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윤정임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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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로체는 "인간의 심성이 지니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에는 […] 세세한 것에서 보이는 수많은 이기심 이외에도 어떤 현재든 일반적으로 미래에 대해 아무런 부러움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 속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성찰은 우리가 품고 있는 행복의 이미지라는 것이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삶의 흐름이 우리를 원래 그쪽으로 가도록 가리킨 시간으로 채색되어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우리에게서 부러움을 일깨울 수 있을 행복은 우리가 숨 쉬었던 공기 속에 존재하고, 우리가 말을 걸 수 있었을 사람들, 우리 품에 안길 수 있었을 여인들과 함께 존재한다. 달리 말해 행복의 관념 속에는 구원의 관념이 포기할 수 없게 함께 공명하고 있다.(pp.330-331,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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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노트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80가지 생각 코드 지식여행자 11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석중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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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문학 작품의 궁극적인 재미는 현실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측면을 깨닫고 상식으로 굳었던 뇌가 짓이겨지는 쾌감에 있다. 지금의 상식으로는 파악할 수 없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그 현실을 발견하게 되면 시류를 거슬러서라도 전하고 싶어진다. 올가 베르골츠는 ‘낮별’의 한 구절을 통해 창작자로서의 마음가짐을 토로한 것이다.
"평범한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여, 그런 까닭에 마치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것이여! 나를 통해서, 내 영혼 깊은 곳의 가장 맑은 어둠을 등에 지고, 한껏 빛을 내뿜으며 만인의 눈에 보이는 것이 되어라!"(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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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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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보통 비극을 겪은 사람은 자동적으로 훨씬 높고 고상한 차원으로 올라간다고 믿지만, 레이첼이 보기엔 그 반대였다. 비극은 사람을 옹졸하고 편협하게 만든다. 위대한 지식이나 영감을 주는 일 따윈 없다. 레이첼은 인생이 잔혹하고 제멋대로라는 사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세상엔 처벌받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는 사람도 있고, 조그만 잘못에도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사람도 있다.(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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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누스
실비 제르맹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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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누스는 다시 한 번 제로에서 출발한다. 고모라 작전이 펼쳐지던 시간, 그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시계문자판에서 영원히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그 시간처럼. 그런데 이 제로의 시간은 강렬한 추억으로 가득하고 상喪의 슬픔으로 납빛이 된 시간일 뿐 아니라, 회한과 무력감으로 바싹 마른 시간이다.
절대적인 무無가 그의 안에 자리잡는다. 어떤 질서나 빛도 창조해내지 않는 이 무는 그의 영혼에 무질서와 먼지의 맛만 남겨 놓는다. 수치심과 회한을 단번에 떨쳐버릴 수는 없는 법이다.(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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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뒤에 숨은 사랑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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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면으로 그의 가족의 삶은 예상하지 못하고 뜻하지 않았던 하나의 사고가 다음 사고를 낳은 우연의 연속이었다. 시작은 아버지의 기차 사고였다. 이 사건은 처음엔 아버지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었지만, 나중에는 최대한 멀리 떠나고 싶은 욕망을 낳게 하였고, 세상 저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했던 것이다. 다음은 고골리의 증조할머니가 지어주신 이름이 담긴 편지가 캘커타와 케임브리지 사이 어딘가에서 사라진 사고였다. 이로 인해 얼떨결에 고골리라는 이름이 지어지게 되었고, 이 이름은 수년 동안 고골리라는 한 인간의 윤곽을 형성함과 동시에 괴롭혀왔었다. 그는 이런 임의성을, 이런 빗나감을 바로잡으려 해왔다. 그러나 자신을 완벽하게 새로 창조하는 것은, 그 엉뚱한 이름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의 결혼 또한 실수이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아버지가 그런 식으로 가족의 곁을 떠나신 것은 사고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사고였다. 아버지는 마치 오래전에, 그러니까 사고가 나던 그날 밤 죽음의 연습이라도 하신 것처럼, 그날 이후 남은 일은 그저 어느 날 조용히 가는 것이라는 듯이 돌아가셨다. 그러나 고골리를 형성한 것은, 결정적으로 지금의 그를 만든 것은 바로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었다. 이것들은 사전에 준비가 불가능한 일들이지만, 되돌아보려면, 돌아보며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이해하려면 평생이 걸리는 일들인 것이다. 일어나서는 안 될, 제자리를 벗어난 곳에서 잘못 일어0난 일들이지만, 결국 끝까지 삶을 지배하는 동시에 삶을 견뎌낸 것들이었다.(pp.369-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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