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발견 - 정치에서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학 강의
박상훈 지음 / 폴리테이아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박상훈의 저서 정치의 발견을 읽었다. 사실 가격을 보고 구매 전에 많이 망설였다. 300페이지가 조금 넘는 평범한 단행본인데 15000원이나 한다. 확실히 책값이 너무 올랐다. 이래서 요즘 내가 도서관을 자주 찾나보다. 이 책은 저자가 ‘정치바로아카데미’에서 하던 강의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고 있으면 저자가 나에게 말을 하면서 내용을 이야기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작가의 강의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이기 때문에 책 중간 중간에 강의를 들었던 청중들의 분위기나 반응도 나와 있어 흥미로웠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높은 점수를 매겼고 각 챕터마다 놓칠 부분이 없을 정도의 기분도 들었다. 정치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궁금함 정도의 생각만 있었던 나. 그리고 2012년의 큰 정치적 행사(?) 총선과 대선을 앞둬 투표권이 생긴지 얼마 안 된 내가 정치와 관련된 책 한 권쯤은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고른 책인데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언급한 정치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궁금함으로 고른 책인데 이 책은 막연한 환상은 깨지고 더 건설적인 마인드를 갖게끔 연결다리를 놔줬고 궁금함은 어느 정도 충족시켜 주었다. 특히 궁금함을 충족시킨 것보다도 환상을 깨게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 더 나의 뇌와 정치관에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에게 막연한 환상은 소위 ‘진보’와 ‘진보파’에 있었는데, 예를 들면 보수 진영은 모두 무조건 자신들의 이익만을 원하고 상위 계층만을 위한 정책을 펴려고 하며 다수의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생각하면서 막연하게 막상 진보진영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알지도 못하면서 ‘진보진영은 이와는 다를 거야’라고 생각하며 뭔가 더 양심적이고 서민. 혹은 평범한 국민 다수를 위해 정치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흑백논리의 관점으로 본 정치관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이었는지 이 책을 보고 정확히 깨달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진보진영의 정치인들도 자신들에 대한 위험한 자부심 또는 환상이 있다는 것을 여러 번의 사례를 통해 깨달았다. 예를 들면 122p에 나왔듯이 마치 자신은 권력과 이해관계에 초연한 역사적 역할자로 정의하거나 자신은 안 그런데 상대가 권력과 이해관계를 다툰다고 도덕적으로 비난하거나, 또 자신은 원치 않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권력과 이해를 다투게 되었다는 식의 자기 위선과 변명을 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말 따라 그들 역시 정치를 하고 권력을 이용하며 개인과 집단의 이해관계를 위해 다투고 있는데도 말이다.

 

  6강과 7강에서는 정치의 고전 강독을 했는데 6강에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소개되었고 7강에서는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가 소개되었다. 하지만 나에게 막스 베버는 많이 어렵고 버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이 책을 구입해 읽고 싶을 정도로 재밌었다. 군주가 어떤 자질을 가져야 하는지가 소개되었는데 아주 냉정하게 군주에게 필요한 것을 가감 없이, 저자 박상훈의 표현대로 무자비하게 소개했다. 그 방식은 기존의 도덕성과 관대함 같은 윤리적 자질이 아닌 때로는 악덕도 짊어져야 하는(신생국가의 군주일수록 더 가혹해져야 한다고 마키아벨리는 주장했다) 냉혹한 자질을 요구했다. 마키아벨리는 이렇게도 말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선한 행동만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선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면 그의 파멸은 불가피하다."(209p)

 

  이 책의 가장 장점과 취지는 저자가 우리나라의 진보파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는 것이다. 나의 정치성향은 진보주의 쪽이다. 그리고 저자도 ‘우리 사회를 좀 더 인간이 살 만한 사회로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보수파보다 진보파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크다고 생각(15p)'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정도의 생각에서 정지하지 않고 진보파의 잘못된 생각과 고정관념, 혹은 위선과 자기방어를 콕콕 찍어 알려주고 거기서 또 저자는 정지하지 않고 건전한 진보의 발전에 대해 고민한다. 어쩌면 저자와 같은 태도가 한국의 진보주의 정치가들. 나를 포함한 평범한 진보주의 성향을 가진 시민들이 가져야 하는 태도가 아닐까?

 

  한국은 비록 투표율이 낮아도 정치에 대한 관심은 굉장히 높다. 이 서평 첫 문장에서 밝힌 바와 같이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다. 저자는 우리나라 정치가 진심으로 올바른 길을 가는 것을 바란다. 그 바램으로 강의도 하고 이 책을 저술한 것이다. 본인 스스로가 진보 성향에 가깝기 때문에 한국 진보파에게 쓴소리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정치가들이 부디 좋은 정치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란다. 나도 진보 성향이기 때문에 특히 진보파 정치가들이 올바른 정치를 해서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국회의원도 당선되고 대통령으로도 당선됐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앞으로 정진해야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한 줄로 감상평을 적는다면, 이 책의 표제를 정한다면, 나는 이렇게 정하고 싶다. ‘한국 진보파. 보고 있나?’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한 독자 한 명일지라도 한 번쯤 서평에서 내 목소리로 일침을 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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