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미래 - 언제나 최적의 선택을 찾아내는 우리 뇌의 비밀
정민환 지음 / 심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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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기억이란 단순한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현재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미래를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 스마트폰 없이는 단 한 개의 번호도 떠올리기 힘든 디지털 시대에서 우리가 기억이라 부르는 것의 본질과 그것이 어떻게 삶의 궤적을 결정짓는지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는 시선으로 알려준다.

읽는 내내 나는 ‘기억이란 과연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사실일까, 아니면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재구성해내는 이야기일까’라는 질문과 마주했다. 작가는 기억이란 끊임없이 현재의 관점에서 새롭게 쓰여지는 유동적인 미래의 자산 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기억이란 과거를 담은 상자가 아니라, 미래를 열어가는 열쇠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이 지점은 기억을 과거의 기록으로만 여겼던 나의 생각을 바꿔 놓았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이 열쇠를 우리 뇌가 아닌 외부 장치에 맡겨버리고 있다. 책에서 지적하는 ‘기억의 외부화’ 현상이다. 정보 저장을 스마트폰과 클라우드에 의존하면서 우리는 편리함을 얻었지만, 스스로 기억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디지털 치매'라는 그림자를 마주하게 되었다. 작가는 이를 디지털 기기 없이는 사유하지 못하는 ‘새로운 문맹’에 비유하며, 기술에 대한 맹목적 의존이 우리의 인지 능력을 얼마나 퇴화시킬 수 있는지 경고한다.

작가는 과학적 연구와 철학적 사유, 문학적인 문장들을 교차시키며 기억의 다각적인 의미를 탐구한다. 특히 기억의 왜곡과 망각을 결함이 아니라 필요한 진화적 장치로 바라보는 부분은 내 사고방식을 크게 흔들어놓았다. 우리는 종종 잊는다는 사실을 두려워하지만 작가의 말대로 망각이 있기에 고통스러운 과거를 딛고 새로운 가능성을 품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이는 외부 장치에 저장된 단편적인 정보와 우리의 내면에서 숙성되는 진정한 기억의 차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경험과 감정이 얽혀 내면화된 기억은 우리의 정체성을 이루는 서사가 된다. 기술은 이 과정을 대신해 줄 수 없다. 오히려 무한한 정보 저장은 우리에게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망각의 기회마저 빼앗아 갈 수 있다.

이 책은 모든 순간이 결국 나의 오늘을 만들었고, 또 내일의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기억은 단순히 과거의 박제가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살아 있는 힘이라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기억의 미래'는 단순히 기억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자기 삶의 시간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거울 역할을 한다. 앞으로 내 기억들을 두려워하거나 붙잡으려 애쓰기보다 그것들을 미래의 방향을 알려주는 것으로 활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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