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 탄핵의 봄 이라는 시(詩)다. 헌법이 말 위에서 탄핵을 외치니 겨울이 무너지고 광장에 봄이 닿았다.” 라는 구절은 얼마나 장엄하고 통쾌한 묘사인가. 죽은 조문에 불과한 줄 알았던 헌법이 살아있는 기수가 되어 불의를 외치는 모습, 그 외침 한 번에 견고하던 겨울의 권력이 무너져 내리고 광장에 봄이 찾아오는 풍경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이어지는 “민심은 얼어붙은 댐을 터뜨리고 침묵의 씨앗에서 꽃들이 피어나” 라는 표현도 통코했다. 억눌렸던 국민의 분노가 마침내 거대한 댐을 무너뜨리고, 길었던 침묵의 시간이 마침내 민주주의라는 꽃을 피워내는 과정을 이토록 압축적이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할 있는 부분이 감동이었다. 이 시는 암울한 시대에 우리가 광장에서 쟁취했던 승리의 기억을 되살리며 다시 한번 희망의 깃발 아래 춤출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시집의 2부 ‘부서진 거울, 희망은 어디에’는 마치 오늘의 우리를 위해 쓰인 것처럼 느껴진다. '부서진 거울'이라는 제목 에는 시인은 권력에 의해 산산조각 난 진실과 분열된 사회의 모습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그의 시어들은 광장에서, 뉴스 앞에서, 우리가 느꼈던 무력감과 분노를 정확하게 대변한다. 불의가 정의를 흉내 내고, 거짓이 진실의 자리를 차지한 이 비정상적인 상황 속에서 시인은 희망은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 이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희망을 기어코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저항의 시작이다.
시인이 겪은 개인적 고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던 병마의 고통은 부당한 권력 아래 신음하는 국민 개개인의 고통과 겹쳐 읽힌다. 국가라는 이름의 폭력 앞에 한없이 무력해지는 개인의 삶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는 일상은 시인의 아픔을 통해 우리 모두의 상처로 확장된다. 그의 시는 개인의 서사를 넘어 이 시대의 불법과 폭력에 맞서 싸우는 모든 이들을 위한 투쟁가이다.
이 시집은 단순히 현실을 비판하고 절망을 노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시인은 모든 것이 거꾸로 흐르는 강물 속에서도 꺼져가는 불씨 같은 희망을 '어두운 밤길을 밝히는 반딧불이' 같은 작은 빛을 이야기한다. 불법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의 어둠 속에서 그의 시는 우리가 왜 싸워야 하는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다시금 일깨운다. 그것은 빼앗긴 우리의 일상이자 진정한 상식과 정의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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