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무렵, 아주 어렸던 그 시절, 나는 처음으로 그 소리를 들었다.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것은 나를 미워하고 증오했다. 나를 짓밟고 싶어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가. 얼마나 방심했던가.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멀어졌다고! 나는 감히기뻐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잊지 않았다. 내가 어린 시절로 돌아가려 하자마자 틈을 놓치지 않고 내게 다시 달려든 것이다. - P20
하지만.... 실수가 아닐까? 그러자 정말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실수, 넌 늘 실수를 하지. 이번에야말로 모든 걸 잃어버리게 될 거야. - P64
그냥 그렇게 의자에 파묻혀 혹은 침대에 드러누운 채 시나 소설과 함께 썩어가도 별수 없지, 싶은 것이다. - P141
술에 취하는 건 내게 지극히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보였다. 술을 마셔서 행복해질 수 있는데 뭐 하러 맨정신으로 슬프게 지낸단 말인가? 그리고 술을 더 많이 마셔서 무지막지하게 행복해질 수 있다면 뭐 하러 적당한 행복만으로 만족하며 지내겠는가? - P18
아직 내 안에 철부지가 있잖아요. 내가 생각해도 나는 아직 철부지거든. 그런데도, 그러니까, 계속 생각하는 거예요. 성희야, 너는 어른이야. 그런 말을.
나는 단순한 인간이니까 어려운 질문이 생기면 단순하게 답을 찾으려고 해요. 성희야. 단점을 고치려 하지 말자. 그냥 잘할 수 있는 것을 부풀려 단점을 가려보자. 그렇게 생각했죠.
이렇게 혼자 생각하지요. 성희야, 어떻게 매번 잘하니? 그러다 또 생각하지요. 성희야, 가끔 잘한 적도 없단다.
사전에 들어가지 못하는 단어들을 보면 왠지 슬퍼졌다. - P28
지금 누군가 날 본다면 비도 오지 않았는데 옷이 젖은 걸 이상하게 여길 것만 같았다. 젖은 옷이 몸에 달라붙었다. 속옷이 비칠 것이다. 누가보면 어때. 나는 창피해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여름방학 때는 누구나 물놀이를 하는 법이니까. - P32
"나는, 음, 나는, 그냥 어른이 되었지." 나는 그렇게 말해보았다. 그리고 차에서 펜을 꺼내와 내 자리‘라고 쓰인 낙서 옆에 새 낙서를 했다. 그래, 니 자리. 그러고 나자 그냥 어른이 된 나 자신이 그다지 실망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 P55
그러면 제가 땡이라고 말해줄게요. 청년은 말했다. 마술수업 첫날,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마술에서 기술보다 더 중요한 유머라고. - P110