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자리
강선애 지음 / 마루&마야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같은 자리_강선애
출판사_마야&마루



<내 맘대로 키워드>
#친구>연인물 #잔잔물 #다정남 #순정남 #짝사랑남


<등장인물>
서재경(32)_백화점 팀장, 학창시절 아버지 회사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급격히 가세가 기울면서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바로 생활 전선에 뛰어들며 버텨왔다. 크게 의식하지 않았지만 그간 곁을 지켜주던 친구 도윤의 자리가 버팀목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날 15년을 알고 지내던 그 도윤이 조금씩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친구인 널 잃을까 봐 무서워."


이도윤(32)_대기업 대리, 재경과 알고 지낸지 15년, 친한 친구로 만나온 게 벌써 12년 째다. 겉으로는 좋은 친구의 모습을 가장하고, 남자 이도윤으로 그녀의 곁을 계속 지켜왔다. 재경의 상처를 알게되고나서는, 더욱이 친구로써의 관계마저 잃을까봐 망설이고 또 망설여야했다. 하지만 커져가는 마음을 막을 수가 없다.

"좋아한다. 친구 말고, 여자로."


<줄거리>

도윤과 재경은 한동네에 살며,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로 15년을 알고 지냈다. 둘만 인정하지 않았을 뿐, 남들 눈에 이미 공공연한 '커플같은' 친구였다.

재경이 회사에서 깨지고 두더지 잡고 있을 때면 어김없이 전화해주고, 으슥한 밤길을 걷다 벌벌 떨자 전화 한 통에 자다 일어나서 달려오는 도윤. 술먹고 뻗으면 버리고 가겠다고 하면서 챙겨다주고, 자주 먹는 안주는 이미 꿰뚫고 있는 그는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재경의 남사친이었다.

하지만 재경과 달리 이미 오래 전부터 재경을 여자로 보았던 도윤으로써는 재경이 하나하나 신경쓰이지만, 친구관계마저 잃고 영영 보지 못할까봐 차마 말하기 힘든 비밀을 안고 지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창회에서 알게된 재경의 실연의 내막이 감정의 기폭제가 되었다.


"서재경, 나 이제 너랑 친구 안 해."

한편, 여전히 도윤을 소중한 친구로 생각하던 재경은 도윤의 변화가 어색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재경의 태도와 무관하게 도윤은 우정과 사랑 사이를 저울질하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다고 결심한다.


"나, 너 좋아한다."
"......."
"친구 말고, 여자로, 아주 오래전부터."
"......."
"그러니까 나랑 연애하자, 서재경."



<리뷰>

가뭄의 단비처럼 내려온 친구>연인물 <같은 자리>, 12년 째 친구 코스프레로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던 순정&직진남 도윤과 친구와의 관계마저 잃을까 두려운 겁쟁이 서재경의 귀여운 사랑이야기였다.


#이런친구또없습니다
회사에서 깨지고, 진상 고객에게 시달려 열심히 두더지 때려잡고 있는 재경에게 귀신같이 전화하는 사람. 한 잔 하자는 재경의 말에 바로 달려오고, 말하지 않아도 찰떡같이 안주 스타일 꿰뚫고 있는 데다가, 밤길에 벌벌 떨며 전화하는 재경을 위해 자다말고 일어나 달려간, 이 남자는 남친 같은 남친 아닌 남자사람친구 이도윤이었다.

도윤은 친구의 탈을 쓴 남자였다. 남자는 자기가 관심있는 여자가 아니고서는 시간과 돈을 쓰지 절대 쓰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 진리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작중 의식하지 못한 것은 재경 뿐, 그들의 동창들이나 심지어 회사 동료까지 도윤이 그녀를 좋아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 재경은 다른 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감흥이 없다.

재경의 눈에 붙은 '친구 렌즈'는 도대체 얼마나 도수가 높은건지. 도윤의 공을 알아주지 못하는 장면들이 안타까웠지만, 역시 친구>연인물의 묘미가 또 그것인지라 즐겁게 읽었었다.

특히나 재경의 아픈 실연이 하필이면 동창과의 관계에서 왔던것인지라, 아무래도 무의식 중에 도윤과의 친구 관계마저 잃고 싶지 않았던 방어기제가 발동된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사랑과우정그경계

사랑과 우정은 간의 갈등은 흥미진진하다. 여자 하나를 놓고 갈등하는 두 남자 친구들 간의 갈등과 친구로 의식하던 남사친의 변화로 인한 갈등 모두 말이다. 하필 빚 갚느라 힘들게 살았던 재경이 처음 만난 남자가 도윤의 친구 승현이라니.

글을 읽으면 알겠지만, 자기 마음 때문에 우정을 배반하고, 뒷공작 따위 전혀 할 리 없는 도윤이다. 심지어 그가 알던 승현은 괜찮은 친구. 그랬기에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며 둘을 이어줬더니만, 승현(이눔시키) 의 실수 때문에 재경이 상처 받은 걸 알고서야, 그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자신이 먼저 어필할 것을 절절하게 후회하는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재경의 상처에 누구 못지 않게, 아니 재경 당사자보다 더 화를 내고 주먹을 날린 도윤의 모습이 어찌나 멋있던지. (왜 여기서 섹시함을 느꼈는지는 의문.... 남자의 순정이 참으로 섹시하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었다.)

그치만 여느 친구>연인물이 그러하듯, 자칫 잘못해서 소중한 친구와의 관계마저 잃고 영영 못 볼 수도 있는 가능성 때문에 마음을 쉽사리 정하지도 못하는 도윤의 모습이 참 애절하니 안타까웠다. 

그러다 굳게 결심하고 마음을 전했는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재경 때문에 괜히 울컥한 마음에 언성 높였다가, 언성 높였다고 뒤에서 친구 불러다 놓고 이불킥하고 있는 이 남자, 왤케 귀여운거냐.

게다가, 오랜 고민 끝에 그래도 '친구'로 남으면 안되냐는 재경의 말에 상처입은 것 같은 모습으로 순정을 표현하는 도윤의 말이 어찌나 슬프고 설렜는지 모른다.

구구절절하게 말하는 게 이토록 잘 읽힐 줄이야. 이 남자의 오래 묵힌, 묵직하고도 순수한 진심이 한마디 한마디에서 간절하게 날아와 박히는데, 나였으면 친구고 뭐고 당장 관계 정리 하고 말았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 도윤의 절교 선언과 함께, 그가 없는 생활을 하면서 재경 역시 그가 없는 삶을 살기 힘들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고, 드디어 마음을 확인하며 경계를 무너뜨리게 된다.


#큰갈등은없지만
작품은 큰 악조 없이 두 사람의 감정변화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물론, 중간에 재경의 옛 연인이자 도윤의 친구였던 승현이 미국에서 돌아와 재경을 들쑤시려고 하지만, 이별의 내막을 알게된 도윤이 승현의 얼굴에 멋지게 한방 먹이고 제대로 견제하는 바람에 큰 사건 없이 '용서'만 구하고 사라졌다.

되려 믿었던 친구의 실수가 도윤을 움직이게 만든 기폭제가 되었으니 오히려 조력자인셈인가. 결국 이 둘의 가장 큰 방해물은 '친구관계'. 그것도 절대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친구관계였을 뿐.

앗, 다만 뒤에 갑자기 두 사람의 관계를 부정하는 도윤의 어머니 때문에 살짝 눈살 찌푸려질뻔 했다. 이뻐했다면서 자신의 아들에게는 성이 차지 않는 사람이라니. 재벌가도 아니면서.... 얼마 남지 않은 페이지에서 갑자기 그런 내용이 나와서 결말이 어떻게 되는 건지 초조했는데... 역시나 어머니의 완강한 반대마저 돌아서게 한 것은 도윤의 순정이었으니.

아, 이것은 정말 도윤의, 도윤을 위한, 도윤에 의한 로맨스였다.

무튼, 전 남친의 등장과 어머니의 반대를 제외하고는 큰 문제 없이 둘의 이야기가 잔잔히 흘러간다. 



<여담>

정말정말 좋아하는 친구>연인물. 우연히 작가님 이벤트에 당첨되서 읽었는데, 처음 만나는 작가님이라 기대를 내려놓고 싶어도..... 소재 때문에 내려놓지 못해 살짝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모든 걱정이 무색하리만큼 책은 술술 읽혔고, 내가 좋아하는 친구 설정에, 항상 꿈꾸던 남사친의 현신이 작품에 나타나서 읽는 동안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르겠다. 
(다만, 취향에 맞아 정말정말 너무 좋은데, 리뷰에 감상을 담아 내기가 너무 어려웠다ㅠ_ㅠ 잘 쓰려고 하다가 더 난잡해진 것 같은 느낌. 정말 좋은데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네.)

리뷰 쓰느라 책을 다시 뒤적거리는데, 도윤의 고백과 홀로 삭히는 독백에 몇 번이고 혼자서 소리없는 비명을 질러댔다.

리뷰는 ....... 어쩌다보니 너무 도윤의 위주로 흘러갔는데 여주인 재경도 매력있는 캐릭터였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캐릭터라 공감이 많이 가서 애정이 갔던 것 같다. 아버지의 부재와 빚 때문에 대학 포기하고 바로 생활 전선에 뛰어들면서도 씩씩하게 빚 갚으며 살아온 강한 생활력의 소유자인데다가, 눈물 꾹 참과 뒤에서 울 줄아는 강한 정신력을 지닌 현실적인 캐릭터였기 때문(다만 본 내용에서는 왠지...조금.. 자주 운 것 같아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재경이라는 캐릭터가 그렇기 때문에 '나의 힘든 상황을 묵묵히 지켜봐주고, 내가 힘들 때마다 기사처럼 나타나주는 남자사람친구'라는 도윤의 설정이 더 와닿았던 것 같다.

게다가, 오랜 동성 친구 같으면서도 동성 친구와는 또 다른 위로가 되는 그런 남자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던....... 그 판타지를 간접 체험할 수 있어서 내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작품.

둘의 관계의 정의로 인한 갈등을 제외하고는 큰 사건이 없었지만, 나는 둘의 변화에서 오는 갈등이 좋아 더욱 만족스러웠다. 아직 조금밖에 못 만나봤지만 내가 읽은 친구>연인물 중에서는 BEST가 될 것 같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


<본 리뷰는 작가님의 이벤트를 통해 받아 읽고 직접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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