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스페셜 에디션)
박민규 지음 / 예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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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에 밑줄 긋지 않은 문장을 탐구. 거리 두며 동일시 하지 않는 차분한 나. 추운 겨울 콧물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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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시대 -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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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드라마 작가 박혜련의 작품(대표작:너의 목소리가 들려)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 실컷 떠들었다. 명확한 판타지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등장인물이 겪어야 하는 사건은 현실적이다. 너목들,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등장인물이 초능력을 갖고 있다. 중간에 방영된 피노키오도 빽도 없고 뭣도 없는(?) 신입기자들이 기자정신, 명석한 두뇌, 끈질긴 근성으로 진실을 밝힌 과정, 결말은 판타지다.(심지어 초능력도 없다)

그러나, 이들과 같은 기자가 실제로 있어도 시청자가 믿을까 싶다. 무슨 뉴스를 봐도 MSG의 향이 풍기지만 직접 분석하기는 껄끄럽다. 대놓고 뉴스를 피하기는 요즘 세상 돌아가는 내용은 확인해야 편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전히 재판 거부 중이고 영국 해리 왕자의 예비 배우자는 미국인에 흑백혼혈이고, 발리섬 화산분화로 발묶인 여행객과 같은.

이 책은 이미 뉴스의 위험성에 대한 자기만의 생각과 실천방안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수박 겉핥기 수준으로 보일 수 있다. 실제 다른 독자들의 서평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입문서를 찾는 나와 같은 분에게 추천한다.





서평 제목 ‘뉴스의 기만’으로 볼 때 뉴스는 시청자에게 어떤 기만을 저지를까.

1)세상이 ‘왜‘ 바뀌지 않는지 진짜 이유로 우리를 인도하지 않는 기만(64p)

2)보다 구조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기만(74p)

3)관심이 적은 사건을 충분히 호소력 있는 방식으로 설명하지 않는 기만(95p)

4)객관을 빙자해 분노를 조장하고 인간성 말살을 유도하는 기만(217-224p)






정치체의 신경중추인 뉴스 본부로 곧장 탱크를 몰고 갈(13p) 작정으로 뉴스를 보지 않으면 미혹과 우둔은 우리의 절친이다.

뉴스는 기만의 고수, 랭커 중 탑랭커다. 슬프게도 뉴스를 아주 등지고 살기는 힘들다. 저자 알랭 드 보통은 뉴스의 각 분야에 대해 인문학적 뉴스보기를 알려준다. 책을 읽는 내내 인문학적 거리두기의 뜻으로 느꼈다. 뉴스를 그대로 받아드릴 수록 정신적 데미지는 커진다. 현대 뉴스의 객관적, 팩트 위주의 건조한 보도는 멀쩡히 굴릴 수 있는 사고능력을 말살한다. 미치거나 멍청하거나. 자신의 공정성과 사명을 강조하며 기만하는 그들과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당하는 그들에게 느낀 알랭 드 보통의 분노와 슬픔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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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감 -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
김찬호 지음, 유주환 작곡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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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결정의 날 헌법재판소 이정미 소장의 낭랑한 결정문을 듣고 있던 장소는 아르바이트 중이던 편의점이었다. 일하는 장소다 보니 소리를 크게 틀 수 없고 스마트폰 스피커에 귀를 밀어야 들릴 수 있는 음량으로 탄핵심판 최종선고를 시청했다. 그러나, 분명하지 아니합니다, 증거는 없습니다 등 인정되지 않는다는 뉘앙스의 내용이라 불안해하며 중 설마... 설마... 가슴을 졸였다. 느리게 돌아가던 시계는 분위기 반전과 함께 급 빨리 돌며 듣고 싶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순간 내 머리를 스쳐 간 새초롬한 희열이라는 감정은 좀처럼 잊지 못할 것이다.

탄핵 당시 국민을 그렇게까지 분노하게 한 이유는 뭘까. 많은 이들이 사적으로 친한 수준미달 언니에게 국정을 몽땅 맡긴 것을 꼽는다. 최순실의 개입이 하나하나 드러날 때마다 사람들은 이렇게 개탄했다. ˝어떻게 최순실 같은 사람에게.˝ 더 적나라하게는 ˝어떻게 그런 년에게!˝ 국민은 더 분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니까. 국민의 대표는 나의 대표니까. 국민의 대표가 최순실의 꼭두각시였다는 말은 내가 최순실의 꼭두각시로 놀아났다는 것과 진배없으니까. 더 열심히 분노해야만 했다. 최순실 같은 사람에게 농락당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 했으니까.

이 책은 비교적 쉽게 쓰인 입문서로 모멸감, 모멸의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언뜻 추상적으로만 느낄 수 있는 ‘모멸‘의 뜻을 모욕과 멸시(또는 경멸)가 함께 섞인 단어라고 설명한다. 상대를 무심코 경멸해서 모욕한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한국인들은 ˝자존심 상해.˝라고 자주 말한다.(치욕, 경멸, 무시, 동정 등 모멸의 대부분은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낸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1. 한국인은 남에게 모멸을 자주 준다. 2. 한국인은 모멸을 민감하게 반응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책의 107P를 보면 저자가 참 재밌는 부분을 설명한다.



어휘들을 살펴보면 한국어의 한 가지 특징이 드러난다. 부정적인 정서를 가리키는 단어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원치 않는 상황에 놓였을 때의 느낌을 한국어에서는 매우 다채롭게 표현한다. 구체적으로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사진참고
(104-106P)



한국인은 얼마나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구조적인 억압을 받았기에 이렇게나 다채로운 억울한 표현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주부들에게 주로 발병하는 화병은 거의 한국인에게 발병하는 ‘한국인의 질병‘으로 유명하다. 가슴이 곧 터질 것처럼 답답하고 속에서 불길이 일어나는 등 일반적인 우울증 증세와는 다른 증세가 나타난다고 한다. 얼마나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하면 화병에 걸릴까.

한국 땅을 밟고 자란 한국인으로 한국인이라면 으레 갖고 있을 만한 애국심을 갖고 살지만 같은 한국인에게 혐오하는 부분이 있다. 허례허식, 자랑하지 않고는 못사는 성미, 비교의식. 그 감정은 가지를 뻗어 옆에 있는 사람에게 해를 가한다. 그러나, 극혐 또 극혐하는 나도 내가 싫어하는 의식의 실체를 알지 못했다. 겉으로 보이는 현상은 알고 있더라도 그 현상의 이유나 실체는 알지 못했다. 허례허식, 과시욕, 비교의식은 모멸감의 거울 효과나 방어기제가 아닐까.

상대방에게 모멸감을 주는 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다. 큰 죄책감도 들지 않는다. 내 시큰둥한 눈빛, 미묘한 입꼬리에 읽힌 비웃음, 귀찮은 말투 속에 날카로운 가시는 발가락으로 컴퓨터 전원을 끄는 것처럼 간편해도 누군가에게 자살의 방아쇠가 됐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동의하지 않을지라도 카뮈는 그렇게 생각했다.(251-252) 나는 그런 적 없다고 감히 단언할 수 없다. 나도 그랬을 거다. 내가 을에게, 갑이 나에게.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속물적이고 악한 나의 모습에 새삼스럽다. 착하기만 하고 불쌍하던 나는 어디로 갔을까. 그렇다고 믿던 나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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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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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다 슈이치는 자신의 작품에서 소설적 장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소설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청춘 소설을 쓸 때도, 분노와 같이 사회적인 메시지를 들어내고자 할 때도 소설의 구조에 자신의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어 독자에게 설명하는 똑똑한 소설가다. 도쿄 외곽에서 끔찍하고 엽기적인 부부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복도에 피해자의 피로 쓴 '분노'라는 글씨로 일본 전역에 이목을 끊다. 성형수술로 외모를 바꾸고 도피 중인 범인은 1년째 잡히지 않고 있는 중 지바 어촌에서 일하는 마키 요헤이와 그의 딸 아이코 부녀. 동성애자 후지타 유마. 오키나와의 작은 섬으로 급히 이사 한 고미야마 이즈미. 그들은 도주 중인 범인 야마가미 가즈야의 몽타주와 생김새의 특징을 통해 점점 주변인을 의심하게 된다.


 서평 첫머리부터 소설적 장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소설가라 칭찬을 했는데 내가 주장하고 싶은 소설 '분노' 속 사용된 장치는 무엇일까? 분노의 첫 장은 6p의 짧은 분량 안에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범인 야마가미 가즈야의 범행 행적을 소개하는 데 할애된다. 40도 가까이 치솟은 범행 현장에서 대부분을 알몸으로 보내고 에어컨 스위치를 찾으려 모든 스위치에 그의 지문이 찍혀 있다. 아내 리카코를 먼저 살해하고 리카코보다 한 시간쯤 후에 귀가한 남편 유키노리의 등을 칼로 찔러 살해한 뒤 욕실에서 유키노리의 몸을 다리 사이에 끼고 샤워를 하며 피를 씻어낸다. 범행 후 6시간이나 넘게 유키노리, 리카코 부부의 저택에 머물며 1, 2층을 유유히 걸어 다니고 리카코가 슈퍼마켓에서 그 날 사온 호밀 식빵과 냉장고에 들어있던 먹거리를 집어 먹고 옆집 자전거를 타고 하치오지 역으로 향하다 검문 중인 경찰관에게서 쏜살같이 도망친다.


 그 뒤 1년이 되도록 검거하지 못한 배경에서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되지만, 긴장과 의심보다는 일상적이고 훈훈한 전개와 묘사가 계속된다. 물론 게이, 딸을 성매매업소에서 구출해 온 아버지, 불륜추문으로 야반도주한 모녀 등 그들이 사회적 소수자, 약자라는 자리에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을 조명하는 방식은 분명 따듯함과 사랑을 보여주기 위함이라 생각한다. 작중 살인자 야마가미 가즈야에 대한 기술과 이들 셋을 중심으로 하는 소설 전개의 온도 차는 심하게 나는데 나는 이것이 요시다 슈이치가 노린 장치라고 생각한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 같은 온도에서(구체적으로 야마가미 가즈야로 의심하는 인물에 대한 아이코, 유마, 이즈미의 감정) 가까운 누군가를 살인범으로 의심하는 건 두렵고 떨리는 공포였을 것이다.


 만약 요시다 슈이치가 이 온도 차를 설정하지 않았다면 등장인물들의 두려움은 스릴러, 추리라는 흥미 요소에 감춰져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대표작 '악인'과 함께 '분노' 역시 추리소설이라는 탈을 썼지만, 추리소설이라는 장치를 통해 인간적 감성을 들춘다. 악인은 인간이 보기 싫어하는 인간의 악성, 죄성에 대해. 분노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믿음이 흔들리는 비극과 믿고 싶은 사람들을 보여준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요시다 슈이치가 소설을 쓸 때 가장 집중하는 곳은 사람이다. 보기 좋은 면, 보기 싫은 면 모두를 아우른다.


 아쉬운 점도 있다. 위에서 말한 장치가 제대로 융합하지 못해 소설 속에서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체적인 완성도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결국 장편 소설은 구성을 통해 이야기를 채워 나가는데 군데군데 채우지 못한 빈 공간이 보인다.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작품을 발표했다면 어땠을까. 요시다 슈이치는 꽤 다작을 하는 편이다. 좋은 메시지가 담겼지만 아쉽게도 붕 떠버린 본 작품과 다작의 연관성을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본인의 대표작이자 뛰어넘어야 하는 숙적 '악인'과의 대결을 위해서도 긴 집필 기간을 가진 다음 소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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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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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태 내가 교회에 가기 싫은 이유는 교인들의 성격이 나와 너무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아들러의 이론대로 적용하면 교회에 가기 싫어서 교인들의 성격이 맞지 않다고 믿는다고 봐야 옳다. 과연 본인도 모를 본심은 무엇일까. 정말 교인들의 성격이 맞지 않아 교회에 가기 싫어진 걸까. 아니면 교회에 가기 싫어서 교인들의 성격이 나와 맞지 않음을 핑계 삼아 더 발걸음을 떼지 않는 것인가.

 '아들러 심리학', '개인심리학'의 창시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걷는 노선은 달랐지만, 프로이트와 같은 시대에 활동하며 프로이트, 융과 함께 현세에 이르러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심리학자다. 프로이트의 원인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목적론'으로 유명한 심리학자며 정신의학자다. 이 책은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 형식을 빌려 아들러 심리학을 설명한다.


 책의 제목이 '미움받을 용기'라고 해서 남의 시선, 충고나 비판을 무시하고 내 멋대로 쿨하게 살라는 내용이었다면 이렇게 시간을 내 서평을 작성하지 않았다. 책에서 아들러를 대변하는 인물인 철학자는 나만 지독히 사랑함으로써 얻는 자기중심적 사고와 부정적인 감정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과제의 분리, 자기수용, 공동체 의식, 타자신뢰, 타자공헌을 통해 '자연스러운 나'를 추구하기를 권고한다.

 '인간의 모든 고민은 대인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말할 정도로 관계를 중요시한 아들러는 숨거나 도망치는 대신 과제 분리, 자기수용을 통해 타인을 맞아들일 준비를 시키고 공동체 의식과 타자신뢰. 마침내 타자공헌을 통해 비교를 통한 찝찝한 우월감이 아닌 순수한 성취감을 얻을 방법을 알려준다.

 프로이트의 원인론을 처음 접했을 때 어려운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리한 탐정 같은 마음이었다. 이해할 수 없이 툭툭 튀어나오는 가시 박힌 행동, 특별히 흥분하고 감정적으로 변하는 마음의 구간, 나도 알 수 없는 머릿속과 행동양식이 심리테스트 결과를 본 것처럼 해결된 것 같다.

 하지만 그때 그 일 때문에, 가정환경과 학창시절 트라우마 때문에 데자뷰처럼 지나가는 끔찍한 오늘이 내일, 혹은 다음 주, 가깝거나 먼 미래에 다시 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더한 악몽이다. 왜냐하면, 과거로 건너가 딱 하나만이라도 없던 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내'가 무엇을 선택하는지'만' 주요하다고 입이 닳도록 강조하는 아들러에게 역설적으로 편안함과 희망을 얻는다.


<아들러 심리학의 인생의 과제>
-행동의 목표
1. 자립할 것
2. 사회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것
-위의 행동을 뒷받침하는 심리적 목표
1. 내게는 능력이 있다는 의식을 가질 것
2. 사람들은 내 친구라는 의식을 가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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