건너가 조력사망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대목은 현대 사회가 외면해 온 선택할 수 있다는 위안의 본질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배변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극심한 통증과 마비 속에서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몸을 지켜보는 것은 당사자에게 형벌과도 같은 일이다. 자신이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들과 따뜻한 작별 인사를 나누며 고통 없이 떠날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다는 사실 자체가 환자에게는 남은 날들을 버텨낼 수 있는 심리적 안전망이 되어준다.


나 역시 나이가 들어 언젠가 노인이 되었을 때 내 몸을 온전히 통제하기 어려운 순간이 찾아오고 만약 곁을 지켜주던 아내마저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남은 재산을 털어서라도 스위스를 찾아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는 길을 주저 없이 선택하고 싶다. 누군가의 손에 억지로 이끌려 차가운 병실 침대에 묶인 채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무기력한 생존보다는 내 의지로 당당하게 삶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마지막 실존의 자유이자 존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평생을 성실하게 모아온 자산이 무의미한 연명치료와 요양 병원의 행정 비용으로 허망하게 쓰이는 대신 고통 없는 영면을 준비하는 비용으로 쓰이는 것이 훨씬 더 값지고 주체적인 선택일 것이다.


연명치료는 사양하겠습니다는 죽음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하던 우리 사회에 이제는 생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권하는 책이다.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고 준비하는 일은 삶을 포기하는 나약한 도피가 아니라 내가 살아온 지난 시간의 무게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가장 중요한 결단이다. 병마와 노쇠함 앞에서 내 삶의 온전한 주인으로 남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초고령사회의 거대한 파도를 앞두고 존엄한 퇴장을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더없이 확실하고 단단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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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노, 남겨진 아이들 - 누군가는 반드시 기록해야 했던 책임에 관한 이야기
장영진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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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펼치기 전부터 가슴 한구석이 무거웠던 이유는 코피노라는 세 글자에 무책임과 비정함의 무게를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영진 저자의 코피노 남겨진 아이들은 필리핀 현지의 골목과 빈민가를 직접 발로 뛰며 국경 너머로 흩어져 버린 한국인 아버지들의 부끄러운 민낯과 홀로 남겨져 생존의 벼랑 끝에 선 아이들의 현실을 가감 없이 고발한 기록이었다. 단순히 감상적인 동정에 머물지 않고 이 비극이 어떻게 반복되고 방치되어 왔는지 그 구조적 모순을 정면으로 파고들면서 읽는 내내 깊은 분노와 참담함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참기 힘들었던 감정은 바로 생명을 세상에 내놓고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도망쳐 버린 나쁜 아빠들을 향한 분노였다. 이국땅에서 즐긴 일탈의 대가를 어린아이와 현지의 가난한 어머니에게 고스란히 떠넘긴 채 한국으로 돌아와 버젓이 평온한 일상을 누리고 있는 이들의 파렴치함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웠다. 아이를 낳아 길러내는 일은 한 인간으로서 질 수 있는 가장 무겁고 신성한 책임이어야 함에도 핏줄을 내팽개치고 법적인 양육비조차 회피하려는 비겁한 태도는 분노를 넘어 깊은 환멸을 느끼게 만든다. 어른들의 무책임한 쾌락과 도피의 결과로 왜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교육과 신분의 벽에 부딪히며 차가운 생존의 전쟁터로 내몰려야 하는지 화가 났다.


사실 이러한 저자의 고발과 아이들의 처지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고 깊이 와닿았던 이유는 나 자신 역시 중학생 시절 아버지가 무책임하게 가족을 버리고 떠났던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한창 부모의 보호와 사랑이 절실했던 사춘기 시절 가장 든든해야 할 울타리가 무너져 내렸을 때 마주했던 세상의 차가운 냉혹함은 지금도 뇌리에 남아 있다. 가장의 부재 속에서 홀로 가정을 지탱해야 했던 어머니의 눈물과 남겨진 자식으로서 감당해야 했던 무게를 직접 겪어보았기에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코피노 아이들과 어머니들의 막막한 하루하루가 마치 내 지난날의 고통과 겹쳐 보여 화가 났다. 한 사람의 유년기를 얼마나 지독하게 망치고 지나가는지 알기에 그들을 향한 연민과 안타까움이 가깝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한국 기독교가 보여주는 수많은 위선과 세속적인 탐욕에 실망하여 오래전부터 깊은 환멸을 품고 살아온 입장이지만 이 책을 써 내려간 저자의 헌신 앞에서는 존경심이 생겼다. 화려하고 안락한 예배당에 앉아 번영을 노래하는 종교인들과 달리 찌는 듯한 필리핀의 빈민가와 수상가옥 밀집 지역을 오가며 200건이 넘는 사례를 지도에 표시하고 버림받은 아이들의 손을 잡아준 그의 발걸음이야말로 종교의 참된 본질이었다. 세상의 손가락질과 외면 속에서도 홀로 남아 눈물을 닦아주는 이러한 진짜 사역자들에게야말로 하나님의 각별한 은혜와 보호하심이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게 되었다. 사리사욕을 채우는 거짓된 목소리 대신 가장 낮은 곳에서 소외된 이들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저자 같은 선교사들의 삶이 결코 지치거나 무너지지 않도록 주님께서 온전히 지켜주시고 필요한 모든 힘을 넉넉히 채워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에필로그에 적힌 아이에게는 죄가 없다라는 말처럼 어른들이 저지른 잘못의 대가를 다음 세대에게 대물림하는 비극은 이제 멈춰야 한다. 코피노 남겨진 아이들은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외면해 온 국경 바깥의 부끄러운 책임을 차갑게 일깨우는 동시에 가혹한 결핍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라나야 하는 생명들의 존엄을 묻는 책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 '협찬'


@chae_seongmo @slody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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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각자의 오디세이아를 쓴다 ㅣ 서양철학전집 하이엔드 고전 2
호메로스 지음 / 클래시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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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의 시간을 건너온 고전이 여전히 현대인의 마음에 깊은 파동을 일으키는 까닭은 삶의 본질적인 방황과 투쟁을 가장 솔직하고 대담하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 오디세이를 숨죽이며 흥미롭게 관람한 뒤 그 압도적인 여운이 계속 남아서 IMAX로 다시 한번 관람할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었다. 스크린 위로 펼쳐진 거친 파도와 영웅의 고단한 여정을 눈에 담으며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졌던 기억이 선명한데 마침 읽게된 우리는 매일 각자의 오디세이아를 쓴다는 영화 속 서사와 주인공의 심연을 한층 더 깊고 넓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 책이었다.

책장을 넘기며 만난 오디세우스의 발자취는 웅장한 신화의 테두리를 넘어 마치 반지의 제왕을 읽을 때처럼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모험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한 모험담을 뛰어넘어 깊은 감동을 주는 이유는 거대한 시련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험난한 여정 속에서 인물이 겪어낸 지독한 고뇌와 내면의 갈등을 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 있다. 사이렌의 매혹적인 노랫소리 앞에서의 유혹과 부하들을 잃는 뼈아픈 희생 그리고 낯선 고통 앞에서도 결코 삶의 방향을 잃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인간 오디세우스의 번민은 페이지마다 긴장감과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특히 고향 이타카로 돌아와 곧바로 영광의 왕좌로 달려가지 않고 남루한 거지의 모습으로 변장한 채 때를 기다리는 대목은 강렬한 전율을 준다. 치욕을 삼키며 마지막 결전의 순간까지 자신을 낮추고 적의 눈을 속이는 그 냉철한 인내는 화려한 무력보다 더 단단한 진짜 힘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영생과 안락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유한한 인간의 길을 택하며 자신의 진짜 삶을 되찾기 위해 끝끝내 파도를 헤쳐 나간 그의 모습은 오늘날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흔들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

신들이 인간에게 가혹한 운명을 던져놓은 것은 훗날 불릴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기 위함이었다는 호메로스의 문장처럼 우리의 삶 역시 매일 크고 작은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하나의 오디세이아다. 거센 풍랑 속에서도 노를 젓고 마침내 나라는 세계에 도달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할 만한 책이었다.

@bagseonju534
@kbtechpos
@motiv_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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