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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소설가의 글쓰기 - 위대한 대문호의 마음속으로 떠나는 여행
리차드 코헨 지음, 최주언 옮김 / 처음북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위대한 소설가의 글쓰기_리차드
코헨
출판사_처음북스
1_책
소개
소설가의
마음을 알면 글을 쓸 수
있다.
영웅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 소설의 첫 장에 마음을 빼앗기는
사람, 엔딩에 강렬한 감동을 받는 사람. 그 누구라도, 이 책은 셰익스피어부터 스티븐 킹까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토리텔러의 마음속을
여행하게 해준다. - 뒷 표지 책 소개 中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유명한 저자들의 글쓰기 방법을
모아놓은 글쓰기 지침서이다. 총 12챕터로
구성되어, 첫 문장 쓰기부터 마지막 엔딩까지 다양한 작가들이 어떻게 글을 썼는지 예시를 들어가며 전개하고 있다.
2_리뷰
글쓰기(구체적으로 소설 쓰기)와 관련된 책은 이 책으로 두 번째 책이었다. 첫 번째 책은 제임스 미치너의
<작가는 왜 쓰는가>였다. 읽은 지 오래되어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초심자가 소설을 쓰기 전,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들에 대한 부분을 참고하기에는 <위대한 소설가의
글쓰기>가 조금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왜 쓰는가>는 미치너가 '작가'란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한 본인의 견해와 몇 작가들과의 일화를 바탕으로 그 작가들은 어떤 글을 썼던 사람들인지에 대한 고찰에 가까운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책도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읽기에는 좋았던 것 같다. (또, 작가 지망생들에게 필독서 비슷하게 추천으로 많이 떴던 것도
본 것 같다!)
무튼, 언젠가는 꼭 글(굳이 따지면 소설!)을 써보고
싶다라는 막연한 꿈이 있어서, 심심하면 휴식기에 미리 스토리나 캐릭터 구성 등을 해두는 편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렇게 쓰는 게 맞는 지,
구성을 할 때, 전체 단계별 비중은 얼마나 잡아야 할지, 시점은 어떻게 잡는 게 효과적일지. 갑자기 온갖 잡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조언을
얻고 싶은데, 얻을 곳이 있나. 관련 책을 읽어보려고 도서관도 찾았는데 내가 원했던 책은 찾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운 좋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고, 한번 완독한 지금, 글을 쓸 실마리를 조금은 찾은 기분이 든다.
<글이란 유기적, 유동적인 것>
잘 쓰여진(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한 편의 글은 하나의 생명체
같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 식물처럼 글쓰기 방식은 기본적인 틀이 있는 것 같지만, 그
틀에서 조금씩 변형·변화해 왔기 때문이다.
어떤 시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사상과 표현력을 지닌 작가가
쓰는 지에따라 같은 소재의 글들이 완전히 다르게 변화한다. 또, 어떤 방식을 쓰느냐에 따라 같은 문단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사례들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생각에 일조했다.
캐릭터 구성에서만도, 평면적인 캐릭터인지, 입체적인
캐릭터인지에 따라 표현해낼 수 있는 깊이와 상황이 달라진다. 심지어 어떤 작가들은 독자의 호응을 고려해 캐릭터의 이름에도 의미를 부여해 큰
그림을 그리는 등 각양 각색으로 작품을 꾸려나간다.
이름은 캐릭터의 강점과 약점이라는 측면과도
맞아떨어져야 하지만, 시대와 성별에도 맞아야 한다.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에서 셰익스피어는 클레오파트라의 여종을 '카르미안'이라고
명한다. 카르미안은 그리스어로 '기쁨' 또는 '작은 즐거움'이라는 뜻도 있지만, 중성적이며 자소사의 형태를 취했다는 점이 그녀가 클레오파트라의
재판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가 클레오파트라와의 사적인 관계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임을 나타낸다.
-p.62
이 외에도 서술적 시점을 설정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는데,
아무래도 시점에 따라서, 독자들의 참여나 캐릭터의 내면에 대한 몰입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글을 쓰기 전에 제일 고민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가 아는 시점은 중-고등학교 때 배운 몇 가지 시점이 다였는데, 일인칭 서술에
'단일서술, 복수서술, 복합서술'이 될 수 있다는 건 또 처음 알아서 신기했다.
아무래도 간혹 몇 소설을 읽다가, 분명 전지적 작가 시점인데, 남녀 주인공이 꼭 1인칭으로 말하는 것처럼 번갈아가면서 조명을 하기에, 이렇게 써도
되나?하고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언젠가 글을 쓰면 이렇게 써보고 싶은데, 막 마음대로 쓴거냐는 소리를 들으면 어쩌지? 하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이런 것도 있다는 걸 알았으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처럼 시점이라는 게 아무래도 독자의 마음으로 생각해 볼
때, 작중 주인공과의 거리감 조절을 위한 중요한 장치다보니 '일인칭, 삼인칭, 서로 다른 여러 목소리 중에서 무엇을 쓸 것인지는 소설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어려운
기술적 문제다.(p.115)'라는 말이 공감되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글을 쭉 읽다보니, 정말 글은 흰 종이
위에 정갈하게 쓰여진 검은 문자의 나열이 아닌, 살아 숨쉬는 유기적인 생명체이고, 작가들은 그 생명체를 빚어내는 일종의 창조주처럼 느껴져서
숭고해보이기까지 했다.
<글쓰기 초심자를 위한 지침서>
서문에서 저자 역시도, '사실, 글쓰기를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자문으로 시작했다. 이 부분에 나오는 일화 중에 '비언'이라는 작가가 학생들에게 글쓰기 강연을 나와서 한 말이
있다.
"왔구우운요. 자,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 손."
거의 모든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비언은 강의실 빽빽이 손 든
광경을 경멸스럽게 쳐다봤다.
"그럼, 집에가서 존나게 글이나
쓰셔들."
비언은 이 말을 남기고 비틀거리며 강단을
내려갔다.-p.14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직접, 많이 써보는 훈련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책을 쭉 읽다보면, 글쓰기 필수 요소들에 대한 설명과, 그에 따른
여러 저자들의 작품 속 관련 문장, 문단, 혹은 구성 방법 등에 대한 사례들이 함께 제시된다. 하지만, 그걸 읽고서는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없다.
왜냐하면 책에 제시된
것만도 일부인데,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각양각색의 개성이 담긴 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본 틀에 지나치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나만의
글쓰기 훈련과 방식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비언의 저 태도는 절대로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원래 잘 쓰는 사람들이야 그렇다치고,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도 다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처음 글을 쓰는 사람들, 글의 형식과 구성 때문에 다소 방황하던 초심자들에게 길잡이 같은
책이었다.
<'표절'에 대한 두 관점>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글쓰기의 형식적인 측면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야기가 되는 한편, 빼놓을 수 없는 소재인 '표절'에 대해서도 잠시 다루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우리가 예의 생각하던 '도덕적, 윤리적으로 비난받고 처벌받아야
마땅할 일'의 관점 말고, 표절에 대한 작가들의 다른 관점의 이야기도 조금 나와서 살짝 놀라웠다.
표절의 어원이 '납치'에서 시작되었다는 건 처음 알았다. 라틴어로 '납치'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로마 시인 마르티알리스 때 지금의 의미로 처음
쓰였다고 한다. 타인의 노예를 훔치던 플라기아라우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에게 '도둑'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표절가가 단순히 사람을 훔치는 것이 아닌, 그사람 자체, 내면을 훔치는
것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후에 문학적인 도둑질을 총칭하는
단어로 점차 발전해 왔다고 한다. (p.96-97참조)
저자의 말처럼 당연히 처벌받아야 마땅한 글인데 의외로 표절에
대해 무덤하게 말하는 작가들도 있었다.
루퍼트 브룩은 볼테르에게 훔쳐온 글귀로 말한다.
"'독창성'은 아주 많은 출처를 표절하는 것일 뿐이다." 파불로 피카소는 표절이 또 다른 도둑에게서 훔쳐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고, 언행이
일치하게도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다른 글에서 글귀를 훔쳐왔다. -p96
이런 식으로 몇몇 작가들에 대한 글을 보면 새로운 작품들은
이미 나와 있는 것들을 조금씩 수정하고 패러디 해가면서 써나가는 과정이라고도 한다. 또, '표절'을 일부 '빌려 온'것으로써, 능력있는 작가는
이를 훌륭하게 사용하는 거고, 그렇지 못한 작가들은 '훔쳐온 것'이라고까지 한다.
나 역시 언젠가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입장이다보니,
이 부분이 매우 민감했다. 아직 제대로 써본 적도, 그럴 능력도 안되니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쓰는 입장을 상상해볼때면, 내가 쓴
글을 누군가 똑같이 베껴 쓰는 건 당연히 화나고, 역으로 내가 쓰던 게 알고보니 이미 어떤 작가가 쓴 플롯이나 구성과 비슷하면 어쩌나 싶은
걱정도 살짝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참 '표절'이야기로 시끄러울즈음, 궁금했던 것이 '과연 어디까지가 클리셰'로 허용되는가 였다. (표현이
이상하지만)표절을 다소 좋은 의미로 생각하는 위의 몇 작가 입장에서 보면 좋은 '클리셰'에 내 글을 썼다고 볼 수 있는
걸까.
그렇게 따지면 신데렐라
스토리는 모두 제인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나 샤를페로의 <신데렐라>의 표절인가, 아니면 우리는 소위 '돈 많은 부유한
미혼남과 평범한 사람 혹은 가난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라는 클리셰를 빌려오는 것인가. 갑자기
이런 생각까지 별 생각이 다 드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정말 우리는, 혹은 나 역시 알게 모르게 많은 표절을 저지르고 있어 왔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걱정도
조금 들었다.
무튼, 확실한
것은 저의가 어떻든 간에, 표절은 법적으로든, 윤리적으로든 처벌받아 마땅한 거라는 점. 그리고 특히나 요즘처럼 '콘텐츠'가 글에서부터
다양한 플랫폼과 함께 하나의 '문화 산업'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는 지금은 더더욱 이 부분이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타/마무리>
처음에는 순전히 글쓰는 방법이 궁금한 마음에 책을 펼쳤다.
언젠가, 나중에 직장에 들어가 자리 잡고, 은퇴할 나이가 될 즈음에 글을 써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이 나면, 쉬는 날이나 쉬는 시간에 공부가 안되면
노트 한 켠에 미대생들이 스케치 하듯, 간략간략 스토리와 배경, 주인공들을 끄적여나갔다. 곧이어 조그마한 노트에 하나의 새로운 세상이
그려져나가고, 그 세상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정말 내가 무언가 된 듯한, 벅찬 기분이 들기도하고, 또, 그냥 상상하는 재미에 푹 빠져들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럼 짧게나마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어서, 현실에서 우울한 기분이 잠시나마 해소되었던 것 같았다. 내가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 중에 하나다.
그래서 조금씩 써보았는데, 그 어렵다는 '시작'은 어떻게 써지는데(물론 제대로 쓰면 몇 번을 고칠 것 같지만),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할지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캐릭터 설정은 이렇게 하는 게 맞는 지, 문장은, 시점은 이렇게 써도
되는건지.
이렇게 쓰는 것도
글이라면 나도 쓸 수 있는 거 아니야? 싶다가도 용케 몇 페이지를 채우고나면 비슷한 문장의 반복에, 마치 옛날 '인소(인터넷 소설)'을 보는
듯한 민망함에 혼자 몸부림 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 상황이기에 이렇게 글쓰기 접근법을 다룬 책을 보고 싶었는데, 이 책은 내게 <지침서 1호>가 될 것
같다. 앞으로는 책에서 얻은 교훈처럼, 기본적인 형식들 '매력적인 첫 문장(문단), 이야기 흐름 및 의도와 부합한 캐릭터 구성, 시점, 리듬,
엔딩'을 확실히 잡고, 쭉 연습해봐야 할 것 같다.
물론 잘 쓰여진 글들을 많이 읽어보면서 플롯 구성력과 어휘력도 늘릴 수 있도록 계속 연구해야겠지만! 멘토 같은 책을
만나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