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실의 멜랑콜리아 - 흔들리는 어린 삶에 곁이 되어 줄 수 있을까
박상아 지음 / 북트리거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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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아 작가의 책 '어느 교실의 멜랑콜리아'는 교실이라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익숙한 공간을 배경으로 그 안에 담긴 보이지 않는 감정의 모습을 그려낸 책이다. 흔히 교실은 배움과 성장, 친구들과의 빛나는 추억이 쌓이는 공간으로만 기억된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밝은 조명 뒤에 드리워진 우울과 침묵, 소외와 같은 서늘한 감정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작가는 ‘멜랑콜리아’라는 단어로 교실 속의 독특한 분위기를 정확히 포착한다. 이것은 단순히 개인의 우울증을 넘어 한 공간에 모여 있는 여러 인간의 감정이 뒤엉켜 만들어내는 집단적인 정서에 가깝다. 교실은 인간의 내면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그 안에는 성적이라는 계급, 친구 관계라는 권력, 그리고 ‘정상 가족’이라는 보이지 않는 기준이 뚜렷하게 작동한다. 그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균열과 긴장을 온몸으로 감당하며 교실을 무겁게 뒤덮는 멜랑콜리아의 일부가 된다.

책을 읽으며 나는 학창 시절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렸다. 승의 날이나 어버이날이 다가올 때마다 느꼈던 미묘한 소외감, 아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애써 다른 아이들보다 더 밝게 웃으며 화제를 돌려야 했던 순간들. 이 모든 것이 ‘괜찮다’는 말 뒤에 숨겨야 했던 나의 생존 방식이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꿰뚫고 있었다. 교실의 우울은 단지 학업 스트레스 때문만이 아니라, 이처럼 말하지 못하는 각자의 사정과 소외감이 안개처럼 모여 만들어지는 것임을 작가는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교실 속 ‘침묵’의 의미에 대한 깊은 통찰이다. 겉으로는 평온하고 조용한 분위기이지만, 그 속에는 말할 수 없는 두려움, 혹은 외면당하고 있다는 상실감이 짙게 배어 있다는 점을 작가는 놓치지 않는다. 그 침묵은 동정의 시선을 받을까 봐, 혹은 ‘다르다’는 꼬리표가 붙을까 봐 늘 씩씩한 척해야 했던 나의 침묵과 다르지 않았다. 그것은 비어있는 시간이 아니라, 수많은 감정을 억누르고 소화해야 했던 치열한 분투의 시간이었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위로는 어설픈 희망이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너만 힘든 게 아니야” 혹은 “씩씩하게 이겨내야지” 같은 말들이 얼마나 공허하고 때로는 폭력적일 수 있는지, 겪어본 사람은 안다. 작가는 아이들의 상처를 섣불리 위로하거나 섣부르게 진단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그 아이의 곁에서 그 우울의 풍경을 함께 응시하며 담담하게 기록할 뿐이다.

그 고요한 응시야말로 가장 필요했던 위로였다. 상황을 문제로 규정하고 해결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있는 슬픔을 온전히 인정해 주는 시선. 작가의 글을 읽는 내내 교식 속 아이들을 온전히 이해받는 기분을 느꼈다.

작가가 보여준 이 이야기는 단순히 과거의 교실을 넘어 지금 우리 사회 전반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교육이란 결국 지식 전달 이전에 관계와 공감 위에 세워져야 함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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