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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엄기호 지음 / 푸른숲 / 2010년 10월
평점 :
먼저 서론에서 이 책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의의를 소개하려 한다. 이 책의 특별한 의의는 바로 청춘에 대해 무조건적인 찬사를 바친다거나 맹목적으로 옹호, 긍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냉소로 청춘을 바라봤다는 점에서 이 책은 특별하고 특이한 의의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읽었던 청춘에 대한 다른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청춘을 인정하고 사랑하라는 보듬어주라는 책과 다른 생각을 가진 책이라는 점이다. 책과 책의 소스는 다양해야 의미가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에 이 책은 남다른 의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이 체제로부터 '탈주'할 바깥이 없다. 저들은 이미 바깥으로 내쳐진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착취당할 권리'조차도 박탈당했다. 그래서 이들은 바깥이 아니라 안으로의 편입을 위해 목숨을 걸고 노력한다. (55p)
그러나 이들에겐 냉소주의만이 현실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본 장비이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맨 정신으로 살아갈 수 가 없다. 사실 이들이 말하는 본질이 틀린 것이 아니지 안은가? (89p)
이처럼 이 책은 초장부터 냉소주의니 바깥이 없다느니 청춘에 대한 극단적인 생각들을 쏟아 놓는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20대 청춘인 내가 보기에 그리 틀리거나 오버하여 말하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가장 현실적으로 말한 것 같아 내심 통쾌하기까지 하다.
이 책의 제목.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이가>를 보자면 제목부터 필(?)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왠지 청춘에 대한 보편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아닌 조금은 비뚫어진. 통념과 다른 사고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 때문에 제목에 끌려 이 책을 샀고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기성세대한데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에요?"라고 일갈한다. 청춘은 변했다. 아니, 청춘 뿐 아니라 세대, 환경 등 청춘의 배경들이 모두 급속도로 변했다. 한 마디로 청춘의 인프라가 변했다는 소리다. 이런 상황에서 기성세대들은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청춘만을 추억하고 생각하며 강요한다. 그 외의 청춘은 청춘이 아니라고 치부하며 무시하고 밟기까지 한다. 특히 386세대들이 그렇다.
지금의 20대는. 지금의 청춘은 정치를 생각하지만 정치적 쇼에 지치고 냉소하고, 이제껏 어떤 세대, 누구보다 스펙을 위해 노력하지만 자신의 노력과는 무관한 다른 태클 덕분에 절망하고 냉소한다. 학교 시스템의 폭력성에 냉소하고 지친다.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가족애라는. 소통이라는 이름의 또다른 폭력에 비틀거린다. 사랑하고 싶지만 금전적 여유라는 무시하고 싶지만 중요한 벽에 부딛혀 허덕인다. 다이어트, 성형수술 등 자신을 전시하는 일에 매달리며, 돈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지만 자유를 위해 돈을 모은다. 그리고 잉여 잉여와 삽질 삽질. 열정 사이에 존재한다. 나는 이런 현재의 어른들이 인정하지 않는 치열한 20대를.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김예슬도. 아니, 누구도 비난할 자격은 없다고 단정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20대는 위와 같다. 그리고 상당 부분 공감한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에게 청춘은 어떤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청춘이란 어떤 것일까?"라는 주제로 사유를 해보았다. 이런 생각을 다시금 해 볼 수 있게 한 이 책의 저자 엄기호씨에게 감사한다.
사람은 나이에 맞혀서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10대는 10대대로 20대는 20대대로. 30, 40대도 자신의 나이에 맞춰서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차는 존재하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 20대는. 10대에 빵빵하넣은 생각. 더 정확히는 사유 에너지를 마침내 샘솟는 행동 에너지와 함께 성장해야 하는 나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 생각에 10대에는 20대 보다 더 많은 생각이 넣어지고, 사유에 대한 충격을 가장 많이 받는 세대인 것 같다. 그렇지만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행동하기에는 제약이 많다. 아직 어리고, 어리다는 어른들의 좋든 싫든 보호심 때문이다. 하지만 20대는 자유가 생긴다. 비록 무거운 짐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매우 달콤한 것이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 넘치는 행동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뿜어져 나온다. 그렇기 때문인 것 같다. 좀 불편하지만 왜 기성세대가. 더욱이 같은 20대마저 열정 열정 하면서 열정 노동을 착취 당하게 하는지 이유는 알 것 같다. 열정을 사회가 착취하든 말든 어쨌든 20대가 열정 에너지가 샘솟는 나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청춘을 찬양하는 시나 노래가 그렇게 많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엄기호 씨. 그리고 이 책에 나왔던 여러 대학생들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결론을 내렸다. 착취를 당하든 말든 어느 정도의 열정은 쏟아보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너무 과하지는 않게. 어느 정도의 열정은 청춘의 권리이며 오버해서 말하면 의무이지 않을까?
마지막을 덧붙이자면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점이 있는 책이다. 그 이유는 바로 나에게는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마음이 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제대로 된 결론이라던지 대책 같은 것들이 소개되어 있지는 않다. 물론 어떠한 책이 꼭 결론이나 대책을 내놓아야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잘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저자의 대책이라는 것이 존재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청춘은 마냥 즐겁지 않고 어쩌면 즐겁기보다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책도,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와 같은 책도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두 책 다 필요한 책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다양성은 너무나 좋은 가치이고 세상을 풍요롭게 만든다. 청춘. 나도 한 번 크게 말해보고 싶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