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붉은 겨울이 온다 - 극한기후시대를 건너는 우리가 마주할 풍경
정수종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10월
평점 :
정수종 작가의 붉은 겨울이 온다는 제목만큼이나 강렬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표지를 덮고 있는 붉은 파도 같은 이미지는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이미 우리 일상에 닥친 기후 재앙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지구는 오늘과 같은 내일을 약속하지 않았다”는 단호한 문장으로 이 책은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지구의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담론을 막연한 공포나 어려운 과학 용어로 풀어내는 대신 우리의 일상과 감각으로 끌어온다는 점이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계절의 변화 속에 숨겨진 위기의 신호를 하나하나 짚어낸다. 한겨울에 피어나는 봄꽃, 기록을 갱신하는 폭염과 폭우는 이제 더 이상 뉴스 속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우리가 사랑했던 봄의 설렘과 가을의 낭만은 점점 기억 속 풍경이 되어간다. 벚꽃은 피자마자 여름의 폭염에 시들고 단풍은 미처 물들기도 전에 겨울 추위에 떨어진다. 이처럼 사계절의 경계가 사라지는 현상이야말로 지구가 보내는 가장 분명한 위험 신호일 것이다. 저자는 이런 현실을 ‘기후 감수성’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내며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가 얼마나 둔감해졌는지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단순한 환경서를 넘어 우리 무의식 깊숙이 잠든 생존 본능을 깨우는 경고장이었다. 그동안 기후 위기 뉴스를 접하면서도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사라져가는 계절의 풍경을 통해 붉은 겨울이 결국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이며 동시에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미래임을 보여준다.
단순히 절망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문장은 마치 지구가 보내는 신호를 대신 전달하는 경고장과 같다. 그는 절망 속에서도 우리가 아직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위기의 신호를 정확히 인지하고, 에너지 사용 습관의 변화와 같은 작은 실천의 연대가 결국 인류의 생존을 결정짓는다는 메시지는 현실적이면서도 간절하게 다가온다.
붉은 겨울이 온다는 기후 위기를 단순히 과학적 현상이 아닌 인간의 태도 문제로 풀어낸 역작이다. 기후 변화라는 단어를 남의 일처럼 여길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이미 내 삶 속에 들어온 현재진행형의 이야기이며 우리에게 내일이 약속되지 않았다는 서늘한 경고를 날려주는 책이다.
#기후위기 #환경 #기후감수성 #폭염 #한파 #폭우
#서울대 #정수종 #과학 #논술 #붉은겨울이온다 #서평단 @chungrim.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